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보안·실사용성 갖춘 도시형 Web3 모델 제시
매스 어댑션 관건은 UX… ‘블록체인 몰라도 쓰는 서비스’ 강조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비단이 추진 중인 Web3 지갑 슈퍼앱 ‘비단주머니’가 도시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디지털 인프라로 확장될 가능성이 제시됐다. 단순한 가상자산 지갑을 넘어 행정·결제·교통·바우처·콘텐츠를 하나의 앱으로 통합하는 ‘도시형 Web3 플랫폼’ 구상이다.
22일 시그니엘 부산에서 열린 Blockchain Week in Busan 2025(BWB2025) 오전 패널토론에서는 비단주머니의 기획 배경과 대중 확산을 위한 조건, 보안 구조, 글로벌 확장 가능성 등이 논의됐다. 토론은 샤드랩의 김호진 대표가 모더레이터를 맡았으며,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의 김상민 대표, 해시드 대표 김서준,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사이버국방학과의 이중희 교수가 패널로 참여했다.
비단주머니는 단순한 내부 프로젝트가 아니라, 민간 금융·블록체인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통합 지갑 모델이다. 비단은 지난 5월 네이버파이낸셜과 해시드와 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사용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고려한 Web2·Web3 연동 구조의 지갑 서비스 구축을 공동으로 추진해 왔다. 기존 간편결제·금융 서비스에 익숙한 이용자 경험을 유지하면서도, 블록체인 기반 자산과 서비스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를 지향한다는 설명이다.
“연결을 넘어 결합으로… 하나의 앱으로 도시를 쓰는 경험”
김상민 대표는 비단주머니의 기획 배경에 대해 “웹의 발전을 창조–연결–결합의 단계로 본다면, 지금은 결합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정, 결제, 송금, 디지털 자산, 민간 서비스가 각기 파편화된 구조에서는 시민의 불편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도시에 존재하는 수많은 서비스와 디지털 자산을 하나의 앱으로 통합해 시민에게 제공한다면, 일상의 삶의 질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비단주머니는 Web3 기술을 전면에 드러내기보다 도시 생활을 자연스럽게 확장하는 기반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어 “부산 시민 330만 명을 넘어, 디지털 부산을 방문하는 수많은 이용자가 하나의 지갑으로 다양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웹3라는 걸 느끼지 않게 만드는 게 매스 어댑션의 조건”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Web3 서비스가 대중화되기 위한 핵심 조건으로 ‘웹3처럼 느껴지지 않는 사용성’을 꼽았다. 그는 “사용자는 기술이 아니라 효용과 경험을 보고 서비스를 선택한다”며 “블록체인이라는 사실을 몰라도 기존 앱을 쓰듯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해시드가 참여한 사례로는 팬 참여형 콘텐츠 플랫폼을 운영하는 모드하우스가 소개됐다. 모드하우스는 해시드가 투자·지원한 프로젝트로, 24인조 아이돌 그룹 tripleS의 운영 과정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팬들은 전용 애플리케이션 COSMO를 통해 멤버 구성과 활동 콘텐츠 등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며, 디지털 포토카드 형태의 NFT 자산을 보유·교환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지갑이나 블록체인 기술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신뢰성·참여형 재미·경제적 보상을 동시에 제공한 점이 매스 어댑션 사례로 언급됐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웹3라는 인식을 주지 않을 정도의 쉬운 사용성과, 이용자가 체감할 수 있는 명확한 효용이 결합될 때 Web3 서비스는 비로소 대중 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갑은 디지털 금고… 전주기 보안과 격리 설계가 핵심”
이중희 교수는 지갑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안 구조를 짚었다. 그는 최근 발생한 국내 대형 해킹 사례들을 언급하며, 기존 보안 체계가 단계별 방어에는 강했지만 거래 전 과정(전주기)에 대한 보호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첫째로는 트랜잭션 생성부터 실행까지 전 과정이 안전한 환경에서 처리되는 전주기 보안이 필요하고, 둘째로는 어느 한 부분이 침해되더라도 피해가 다른 영역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격리 기반 설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완벽한 보안은 존재하지 않는 만큼, 사고를 전제로 한 구조적 대응이 필수라는 설명이다.
“부산을 적용 무대로… 도시형 디지털 자산 활용 방안 제시”
통합 질문에서는 비단주머니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도 논의됐다. 김상민 대표는 부산이 가진 항만·항공·철도·관광 인프라를 언급하며, “도시 인프라를 디지털 자산과 결합하는 것이 가장 빠른 성장 경로”라고 말했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부산을 방문하는 외부 이용자를 대상으로 스마트컨트랙트 기반 디지털 바우처를 제공한다면 자연스러운 서비스 확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특정 조건·장소·기간에만 사용 가능한 프로그래머블 자산을 통해 지역 소비와 방문을 유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중희 교수는 “아무리 보안이 뛰어나도 사용이 불편하면 서비스는 확산되지 않는다”며 “Web2와 Web3를 구분하지 않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가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AI)이 사용자 경험을 보조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패널들은 비단주머니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기술 자체보다 실생활에 스며드는 UX, 신뢰 가능한 보안, 그리고 도시 단위의 실증 사례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