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혁명과 ‘바이브 코딩’…스테이블코인, 에이전트 경제 인프라로
신뢰 인프라 ‘ERC-8004’ 제시…Identity·Reputation·Validation 온체인화
Programmable Money 강조…‘If A then Pay B’ 조건부·소액 자동지급 시나리오
“TVL→TVW, 도로의 주인” 비유…원화 스테이블코인 필요성 부각

발행 논의 넘어 유통·정산 구조로
해시드오픈리서치는 13일 서울 해시드라운지에서 ‘플랫폼으로서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디지털 지급 결제 토큰의 유통·활용·수요’ 세미나를 열었다. 행사에서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원화를 블록체인 위에 올리는 것만으로는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수단이자 인프라가 되는 목표를 설명하기 어렵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발행을 넘어 유통 구조와 정산 메커니즘으로 확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더 빠른 결제” 프레임 경계…AI 시대 핵심 인프라로
김 대표는 스테이블코인을 ‘더 빠른 결제’로만 보는 시각을 경계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AI 시대에 경제 활동을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다며, 산업혁명이 ‘인간의 에너지(노동)’를 기계로 대체했다면 AI 혁명은 ‘사고(생각)’ 영역까지 기계가 수행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생성형 AI의 발전으로 코드를 만드는 비용이 급격히 낮아졌고, 비개발자도 이른바 ‘바이브 코딩’으로 짧은 시간 안에 서비스 프로토타입을 구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검색·유통 환경 변화…SEO에서 ‘생성형 엔진 최적화’로
그는 검색 환경 변화도 언급했다. 과거에는 정보를 Google에서 찾았지만, 최근에는 대화형 AI가 제시하는 결과 안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지며 “상위 몇 개 결과에 들지 못하면 노출이 어려워지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기업·서비스가 ‘검색엔진 최적화(SEO)’를 넘어 ‘생성형 엔진 최적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취지의 설명도 덧붙였다.
“몇 시간 단위로 결과”…생성형 AI 활용 경험 공유
김 대표는 자신이 직접 생성형 AI를 활용해 온 경험도 소개했다. 앤트로픽(Anthropic)의 Claude 같은 모델을 활용해 블록체인 지표를 추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더리움(Ethereum)의 가치평가 프레임워크를 빠르게 구성하는 실험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과물을 공개한 뒤 카이코(Kaiko)의 영향력 지표에서 개인 계정 기준 상위권에 오르는 등 “몇 시간 단위로도 결과물이 나오는 시대”를 체감했다고 말했다. 또 OpenAI 등 주요 모델의 업데이트가 잦아지면서 실행 속도와 개발 효율이 크게 개선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에이전트 경제의 과제는 ‘신뢰’…ERC-8004·A2A·MCP·x402 언급
이 같은 변화 속에서 김 대표는 ‘에이전트 경제’의 신뢰 문제를 핵심 의제로 제시했다. 그는 “인터넷에서는 아무도 당신이 개인지 모른다”는 고전적 표현을 인용하며, 익명성이 강했던 인터넷이 DNS·HTTPS 같은 신뢰 보완 장치를 쌓아 온 것처럼, AI 에이전트가 늘어날수록 “누가 뒤에 있는지, 사기꾼인지, 업무를 수행할 역량이 있는지”를 검증하는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이전트 간 거래가 늘어날 경우 기존 은행 송금이나 카드망, PayPal 같은 결제 수단이 에이전트 환경에 최적화돼 있지 않다는 문제의식도 함께 제기했다.
김 대표는 에이전트 신뢰를 온체인에서 증명하는 표준으로 ERC-8004를 소개하며, 신원(Identity)·평판(Reputation)·작업 검증(Validation)을 블록체인에서 확인하는 구조를 제시했다. 그는 메인넷 출시 2주 만에 에이전트 2만4549개가 등록됐다는 수치도 공유했다. 또 ‘에이전트 경제의 인프라 스택’을 애플리케이션(AI Agents)–신원·신뢰(ERC-8004)–커뮤니케이션(A2A·MCP)–결제(x402·스테이블코인)–정산(블록체인)으로 정리하고, MCP는 Anthropic, A2A는 Google, x402는 Coinbase의 제안 사례로 설명했다.
“코드화된 돈”과 설계 원칙…TVL→TVW, ‘도로의 주인’ 비유
김 대표는 결제 레이어의 변화도 강조했다. 그는 ‘코드화된 돈(Programmable Money)’을 제시하며 “낮은 수수료, 24시간 작동, ‘If A then Pay B’ 같은 조건부 지급”이 가능한 구조가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사례로 “A 에이전트가 유효한 데이터를 주면 즉시 0.001 USDC로 지급하라”는 식의 소액 자동 지급 시나리오도 담겼다. 그는 기존 결제가 수수료·영업시간·KYC 장벽에 묶여 있는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에이전트 간 거래에 적합한 형태로 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설계 원칙으로는 개방성(Public)·프라이버시(Privacy)·규제 적응(Compliance)을 제시했다. 개방성은 ‘사설망 중심이 아닌, 인터넷처럼 국경 없는 접근성’으로, 프라이버시는 ZKP(영지식증명)를 통해 거래 내역을 모두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신뢰를 증명하는 방향으로, 규제 적응은 ‘KYA(Know Your Agent)’처럼 인증된 에이전트만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를 두고 “국경은 없되 질서는 있는 화폐”라고 표현했다.
김 대표는 콘텐츠·창작 생태계 사례도 들었다. 그는 ‘TVL(Total Value Locked·예치 총액)에서 TVW(Total Value of World·세계 총가치)로’라는 흐름을 제시하며, AI로 창작이 폭발하는 환경에서 블록체인이 2차 창작이 발생할 때마다 원작자·창작자·큐레이터에게 수익을 자동 정산하는 구조로 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표에서는 Napster와 Spotify를 대비시키며 “막을 수 없는 복제는 양지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메시지도 담겼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도로의 주인’ 비유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AI 에이전트와 IP라는 ‘자동차’를 만들더라도 금융 인프라라는 ‘도로’가 Circle의 USDC 같은 해외 스테이블코인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며, 결제·정산 인프라를 누가 소유하고 통제하느냐가 국가 경쟁력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