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디지털자산 시장이 완전한 기관 중심 구조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글래스노드(Glassnode)와 글로벌 운용사 파사나라디지털(Fasanara Digital)이 11일 발표한 '2025년 4분기 디지털 자산 기관 보고서(Digital Asset Report: Institutional Perspective Q4-2025)'에 따르면, 이번 사이클(2022~2025) 동안 비트코인으로 유입된 신규 자본은 7320억 달러(약 1000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이전 모든 시장 사이클의 유입 규모를 합친 것보다 큰 수치로, 비트코인이 제도권 금융시장의 핵심 자산으로 편입됐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비트코인 ETF의 확대가 시장 구조 변화의 핵심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들은 현재 총 136만 BTC(전체 공급량의 약 6.9%)를 보유하고 있으며, ETF 자금이 전체 비트코인 순유입의 약 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ETF 일일 거래량은 90억 달러(약 13조)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 중 블랙록(BlackRock)의 IBIT가 절반 이상을 담당했다.
반면 이른바 ‘알트코인 시즌’은 이번 사이클에서 관측되지 않았다. 비트코인 도미넌스 비중은 38%에서 58%로 상승했으며, 이더리움과 기타 알트코인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보고서는 “기관 자금이 높은 유동성과 규제 친화성을 갖춘 자산에 집중되면서 자금이 비트코인으로 쏠렸다”고 분석했다.
현물·파생 시장 유동성도 크게 확장됐다. 주요 거래소의 비트코인 현물 거래량은 일평균 80억(약 12조)~220억 달러(약 32조) 수준으로, 이전 사이클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비트코인 선물 미결제약정(Open Interest)은 679억 달러(약 100조)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하며 기관 주도 시장으로의 전환을 상징했다.
탈중앙 파생상품 시장의 성장도 두드러졌다.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 아스터(Aster), 라이털(Lighter) 등 탈중앙 영구선물(Perpetual) 거래소의 점유율은 전체 파생 거래의 16%까지 상승했다. 월간 거래량은 1조 달러(1473조)를 돌파해 중앙화거래소(CEX)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10월 10일 발생한 이른바 ‘얼리 블랙프라이데이’ 급락 사태에서는 비트코인 롱 포지션이 시간당 6억 4000만 달러(약 1조) 규모로 청산되며 미결제약정이 하루 만에 22% 감소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유동성은 한 시간 내 정상화됐으며 시장 충격은 제한적이었다”며 구조적 안정성이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자산 생태계의 핵심 결제·정산 자산으로 자리잡았다. 주요 스테이블코인 공급량은 2630억 달러(약 390조)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일일 송금액은 2250억 달러(약 330조)에 달했다. 보고서는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시장의 달러화(dollarization)가 더욱 심화했다”고 분석했다.
실물자산 토큰화(RWA) 시장도 빠르게 확대됐다. 전체 토큰화 자산 규모는 전년 대비 세 배 이상 증가한 240억 달러(약 35조)로 집계됐으며, 블랙록의 국채 기반 상품 ‘BUIDL’이 23억 달러(약 3조 4천억)로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토큰화 인프라의 상당수는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운영되고 있다.
기관 보유 비트코인 규모는 총 670만 BTC로 추정됐다. ETF(약 150만 BTC), 중앙화거래소(약 290만 BTC), 상장기업(110만 BTC), 정부 및 기관, WBTC 등 다양한 채널로 분산돼 있으나, 보고서는 “전체 공급량의 상당 부분이 장기 보유 주체에 의해 고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프거래소 정산 솔루션의 활용도도 증가했다. 커스터디 업체 코퍼(Copper)의 ‘클리어루프(ClearLoop, 오프거래소(off-exchange) 정산·커스터디 인프라)’는 10월 정산액이 92억 달러(약 13조)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해킹·변동성 확대 상황에서도 중단 없이 정산을 지원하며 기관의 신뢰를 확보했다.
보고서는 “2025년은 디지털자산이 더 이상 주변적인 투기 자산이 아닌, ETF·스테이블코인·RWA·오프체인 결제 인프라 등을 포함한 완전한 금융시장 인프라로 편입된 해”라며 “시장 구조의 중심축이 리테일에서 기관 중심으로 이동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