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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L 강화하려다 이용자 해외로 내몬다” 특금법 개정안 우려

입력 2026-05-1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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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원 이상 자동 STR에 정상 거래자 피해·FIU 분석 부담 우려
비수탁 지갑·해외 거래소 전송 제한에 디파이·파생거래 이용자 불편 가능성
국내 거래소 ‘거점’ 약화 땐 KYC·트래블룰·과세 추적 기반 흔들릴 수 있어

▲한서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12일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AML 규율체계와 한국 특정금융정보법 정비 과제'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손기현 기자)
▲한서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12일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AML 규율체계와 한국 특정금융정보법 정비 과제'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손기현 기자)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감독규정 개정안이 자금세탁방지(Anti-Money Laundering·AML)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상 이용자의 거래 편의성을 떨어뜨리고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해외 이탈을 촉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1000만 원 이상 가상자산 전송거래를 일률적으로 의심거래보고(Suspicious Transaction Report·STR) 대상으로 삼는 방식은 사회적 비용을 키우는 반면, 자금세탁 탐지의 실효성은 오히려 낮출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서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12일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열린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AML 규율체계와 한국 특정금융정보법 정비 과제’ 세미나에서 ‘특금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안과 이용자 편익’을 주제로 발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주최하고 MRI(Monetary Research & Initiatives)가 주관했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가 후원했다.

이번 시행령·감독규정 개정안은 2026년 3월 30일부터 5월 11일까지 입법예고·규정변경예고가 진행됐다. 금융당국은 규제개혁위원회·법제처 심사와 차관회의·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7월 중 개정을 완료할 예정이다. 개정 특정금융정보법은 2026년 8월 20일 시행 예정이며, 법률이 위임한 세부사항을 정한 규정도 같은 날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가상자산 이전 시 정보제공, 해외·개인지갑 거래 관련 일부 조항은 시장 준비 기간을 고려해 2027년부터 순차 시행될 전망이다.

자동 STR·비수탁 지갑 제한 등 특금법 개정안 쟁점 부상

한 변호사는 개정안의 주요 쟁점으로 수신 가상자산사업자의 정보 수취 의무, 외국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평가 의무, 1000만 원 이상 거래 자동 STR, 비수탁 지갑 거래 제한 등을 꼽았다.

(챗GPT)
(챗GPT)

그는 수신사업자 정보 수취 의무와 관련해 “A사업자에서 B사업자로 가상자산이 전송되면 받는 사업자 입장에서 특정 정보를 반드시 수취해야 하고, 정보가 오지 않으면 보낸 쪽 사업자에게 요구해야 한다”며 “결과적으로 정보를 받지 못하면 거래를 거절해야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외국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에 대해서도 규제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개정안은 국내 사업자가 외국 가상자산사업자와 전송거래를 할 때 해당 사업자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inancial Action Task Force·FATF) 권고 기준을 준수하는지, 국내 AML 체계와 유사한 제도를 갖췄는지, 현지 인허가를 받은 사업자인지 등을 평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거래가 제한되거나 자기 지갑으로만 전송이 허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1000만 원 이상 전송 일률 보고, 정상 거래자도 의심거래자로 분류”

한 변호사는 특히 1000만 원 이상 거래를 자동 STR 대상으로 삼는 조항을 강하게 우려했다. 그는 “비트코인 1개를 해외 거래소로 보내는 평범한 거래도 현 시세상 1000만 원을 넘기 때문에 자동 STR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추가 인증과 거래 확인 절차가 발생하면 24시간에서 36시간가량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파생상품 거래자에게는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기한 선물 포지션을 보유한 이용자가 청산을 막기 위해 증거금을 신속하게 보내야 하는 상황에서 자동 STR로 전송이 지연되면, 실제 손실이나 청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이용자는 STR을 피하기 위해 분할 송금을 생각할 수 있지만, 990만 원씩 나눠 보내는 행위 자체도 의심거래로 포착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디파이·개인지갑 이용자 거래 제약 우려

비수탁 지갑 규제도 디파이 이용에 제약을 줄 수 있는 요소로 언급됐다. 그는 메타마스크 등 개인 지갑을 활용해 디파이에서 수익을 낸 이용자가 국내 거래소로 자산을 회수하려 할 경우, 지갑 소유 입증과 STR 절차가 동시에 문제될 수 있다고 봤다.

또 동일인 지갑으로만 전송이 허용되는 구조에서는 제3자에게 소액을 전송하는 경우에도 중간 지갑을 거쳐야 해 가스비와 거래 절차가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정상적인 개인 간 송금이나 디파이 활동까지 불필요하게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5대 거래소 STR 연 545만 건 추정…FIU 분석 부담 확대

거래소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업무 부담도 문제로 제기됐다. 한 변호사는 개정안 적용 시 5대 거래소의 연간 STR 건수가 현행 약 6만3000건 수준에서 약 545만 건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는 약 86배 증가한 규모다.

그는 2024년 한국 전체 금융권의 월평균 STR 건수가 약 2970건 수준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자동 STR이 시행되면 가상자산 거래소와 FIU 모두에 과도한 분석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한 변호사는 “너무 많은 보고가 이뤄지면 진짜 의심거래로 걸러져야 하는 대상을 찾아내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분석의 정밀성이 떨어지고 STR의 본래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자동 STR이 자금세탁 적발을 강화하기보다 오히려 FIU의 분석 역량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기준은 위험기반접근…한국은 일률 규제”

글로벌 기준과의 괴리도 강조했다. 한 변호사는 FATF의 트래블룰 기준, 미국·싱가포르·홍콩 등 주요국 기준을 언급하며 한국의 개정안이 상대적으로 높은 규제 강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부분 국가는 자기보관 지갑에 대해 위험기반접근법(Risk-Based Approach·RBA)을 적용해 실제 위험이 높다고 평가될 때 제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며 “금액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STR을 요구하는 방식은 글로벌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수신사업자에게 거래 거절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 역시 주요국 규제 체계와 차이가 있다고 봤다. 정보가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거래를 일률적으로 거절하도록 하는 구조는 이용자 편익과 시장 접근성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행 전 자본 유출·시행 후 회수 불편 가능성

한 변호사는 법 시행 전후 이용자 행동이 달라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시행 전에는 1000만 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이용자, 디파이·스테이킹 이용자, 해외 거래소 이용자 등을 중심으로 사전 자본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시행 이후에는 수신사업자 거래거절 의무, 외국 사업자 위험 평가, 비수탁 지갑 제한, 1000만 원 이상 자동 STR 등이 적용되면서 자산 이전 후 회수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국내 거래소 이용 회피와 산업 위축, 통제 약화가 누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개정안이 이용자 보호와 AML 강화라는 목표와 달리 국내 거래소 이용 회피를 부를 수 있다고 봤다. 시행 이후 1000만 원 이상 거래가 잦은 이용자, 디파이·스테이킹·해외 파생상품 이용자는 자산을 사전에 해외 거래소로 이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국내 거래소 ‘거점’ 약화 땐 자금추적·과세 기반 흔들릴 수 있어

한 변호사는 국내 거래소가 현재 가상자산 거래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거래소를 통해 이용자 확인(KYC), 트래블룰 송수신, FIU 모니터링, 자금세탁 양방향 추적, 국세청의 소득 확인, 미신고 사업자 차단 등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정안 시행 이후 이용자가 국내 거래소를 우회해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으로 이동하면 이 같은 거점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봤다.

한 변호사는 “이용자들이 국내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 중심으로 이동하면, 오히려 한국 당국이 거래 기록을 확보하고 자금 흐름을 추적할 수 있는 기반이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거래소를 거점으로 이용자 신원과 거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던 구조가 무너지면 AML과 과세 측면에서도 통제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 거래소로 자금이 이전되고, 이후 해외 거래소와 개인 지갑 간 거래가 중심이 되면 한국 당국의 거래 데이터 확보와 추적 가능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봤다.

“자동 STR, 규제 목적에 맞는 수단인지 재검토해야”

한 변호사는 자금세탁방지 강화라는 정책 목표 자체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자동 STR 방식은 수단의 적정성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ML을 강화하고 시장을 더 깨끗하게 만들겠다는 목적은 중요하다”면서도 “자동 STR은 규제 목적에 맞는 수단인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용자가 통제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시행령과 감독규정 개정안은 제고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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