신고 사업자 27곳…안정 신호 아닌 본격 재편의 출발점
2단계 입법 앞두고 신규 진입은 제한적…기존 사업자 재편 가속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2024년 7월 19일 본격 시행되면서 국내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제도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기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체계가 자금세탁방지(AML)를 위한 ‘진입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에는 ‘영업 지속 가능성에 대한 상시 관리’로 규제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당국이 공개한 2026년 1월 8일 기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현황에 따르면, 현재 신고 수리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사업자는 총 27개사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숫자가 시장 안정의 신호라기보다는, 본격적인 구조 재편 국면의 출발점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고는 ‘면허’가 아닌 ‘유지 조건부 자격’
특금법 체계에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수리되는 행정 절차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에는 신고 수리와 갱신 과정에서 내부통제 체계, 이용자 자산 보호 구조, 사고 대응 및 배상 능력이 핵심 심사 요소로 부상했다.
특히 갱신 신고의 성격이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에는 정기적 행정 절차에 가까웠던 갱신 신고가, 앞으로는 사실상 재심사 단계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갱신이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요건 미충족 시 영업 중단이나 직권말소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이에 따라 향후 공개되는 신고 현황 표에는 기존의 대표자·소재지·업무 범위 외에도 ▲대주주 구조 ▲내부통제 체계 ▲이용자 자산 분리 관리 방식 ▲조건부 수리 여부 등 보다 정교한 정보가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2단계 입법 논의 본격화…규율은 ‘기능별’로 세분화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가상자산 규율체계 2단계 입법 논의가 자리하고 있다. 1단계 입법이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규제에 초점을 맞췄다면, 2단계 입법에서는 가상자산사업자의 업무 범위 세분화, 내부통제 및 지배구조 기준, 자본·준비금 요건, 이해상충 방지 장치 등이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2단계 입법이 본격화될 경우, 현재의 신고제도가 단일한 진입 요건을 넘어 사업자 유형별로 차등화된 규율 체계로 전환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거래, 수탁, 중개 등 기능별 역할에 따라 요구되는 책임과 요건이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직권말소 기준 강화…사고 대응 능력이 생존 좌우
이용자보호법은 직권말소 사유도 확대했다. 단순한 무신고 영업이나 형식 요건 위반을 넘어, 이용자 보호 의무 위반이나 사고 발생 이후의 부적절한 대응까지도 사업자 유지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이에 따라 해킹, 전산 장애, 출금 지연 등 사고의 발생 여부 자체보다, 사고 이후의 보상·수습·재발 방지 능력이 더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내부통제 체계와 자본 여력을 갖춘 사업자만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2026년 신규 진입 가능성은 ‘제한적’
규제 환경 변화와 2단계 입법 논의까지 맞물리면서, 2026년 신규 가상자산사업자 진입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일부 영역에서는 선택적 신규 신고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기관·법인 대상 수탁(Custody) 전문 사업자 ▲거래소를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OTC·브로커형 중개 사업자 ▲전통 금융사와 결합한 자회사 형태의 사업자 등이 거론된다. 반면 가상자산 예치·렌딩, DeFi 서비스는 여전히 특금법 및 이용자보호법상 신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제도권 진입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현재 신고된 가상자산사업자들이 단순 기술 스타트업이 아니라 준금융기관에 가까운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2단계 입법이 진행되면 사업자 관련 규정이 추가로 마련될 가능성이 크고, 그에 따라 진입 규제 역시 강화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신규 사업자가 가상자산사업자(VASP)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것은 이전보다 훨씬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확대’보다 ‘정리’ 국면
종합하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VASP 신고제도는 신규 사업자 유입을 촉진하는 장치라기보다, 기존 사업자를 선별·정비하는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신고 현황 표 역시 단순한 사업자 명단이 아니라, 규제 환경 속에서 생존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 사업자들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지표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1~2년간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외형적 확대보다는, 거래소 과점 심화와 수탁·보관 중심 구조로의 재편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