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지분 경쟁도 가속…“디지털자산 금융 프론트엔드 선점 위한 사전 경쟁”
해외 재단 전략도 변화…거래량 확보보다 금융기관·대기업 파트너십 중요해져

타이거리서치는 지난달 28일 발간한 「2026년, 한국 기관들의 암호화폐 시장 진출 총정리」 보고서에서 한국 암호화폐 시장에 진출한 150개 기관과 196건의 협력 관계를 추적·분석한 결과, 국내 기관 경쟁이 단순 시장 선점을 넘어 규제 설계와 주도권 확보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암호화폐 기관 시장은 특정 기관이 독점적으로 지배하는 구조라기보다, 여러 진영이 동시에 생태계를 구축하는 초기 경쟁 국면에 놓여 있다. 타이거리서치는 “아직 시장을 독점적으로 지배하는 허브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규제가 확정되기 전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다발적 진영 구축이 진행 중”이라고 진단했다.
STO·스테이블코인·수탁 중심으로 기관 경쟁 본격화
현재 기관 경쟁은 토큰증권(STO), 스테이블코인, 수탁이라는 3대 축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STO 부문에서는 코스콤이 신한투자증권 연합과 함께 앞서고 있고, 미래에셋증권은 해외 독자 노선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테이블코인 영역에서는 카카오 그룹의 ‘슈퍼월렛’, 신한카드의 솔라나 제휴, 두나무의 자체 블록체인 ‘기와(GIWA)’ 기반 사업 등이 주요 사례로 거론됐다.
다만 보고서는 한국은행이 CBDC 프로젝트 ‘한강’에서 발행 주체 가이드라인을 아직 내놓지 않은 만큼,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둘러싼 경쟁이 향후 가장 큰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발행 주체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오는 순간 가장 촘촘한 대중 접점을 확보한 진영이 시장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거래소 지분 경쟁 가속…금융 프론트엔드 선점전
거래소 지분 인수 경쟁도 가속화되고 있다. 하나은행은 두나무 지분 6.55%를 약 1조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고, 한화투자증권은 보유 지분 3.90%와 삼성증권·삼성SDS·삼성카드가 보유한 합산 지분 4.0% 취득을 공표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코빗 지분 92.06%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타이거리서치는 이 같은 거래소 지분 경쟁을 단순한 투자나 인수합병이 아니라, 스테이블코인·수탁·STO·실물연계자산(RWA) 상품 유통과 데이터 확보, 고객 접점 재편까지 포함한 사전 경쟁으로 해석했다. 향후 디지털자산 금융 프론트엔드를 누가 장악할 것인지가 현재의 지분 경쟁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 솔루션 의존 한계…국내 기술 인프라 필요성 부각
보고서는 국내 기관들이 사업 구조는 빠르게 짜고 있지만, 핵심 기술 인프라 상당 부분을 해외 솔루션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했다. 시장이 커질수록 기술 이용료가 해외로 유출될 수 있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나 STO 유통 규칙처럼 한국 고유의 규제 환경에 맞춰야 하는 영역에서는 글로벌 솔루션을 그대로 도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한국은행 CBDC 프로젝트 ‘한강’ 주사업자인 LG CNS, 기관용 온체인 API 플랫폼을 제공하는 DSRV, 기관용 블록체인 인프라를 설계하는 알투스(Altus) 등을 거론하며 국내 기술 기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인 정비, 자금 이동 규칙, 기술 거버넌스를 한국 규제 환경에 맞게 직접 설계하고 통제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해외 재단 전략도 변화…거래량보다 제도권 파트너십
시장 구조 변화는 해외 암호화폐 재단의 한국 진출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고서는 솔라나가 신한카드의 파트너로 채택되고, 아발란체가 미래에셋의 파트너로 채택된 사례를 들며 해외 재단들의 주요 목표가 거래소 상장과 거래량 확보에서 제도권 금융 파트너십 확보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5대 거래소 합산 거래대금이 전년 동기 대비 약 48% 감소한 가운데, 대형 금융지주들이 거래소 지분 확보에 나서면서 과거처럼 커뮤니티 밈이나 개인 유동성만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방식은 더 이상 주효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해외 재단 입장에서도 금융기관·대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제도권 접점을 확보하는 전략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김정호 타이거리서치 연구원은 “지금의 파트너십 경쟁은 시장 선점을 넘어선 규제 설계전에 가깝다”며 “제도가 정비되기 전 자신들에게 유리한 구도를 선점하고, 그 구도가 향후 규제의 기준이 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포지셔닝”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