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 후 가상자산 법제화 작업이 순차 진행 중이지만, 일각에서는 법안 구조가 특정 사업자나 트럼프 가문이 운영하는 가상자산 기업에 수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기관 이해관계 충돌, 투자자 보호 약화 우려, 스테이블코인 자본금 구조적 한계 지적도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7월 17일 지니어스(Genius), 클래리티(Clarity), 반 CBDC 감시국가(CBDC Anti-Surveillance State Act) 등 3개 법안이 미국 하원을 통과하며 ‘가상자산 3법’이 입법 절차에 올랐다. 가상자산 3법은 공화당이 크립토 주간(Crypto Week)라는 명칭으로 추진한 시리즈 정책이다. 가상자산 시장 관련 규제와 구조를 마련해 명확성을 높이고 시장 전반의 성장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존재해왔다.

그 중 지니어스 법안은 하원 통과 다음날 트럼프의 대통령 서명까지 거쳐 공식 발효되기도 했다. 지니어스 법안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을 지원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지위와 규제체계를 제시하는 법안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게 준비금 1:1 보유 의무, 월별 공시 등이 핵심 내용이다. 특히 지니어스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의 자본금을 미국 국채로 한정지었기 때문에 국채 이자로 인한 적자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국채는 금리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시장 전체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배리 아이헨그린 버클리 대학 교수는 “가격 하락으로 공황매도가 발생하고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들이 국채를 매도하게 되면 국채 가격이 폭락한다”며 “국채 가격 폭락에 따라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시장 전체에 큰 타격을 줄 위험이 높다”고 밝혔다.
게다가 지니어스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의 이자 및 보상(staking)을 금지하지 않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중개 플랫폼이나 제3자가 보상을 제공할 수 있어 미국내 시중 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의 높은 수익률은 공정한 경쟁이 아니며 은행 예금 유출을 유도한다고 우려한다. 특히 트럼프 가문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유통하는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LFI)’을 운영하고 있어 야당 측에서는 트럼프의 사적인 이득을 위한 법안이라는 지적이 등장했다.

일각에서는 지니어스 법안뿐만 아니라 클래리티 법안까지 시장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주장도 나온다. 클래리티 법안에는 가상자산의 불록체인 시스템이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상품’으로 분류되어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엄격한 규제가 아닌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완화된 규제 환경 하에서 발행과 유통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때문에 SEC와 CFTC의 가상자산 규제 관할권이 충돌하며 클래리티 법안은 여전히 상원에서 계류 상태다.
현재 가상자산은 SEC의 엄격한 감독 아래 규제와 체계가 운영되고 있다. 때문에 SEC의 감독과 규제에서 벗어나면 투자자 보호도 따라서 완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에 업계는 정부의 방향성은 알겠으나, 규제 기관 간 역할 조정과 세부 기준이 정리되기 전까지는 시장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이라는 반응이다.
또 클래리티 법안은 가상자산 시장 전체보다는 특정 디지털자산만의 수혜가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양현경 iM 증권 연구원은 “클래리티 법안 통과 시 가상자산 시장 전체의 수혜보다는 미국 규체 체계 내에서 운영될 수 있는 인프라와 비증권성 디지털자산이 수혜를 받을 것”이라며 “규제 친화적인 미국 중앙화 거래소나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 RWA 및 토큰화 금융 플랫폼 등이 CFTC 관할 아래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 양 연구원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탈중앙화 수준이 높은 디지털자산이 수혜를 받을 것”이라며 “해외 거래소나 높은 컴플라이언스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초기 단계 프로젝트들은 오히려 클래리티 법안 통과 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이미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코인이나 토큰만 살아남을 뿐, 새롭게 시작하는 초기 단계 프로젝트는 여전히 엄격한 규제 아래 운영돼 상당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차등 규제를 두어 이득을 보는 특정 분야에는 트럼프 가문 사업도 포함된다. 트럼프 가문은 WLFI를 통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USD1을 발행하고 유통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리조트 건설과 관련해 RWA 및 토큰화 사업에도 진출한 바 있다. 모두 증권보다는 상품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은 가상자산이다.
이미 수많은 민주당 의원들은 “가상자산사업 관련 규제와 이용자 보호를 완화시키면 트럼프 가문 내 가상자산 기업들이 혜택을 볼 것”이라며 지니어스 법안과 클래리티 법안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반대한 바 있다.
그럼에도 업계는 트럼프 정부의 법제화 시도가 예전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책 방향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제도와 실행으로 옮겨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반대로 타국의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 아니라는 입장도 존재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 입장에서는 패권을 이어갈 수 있으나, 이미 USD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전체 스테이블코인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관련 법안이 실행되면 다른 국가에게는 통화 주권을 잃어버릴 확률이 높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