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창업과 제품 개발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벤처캐피털(VC)의 역할 역시 근본적인 전환 국면에 들어섰다. 자본 제공 중심의 기존 VC 모델에서 벗어나, 신뢰를 기반으로 한 연결 역량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웹3 벤처캐피털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 기고문을 통해 최근 AI 시대 VC의 경쟁력을 ‘초연결(hyper-connection)’로 규정하며, "자본의 규모나 정보 접근성보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연결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AI 기술 확산으로 제품 개발과 실행 비용이 크게 낮아진 만큼, VC의 차별화 요소 역시 변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김 대표는 “AI는 실행을 민주화했지만, 무엇을 만들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판단과 책임은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누구나 빠르게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에서는 기술 구현 자체보다 시장에서 검증 가능한 가치를 선택하고 끝까지 검증해 나가는 능력이 창업의 성패를 가른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VC의 역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에는 자본 제공과 성장 지원이 핵심이었다면, 생성형 AI 확산 이후에는 창업팀이 시장, 고객, 파트너, 인재와 신뢰를 기반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김 대표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시대에는 무엇을 누구와 연결하느냐가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특히 단순한 정보 제공이나 네트워크 소개보다 ‘검증된 신뢰’의 가치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창업팀의 단계와 상황에 맞는 연결을 설계하고, 이를 실제 제품 출시와 고객 확보, 채용과 파트너십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실행력이 VC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생성형 AI 확산이 경제 전반에도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봤다. 자동화와 AI 도입으로 생산과 공급은 쉬워졌지만, 동시에 실제 구매자를 확보하는 문제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과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것 사이의 간극이 커질수록, 초기 단계에서의 판단과 레퍼런스, 신뢰 기반 연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시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반영해 AI 네이티브 창업자를 대상으로 한 극초기 프로그램 ‘바이브랩스(Vibe Labs)’를 론칭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기술 소개보다 실제 배포와 운영을 중심으로 창업팀을 검증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해시드는 오는 30일 서울에서 바이브랩스 오픈 엔트리 세션을 열고, 프로그램의 방향성과 AI 시대 창업 및 투자 환경에 대한 논의를 공유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바이브랩스는 프로그램 자체보다 VC가 어떤 방식으로 창업팀과 연결되고 책임을 나눌 것인가에 대한 실험”이라고 밝혔다.
그는 “AI는 실행의 문턱을 낮췄지만,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며 “VC 역시 자본 제공자를 넘어, 창업팀이 결정적인 연결을 통해 시장에서 검증될 수 있도록 돕는 존재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