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은 ‘지배구조+기술요건’… 준비금 실시간 공개·오라클·유동성 규제 제시
2004년 KRX 지분 제한은 ‘독점·지배력 남용’ 우려 대응… 가상자산은 성격 달라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 논의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스테이블코인 발행 은행 지분 51%’ 규칙과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을 두고, 학계와 법조계에서 “지배구조 중심 규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토론회 발제에서 이종섭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 정재욱 변호사는 각각 혁신·경제학, 법적 정합성, 입법 배경 관점에서 현행 논의의 전제와 설계 논리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1% 지분은 집행 편의… 신뢰·런 리스크는 별개
이종섭 교수는 “지배구조 기반 안정성에서 기술 기반 인프라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스테이블코인 규제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당국이 은행 50%+1주 지분 구조를 요구하는 배경으로 감독 편의성과 책임 소재 명확화, 집행력, 위기 대응 채널 확보, AML·KYC 수행 주체가 은행이라는 점 등을 들었다.
다만 이 교수는 지분 구조만으로는 시장 신뢰를 담보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스테이블코인의 핵심은 1:1 상환에 대한 신뢰이며, 의심이 커지면 보유자들의 동시 상환 요구가 급증하는 ‘대규모 환매 쏠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환매 리스크 요인으로 정보 비대칭, 만기 불일치, 네트워크 외부성을 제시하며 “지분 구조는 이를 직접 해결하지 못한다”고 했다.
대안으로는 준비금 투명성 강화(실시간·검증 가능한 공개), 오라클 등 정보 인프라, 환급 수요에 대응할 유동성 규제를 꼽았다. 그는 미국식 MMF 규율을 그대로 가져오기보다 한국 자본시장 특성을 반영한 ‘한국형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주주 지분 제한은 ‘진입규제’… 목적·효과 입증해야
최승재 교수는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을 두고 “내부통제 문제와 지분 제한은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며 규제 목적과 수단의 정합성을 먼저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가 증상을 보고 병명을 확정한 뒤 처방하듯, 무엇을 해결하려는 규제인지부터 명확해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지분 제한이 구조적·사전적 조치인 진입규제 성격을 띠는 만큼, 행위규제로 목적 달성이 가능하면 진입규제를 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분 제한이 투명성이나 시스템 리스크를 실제로 줄이는지 ‘예스’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며, 현재 논의에서 그 연결고리가 충분히 제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재산권 제한을 수반하는 만큼 과잉금지 원칙 등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RX 지분 제한의 입법 배경부터… 가상자산은 성격 달라
정재욱 변호사는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을 논의하려면, 자본시장법 체계에서 거래소 지분 제한 규제가 왜 도입됐는지 입법 배경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시장법상 거래소 지분 제한 규정이 2004년 한국증권선물거래소법 제정 당시 논의로 거슬러 올라간다며, 당시 규제가 단순히 ‘공공 인프라’라는 명분만으로 마련된 것이 아니라 “거래소 지배구조 통합으로 독점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주식회사제 전환과 외부 투자 유치가 결합될 경우, 특정 주주가 지배력을 확보해 거래·청산·결제 기능을 사실상 좌우할 수 있다는 우려를 차단하려는 장치”였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이어 “이처럼 자본시장법상 거래소는 공공성이 제도적으로 인정돼 온 반면, 가상자산거래소는 아직 국가적 인프라로 동일하게 규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가상자산 관련 법체계가 산업 육성보다는 자금세탁방지·불공정거래 규율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거래소 규율(예컨대 지분 5% 제한 등)과 유사한 모델을 기계적으로 이식하거나, 최근 거론되는 ‘15% 안팎’의 지분 상한을 곧바로 적용하는 접근 모두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테이블코인·거래소 규제, 업권 특성 반영한 프레임 필요”
발제자들은 공통적으로 스테이블코인과 거래소 규제를 지배구조 중심의 단일 프레임으로 밀어붙일 경우 시장 신뢰와 혁신을 동시에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스테이블코인은 준비금 투명성·유동성 등 기술·리스크 관리 요건을 강화하고, 거래소는 지분 제한의 목적과 효과를 엄밀히 검증해 업권 특성과 입법 취지를 반영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데 논의가 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