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허브’ 홍콩의 이면 “현금 100만 달러 없으면 스테이블코인 못 산다”

입력 2026-01-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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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거래’의 조건은 고액 투자자… 현금 100만 달러가 만든 진입 장벽
투자자 보호보다 자본 통제… 홍콩 규제의 진짜 초점
ID 발급이 아니라 ‘필터링’… 관리 가능한 투자자만 남기는 구조
합법 시장은 좁아지고, 제도 밖 거래는 커진다
홍콩의 선택이 던지는 질문… 리테일 차단이 최선의 해법일까

▲‘가상자산 허브’를 내세운 홍콩 금융시장. 그러나 현지에서는 고액 자산가 중심의 거래 구조가 형성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챗GPT)
▲‘가상자산 허브’를 내세운 홍콩 금융시장. 그러나 현지에서는 고액 자산가 중심의 거래 구조가 형성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챗GPT)

홍콩은 최근 아시아 가상자산 허브를 표방하며 제도권 편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라이선스 제도를 도입하고, ETF·실물연계자산(RWA) 등 금융 상품 확대에 나서면서 규제 친화적 시장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그러나 현지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일반 개인 투자자가 체감하는 홍콩 가상자산 시장의 접근성은 이 같은 이미지와 상당한 간극이 있다.

‘자유로운 거래’의 조건은 PI, 현금 100만 달러가 만드는 진입 장벽

홍콩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앙화 거래소를 통해 자유로운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프로페셔널 투자자(Professional Investor, PI)’ 자격이 사실상 요구된다”는 설명이 나온다. 현지 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금 기준 100만 달러 요건이 리테일 투자자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PI는 홍콩 금융 규제 체계에서 고액 자산가를 의미하는 분류다. 현금성 자산을 기준으로 일정 금액 이상을 보유해야 하며, 부동산이나 차량 등은 요건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 일부 주요 가상자산에 한해 제한적인 현물 거래만 가능하고, USDT·USDC 등 스테이블코인 거래나 파생상품 접근에는 제약이 따른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현재 홍콩에서 제도권 가상자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래소는 HashKey, OSL 등 소수에 불과하다.

규제의 초점은 ‘투자 보호’보다 ‘자본 통제’

이 같은 구조의 배경에는 홍콩 특유의 지정학적·금융적 환경이 자리 잡고 있다. 홍콩은 중국과 다른 금융 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중국 본토 자금이 해외로 이동하는 주요 관문으로 기능해왔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와 연동돼 국경 간 자금 이동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규제 당국이 가장 민감하게 보는 영역이다.

업계에서는 홍콩의 가상자산 규제가 기술 혁신이나 투자 활성화보다는 AML(자금세탁방지)과 자금 흐름 관리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설계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테일 시장을 폭넓게 개방할 경우 방대한 KYC·거래 모니터링 비용과 감독 책임이 발생하는 반면, PI 중심 구조는 관리 대상과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ID 발급이 아니라, 필터링 구조”라는 해석

일각에서는 홍콩의 PI 중심 구조를 두고 ‘신원 확인(KYC)을 강화하기 위한 필터링 장치’라는 해석도 제기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도 형식적으로는 개방돼 있지만 실제로는 고액 자산가만 접근 가능한 자격·신원 체계가 존재해 왔다”며 “홍콩의 PI 제도 역시 거래 허용 자체보다는 식별과 관리가 가능한 투자자 집단만 남기는 구조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는 특정 국적이나 신분증 발급을 의미하기보다는, 규제 당국이 추적·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가상자산 거래를 허용하려는 제도적 선택이라는 해석에 가깝다.

합법 시장은 좁아지고, 제도 밖 거래는 커진다

이 같은 규제 구조는 합법 시장의 안정성을 높이는 대신, 시장 규모와 리테일 참여를 크게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제도권 거래 접근이 어려워질수록 일부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나 제도 밖 거래 채널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특히 현지에서는 VPN을 활용한 해외 거래소 이용, 개인 간(P2P) 거래, 비공식적인 스테이블코인 유통이 병행적으로 존재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홍콩 금융 중심지로 꼽히는 센트럴(Central)과 애드머럴티(Admiralty) 일대에서는 USDT 등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한 비공식 거래 수요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규제가 오히려 거래를 사라지게 하기보다는 제도 밖의 다른 경로로 이동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합법 시장과 비제도권 거래 사이의 괴리가 커질수록 규제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쟁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 던지는 질문, 리테일 차단이 최선의 해법일까

홍콩의 사례는 한국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 역시 스테이블코인과 자본 이동, 투자자 보호를 둘러싼 규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홍콩식 PI 중심 모델은 제도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는 유리하지만, 시장 접근성과 참여 확대라는 측면에서는 분명한 한계를 드러낸다.

결국 핵심은 리테일을 전면 차단할 것인가, 아니면 관리 가능한 범위 안에서 제도권으로 흡수할 것인가에 있다.

홍콩 가상자산 시장의 ‘이면’은 스테이블코인과 리테일 규제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차단과 관리 사이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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