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3대 자산운용사 가운데 하나인 뱅가드(Vanguard)가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진입을 공식화하면서, 글로벌 ETF 업계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 블랙록(BlackRock), 피델리티(Fidelity)에 이어 뱅가드까지 합류함에 따라 세계 최대 패시브 자산운용사 3곳이 모두 비트코인 ETF 시장에 참여하는 역사적 전환점을 맞이했다.
뱅가드는 그동안 암호화폐 투자에 가장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해온 기관으로 꼽혀왔다. 앞서 뱅가드의 전·현직 경영진은 “암호화폐는 생산성을 창출하지 않는다”며 비트코인 ETF 출시·판매를 거부해왔다. 그러나 ETF 시장 내 경쟁 심화, 고객 투자 성향 변화, 블랙록·피델리티 ETF의 폭발적 성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미국 비트코인 ETF 시장은 블랙록의 IBIT와 피델리티의 FBTC가 주도하고 있다. IBIT는 출시 6개월 만에 글로벌 ETF 역사상 가장 빠른 자금 유입 속도를 기록했으며, 13F 공시를 통해 미국 연기금·기관투자자들의 비트코인 ETF 직접 매입 사실도 확인됐다. 이번 뱅가드의 합류로 기관 자금 유입 경로는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뱅가드의 시장 진입이 비트코인의 ‘코어 포트폴리오 편입’을 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패시브 펀드와 인덱스 펀드를 중심으로 한 뱅가드의 투자 철학 특성상, 대규모 장기자금이 디지털 자산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비트코인 ETF가 기존 S&P500·나스닥100 ETF처럼 글로벌 자산배분의 기본 옵션으로 확장되는 흐름이 형성됐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파급력이 예상된다. 그동안 ‘보수의 성채’로 평가된 뱅가드까지 비트코인을 수용한 만큼, 미국 외 지역에서도 ETF 제도 논의가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홍콩은 이미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했고, 일본·한국 역시 관련 제도 정비를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뱅가드의 결정이 단순한 상품 출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한다. 전통 금융에서 가장 보수적이던 대형 운용사까지 디지털 자산을 포트폴리오 자산군으로 인정한 것이며, 이는 글로벌 자금 흐름의 구조적 변화를 시사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 기관이 모두 들어왔다는 건 비트코인 ETF가 이제 ‘실험’이 아니라 ‘표준’이 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뱅가드의 합류로 글로벌 ETF 시장은 새로운 경쟁 국면에 돌입했다. 비트코인 ETF가 기관·연기금·패시브 자금까지 흡수하는 차세대 주류 상품(Mainstream Asset)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