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선 교수, 최정운 팀장, 감동호 CQO 등 발제자 나서
“QKD∙PQC 통한 완벽한 보안 체계 구축, 글로벌 경쟁력 좌우”
양자컴퓨팅 기술 발전이 블록체인과 금융시스템의 보안체계에 새로운 위협이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금 대부분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금융 인프라가 공개키 암호(PKC)에 기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성능을 갖춘 양자컴퓨터가 기존 암호체계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일각에서는 금융산업의 기회이자 위협이라며 QKD∙PQC 통한 완벽한 보안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양자컴퓨터의 등장 시기’보다는 ‘그 전에 얼마나 빠르게 보안 체계를 전환하느냐’가 핵심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더불어민주당 이주희∙이강일 의원이 주최하고 미래양자융합포럼(FQCF)과 한국양자산업협회(KQIA)가 주관한 ‘양자기술 국회 연속세미나 – 제3차 금융분야’가 29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세미나에는 국립부경대 컴퓨터인공지능학부 한영선 교수와 SK텔레콤 퀀텀테크팀 최정운 팀장, 메가존클라우드 김동호 CQO가 발제를 맡았다.
초고속 연산과 절대 보안을 가능하게 하는 양자기술은 단순한 미래 과학의 영역이 아닌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 핵심 전략 자산으로 떠올랐다. 특히 양자컴퓨팅을 활용한 초고속 위험 관리와 포트폴리오 최적화, QKD와 PQC를 통한 완벽한 보안 체계 구축은 대한민국 금융의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이강일 의원은 “AI는 데이터와 프로그램 집합체인 만큼, AI와 연동되는 금융시스템 역시 디지털자산으로써 보안성이나 속도 등 과학적 틀을 완성시킨다”고 운을 떼며, “이번 세미나가 글로벌 양자기술 활용 전망과 암호기술의 최신 동향이 대한민국 금융 산업이 나아가야 할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양자컴퓨팅, 소요시간 등 금융산업 근본적 한계 극복
국립부경대 컴퓨터인공지능공학부 한영선 교수는 ‘글로벌 금융분야 양자기술 활용 및 전망’을 주제로 발표하며 “양자컴퓨팅은 기존 컴퓨터가 수일, 수주 동안 소요하던 문제를 수 초 내에 해결해 금융 산업의 근본적 한계를 극복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포트폴리오 최적화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실시간 사기 탐지를 금융산업에서 양자기술이 필요한 이유로 꼽았다.
먼저 양자기술은 최적의 포트폴리오로 자산 수 증가에 따른 지수적 복잡도를 해결한다. 또 파생상품 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수백만 번 반복하는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속도를 획기적으로 올리는 데다 대용량 거래 데이터에서 미세한 이상 패턴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금융 사고도 예방한다.
양자컴퓨팅을 도입하는 글로벌 금융기관도 늘고 있다. 전반적으로 공공기술에 대한 투자다.
미국 금융권 핵심 플레이어인 JP모건은 파생상품 결정 및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위한 개념검증(PoC) 완료했으며, 골드만삭스는 양자 가속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실증에 양자컴퓨팅을 활용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탈리아 최대은행 인테사 상파울로(Intesa Sanpaolo)가 가변양자회로(VQC) 기반 50만 건의 트랜잭션으로 실시간 사기탐지를, 스페인 상업은행 BBVA는 수백만 개의 조합을 동시에 처리하는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진행 중이다. 중국 오리진 퀀텀이나 바이두 등도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거나 기업 차원에서 활용하기 위한 투자가 활발하다.
한 교수는 “AI 기술에 대한 투자가 활발한 한국에서도 양자기술 중 양자머신러닝(QML)이 각광받고 있다”며 “보이스피싱이 등 금융과 관련된 사기 피해 예방에 QML을 적용하는 등 양자 AI 기술은 굉장히 유망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술적 한계성도 지적했다. ‘양자기술’과 ‘금융’을 융합한 전문 인재가 부족하다는 게 한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2028년 얼리 PQC 시대로 넘어면서 2030년 이후 양자컴퓨터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여기에 맞춰 국내 금융산업 양자컴퓨팅 관련된 로드맵 수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산업 혁신 vs 암호체계 무너뜨릴 가능성 존재
SK텔레콤 퀀텀테크팀 최정운 팀장은 ‘QKD+PQC 양자보안 동향’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양자컴퓨터는 다양한 산업에서 혁신을 가져올 기술”이라고 기대를 표하면서도 “현대 암호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양면성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인터넷뱅킹, 전자서명, 가상자산지갑 등에 사용되는 RSA와 타원곡선암호(ECC)는 소인수분해나 이산로그 문제를 계산하기 어렵다는 점을 전제로 안전성을 확보한다. 그러나 양자컴퓨터에서는 ‘쇼어 알고리즘’(Shor’s Algorithm)을 활용해 이런 계산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게 최 팀장의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2030년 전∙후로 공개키 기반 암호체계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무력화 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러나 최 팀장은 “(양자기술은)아직 해킹이 가능한 수준이 아니”라며 충분한 성능의 양자컴퓨터가 기존 암호체계를 실질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시점은 Q-데이(Day) 이후라고 주장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Q-데이가 오면 그때 대응책을 마련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2030년까지 4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라며 “장기간 기밀성을 유지해야 하는 금융정보나 국가 기반시설 데이터는 지금부터라도 양자내성 보안체계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최 팀장은 여기에 대응할 핵심 기술로 양자키분배(QKD)와 양자내성암호(PQC)를 꼽았다.
‘QKD’는 양자역학을 이용해 암호키를 안전하게 전달하는 기술로 현재 상용화된 대표적인 양자암호 기술이다. 다만, 구축 비용이 높아 국가 기반 망이나 핵심 통신망 등 제한된 분야에 우선 적용 중이다.
‘PQC’는 양자역학을 활용하는 기술은 아니지만, 양자컴퓨터의 공격에도 안전하도록 설계된 새로운 방식의 PKC다.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대안으로 여겨진다.
업계에서는 양자컴퓨터가 블록체인을 위협하는 시대는 피할 수 없는 미래라고 입을 모은다. 최 팀장은 “위협이 현실화되기 전에 PQC와 QKD를 비롯한 차세대 암호체계를 얼마나 신속하게 도입하느냐에 따라 금융과 블록체인 산업의 보안 경쟁력이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보며 “QKD와 PQC를 결합한 안전성 극대화, 망 특성에 따른 혼합 사용으로 효율성 강화 등 하이브리드 양자암호 네트워크 구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부 차원의 규제 샌드박스 시행 촉구
한편 메가존클라우드 김동호 CQO 역시 ‘Quantum Finance 시대, 대한민국 금융 경쟁력의 새로운 기회’를 주제로 한 발제하며 “양자컴퓨팅은 금융산업에서 기회이자 위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양자컴퓨팅 기술을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기회로 보았다.
특히 그는 양자기술 상용화 시대가 도래했다고 주장했다. 김 CQO에 다르면 지난해만 해도 민간시장에서 100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이뤄졌다. 전년 대비 거의 45배가 증가한 셈이다. 그는 “결국 기술 혁신의 변곡점으로 전환된다는 게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CQO는 정부 차원의 투자나 규제 샌드박스 등을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지난 5년을 돌아보면 대학교나 연구소에 대한 투자와 글로벌 협력이 어느 정도 잘 되고 있지만, 기업의 경우 일본 등 선도 국가와 비교하면 열악한 상황”이라며 “양자컴퓨팅과 양자암호 기술을 함께 육성하고 규제 샌드박스와 기업 지원 정책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