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과세 정보 교환도 본격화
캄보디아 사태 계기로 불법송금·자금세탁 통제 강화
“투명성 확보” vs “혁신 저해”
규제 균형점 찾기 과제

국내외 가상자산 자금 흐름에 대한 통제망이 촘촘해지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스테이블코인을 외국환거래법 체계에 포함하는 한편, 국제 정보교환 협정을 통해 해외 거래 내역을 파악할 준비에 나섰다.
6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국회와 정부는 가상자산, 특히 스테이블코인의 국경 간 거래를 외국환거래법 관리 체계에 편입하는 동시에 국제 공조를 통한 과세 정보 교환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28일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에는 스테이블코인을 법률상 ‘지급수단’으로 포함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정부가 발행한 지폐나 은행권, 주화와 같은 법적 지위를 부여하겠다는 취지다.
박 의원은 "법정통화와 가치가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은 새로운 지급수단으로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현행법상 지급수단으로 인정되지 않아 규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라며 "이로 인해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한 불법 외환거래나 탈세 행위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라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입법 추진의 배경에는 최근 불거진 캄보디아 사태가 있다. 지난달 27일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와 캄보디아 후이원 개런티 간 코인 유출입 규모는 총 128억645만 원에 달했다. 캄보디아 범죄조직이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거래소와 국내 거래소 간에 테더(USDT) 등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비공식 달러 송금망’으로 활용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한국은행도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27일 발표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주요 이슈와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외환·자본 규제를 우회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라고 지적했다. 한은은 "국내 투자자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익명 거래가 가능한 개인 지갑으로 옮긴 뒤 달러 스테이블코인 등 다른 자산으로 바꿔 해외로 옮겨도 현재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다"라며 현행 제도의 허점을 지했다.
국경을 넘는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통제는 국내 법 개정뿐 아니라 국제 공조 차원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이 OECD 글로벌포럼 총회에서 암호화자산 보고체계 다자간 정보교환 협정(CARF MCAA)에 공식 서명하면서다.
이에 따라 각국 과세당국은 2027년부터 상대국 거주자의 가상자산 거래 정보를 매년 정기적으로 교환하게 된다. 국내 거주자가 해외 거래소에서 발생한 소득은 국세청에 자동 통보되면서 세금 회피가 어려워진다. 첫 정보 교환은 2026년도 거래 내역을 대상으로 2027년에 시행될 예정이며, 기획재정부는 이를 반영한 이행규정 제정안을 내달 17일 행정 예고할 계획이다.
업계는 이러한 조치들이 한국이 가상자산 시장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려는 신호로 보고 있다. 그동안 법적 회색지대에 머물렀던 가상자산이 명확한 규제 틀 안으로 들어오면서 시장 투명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다만, '투명성 확보'와 '과도한 규제에 따른 산업 혁신 저해'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자산 산업의 혁신 잠재력을 유지하면서도 불법 자금세탁과 조세 회피를 막을 수 있는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