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와 온체인이 결합하며 금융 경쟁력이 재정의된다
결제에서 온체인 정산까지… ‘슈퍼 플랫폼 금융’의 본격화
5편: 새로운 금융 질서: 플랫폼이 금융을 삼키다

네이버와 두나무의 결합은 국내 금융 시장의 중심축을 ‘은행 중심 구조’에서 ‘플랫폼 기반 금융 생태계’로 이동시키며 금융 서비스의 설계 방식 자체를 바꾸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이번 결합은 단순한 기업 협업이 아니라, 금융의 진입 지점·데이터 활용 방식·자산 구조·정산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국내 금융 인프라 전반에 ‘새로운 질서’를 도입하는 시작점이다.
■ 금융의 출발점 이동… 데이터·AI 기반 ‘플랫폼 금융’ 시대 개막
국내 금융 생태계는 오랫동안 은행·증권사 중심의 구조에 머물러 있었다. 금융 소비자는 계좌 조회·이체·대출·투자 등 거의 모든 활동을 전통 금융 앱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네이버의 검색·커머스·결제·콘텐츠 등 방대한 사용자 접점과 두나무의 디지털자산·온체인 인프라가 결합하면서 금융 소비가 시작되는 첫 관문이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네이버페이 결제망과 일상 행동 데이터, 업비트의 투자·거래 데이터를 단일 생태계에서 취합할 수 있게 되면 금융 소비자는 은행보다 먼저 플랫폼을 열게 된다. 이는 금융 권력의 중심축이 ‘지점·HTS 중심 금융’에서 ‘데이터·AI 기반 플랫폼 금융’으로 이동하는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금융 소비자가 ‘은행 앱보다 플랫폼 앱’을 먼저 여는 구조는 이제 단순한 전망이 아니라 현실”이라며 “국내에서 그 전환을 가장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는 조합이 바로 네이버×두나무”라고 평가했다.
■ 데이터가 경쟁력을 바꾼다… 행동 데이터와 온체인의 결합
네이버와 두나무가 보유한 데이터는 금융사가 단독으로 구축하기 어려운 종류와 깊이를 가진다. 네이버는 △검색 의도 △커머스 구매내역 △결제 기록 △콘텐츠 소비 패턴 등 일상 행동 데이터를, 두나무는 △투자 성향 △거래 패턴 △지갑 행동 △온체인 자산 구조 등을 확보해왔다.
이 두 데이터셋이 결합하면 금융사는 기존에 신용정보·거래내역 위주로 해왔던 리스크 평가와 상품 추천을 플랫폼에 주도권을 내줄 가능성이 높다. AI가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과 범위가 압도적으로 넓어지기 때문이다.
이 구조는 △개인화된 금융상품 추천 △투자 위험도 분석 고도화 △대출 심사의 정확성 향상 △소비 형태 기반 자산관리 제공 등 기존 금융사가 제공하기 어려운 고도화된 금융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
■ 결제·투자·자산관리의 통합… ‘슈퍼 플랫폼 금융’으로의 확장
네이버와 두나무의 결합은 소비·결제·자산·투자 흐름이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연결되는 ‘슈퍼 플랫폼 금융’ 모델을 가능하게 한다.
네이버페이를 통한 결제 → 커머스 소비 → 업비트 자산관리·투자 → 다시 플랫폼 포인트·리워드 활용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가 구축되는 셈이다.
이 같은 순환이 단일 UX에서 완결되면 금융은 더 이상 은행·증권사 단일 앱에서 조각난 형태로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이는 중국 앤트그룹(‘알리페이’ 기반 초거대 금융 슈퍼앱)·미국 캐시앱(미국의 대표적 ‘올인원 금융 앱’) 모델과 유사해 보이지만, 디지털자산 인프라가 플랫폼의 방대한 데이터 구조와 결합하면서, 기존 금융사나 해외 슈퍼앱과는 다른 형태의 확장 모델이 된다. 단순한 결제·투자 통합을 넘어 플랫폼 데이터와 온체인 인프라가 한 시스템 안에서 작동하는 구조, 즉 플랫폼이 금융의 전 과정을 직접 흡수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되는 것이다.
핀테크 업계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기존 글로벌 슈퍼앱 모델과도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가진 방대한 행동·콘텐츠 데이터와 두나무의 온체인 인프라가 동시에 작동하기 시작하면 기존 금융사들이 확보하기 어려운 확장성이 생긴다”며 “해외 주요 플랫폼이 결제나 송금을 중심으로 금융을 확장한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데이터와 온체인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 금융 모델이 등장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 디지털자산·블록체인 인프라가 금융상품 구조를 재설계한다
두나무가 보유한 블록체인 기술은 네이버가 기존에 구축하지 못했던 금융 인프라를 보완하며 새로운 금융상품 구조를 열어준다. 콘텐츠·웹툰 IP의 수익 토큰화, 커머스 정산의 실시간 처리, 포인트·마일리지의 온체인 자산화, 소액·조각 투자 구조, 스테이블코인 기반 해외결제 등은 모두 기존 금융사가 구현하기 어려운 구조다.
특히 ‘온체인 신용평가’는 △지갑 활동 △보유 자산 구성 △거래 빈도 △리스크 행동 등을 분석해 개인의 금융 위험도를 재정의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금융사의 기존 신용평가 체계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금융상품의 단위가 실물·계좌 기반에서 디지털·온체인 기반으로 이동하는 첫 단계”라고 설명한다.
■ 금융당국의 시각… 플랫폼 금융 확장의 ‘속도 조절 장치’
플랫폼 금융의 확장이 가시화되면서 금융당국도 이번 결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네이버·두나무 결합을 금융과 디지털자산이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첫 대형 사례로 보고 있으며, “증권신고서 단계에서 위험요인과 이용자 보호장치를 강화하라”고 요구하는 등 감독 강화를 예고했다.
감독당국은 특히 금융 안정성·소비자 보호·데이터 독점 등 여러 규제 이슈가 얽혀 있는 만큼, 이번 거래가 금융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을 세밀히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플랫폼 금융 성장 속도를 조절하는 당국의 첫 시그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 결론: 이는 목적지가 아니라 ‘새로운 금융 질서’의 출발점이다
네이버와 두나무의 합병은 금융의 출발점 변화, 데이터 중심 금융 경쟁력 강화, 디지털자산 기반 금융상품 등장, 플랫폼 기반 금융 인프라 구축이라는 흐름을 동시에 촉발하고 있다. 이 결합은 단기 실적 개선을 목표로 한 딜이 아니라, 금융 인프라의 근본적 구조 전환을 준비하는 딜이다.
시장 역시 이번 결합을 “목적지 선언이 아니라 출발점 선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