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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상자산 시장, 리테일은 식고 기관 움직인다"

입력 2026-04-1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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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가능 이용자 1133만 명에도 신규 유입·거래 활력은 둔화
거래소 재편·GTM 변화·빌더 이동…시장 내부 구조도 빠르게 변화
원화 스테이블코인 주도권 경쟁 본격화…입법과 한은 기조가 변수

▲타이거리서치 ‘2026 한국 암호화폐 산업 가이드’ 표지 이미지. 국내 암호화폐 시장이 리테일 중심에서 기관 주도 전환기로 이동하고 있음을 조망한 보고서다. (사진제공=타이거리서치)
▲타이거리서치 ‘2026 한국 암호화폐 산업 가이드’ 표지 이미지. 국내 암호화폐 시장이 리테일 중심에서 기관 주도 전환기로 이동하고 있음을 조망한 보고서다. (사진제공=타이거리서치)

리테일 둔화, 숫자는 늘었지만 활력은 꺾였다

국내 암호화폐 시장이 리테일 중심 국면에서 기관 주도 전환기로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투자자 수는 여전히 1000만 명을 웃도는 대형 시장이지만 신규 유입과 거래 활력은 둔화하는 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거래소 재편, 기관 중심 인프라 경쟁은 오히려 빨라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타이거리서치가 10일 발간한 ‘2026 한국 암호화폐 산업 가이드’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국내 원화 거래소의 거래 가능 이용자는 1133만 명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증가율은 2024년 하반기 24.7%에서 2025년 상반기 11%, 하반기 5.2%로 빠르게 둔화했다. 같은 기간 일평균 거래규모는 5조4000억 원으로 상반기 대비 15% 줄었고, 거래소 영업손익도 38% 급감했다. 참여자 수는 늘었지만 실제 거래는 줄어든 셈이다.

▲국내 원화 거래소의 거래 가능 이용자는 2021년 하반기 570만 명 수준에서 2025년 하반기 1113만 명까지 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증가세는 이어졌지만 시장 활력은 둔화하는 흐름도 함께 나타났다. (사진제공=타이거리서치)
▲국내 원화 거래소의 거래 가능 이용자는 2021년 하반기 570만 명 수준에서 2025년 하반기 1113만 명까지 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증가세는 이어졌지만 시장 활력은 둔화하는 흐름도 함께 나타났다. (사진제공=타이거리서치)

보고서는 이런 변화의 배경으로 국내 증시 강세를 짚었다. 코스피가 2025년 1월 2400선에서 2026년 2월 6300선을 돌파하면서 암호화폐와 주식시장 거래대금 격차가 크게 벌어졌고, 이는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완전히 사라졌다기보다 투자자 선택지가 넓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거래소·GTM·빌더 생태계까지 내부 구조도 재편

시장 구조 변화는 거래소 업계에서도 감지된다. 국내 거래소 시장은 여전히 업비트와 빗썸이 합산 점유율 약 87%를 차지하는 양강 체제지만, 규제 압박과 인수합병 이슈가 맞물리며 재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합병 논의, 빗썸의 일부 영업 제재 여파, 미래에셋의 코빗 인수 이후 실물자산 토큰화 유통 구상 등이 주요 변수로 꼽혔다.

한국 시장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GTM 대행업 역시 변곡점에 놓였다는 평가다. 그간 재단들은 한국 시장의 로컬 운영과 커뮤니티 관리 역량을 이유로 GTM 대행사를 활용해왔지만, 이제는 이른바 ‘한국 플레이북’이 업계 전반에 퍼지면서 차별화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일부 재단은 KOL과 직접 계약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고, KOL들이 직접 그룹을 꾸려 대행사 형태로 움직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보고서는 TGE 지연에 따른 예산 축소와 단기 계약 구조의 한계가 겹치며 차별점 없는 대행사는 생존이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가장 큰 변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주도권 경쟁

가장 치열한 주도권 경쟁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관련 법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은행권과 핀테크, 플랫폼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파트너십과 컨소시엄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은 은행 과반 지분의 컨소시엄 중심 허용을 선호하는 반면, 민주당 TF는 핀테크·플랫폼에도 발행권을 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한·하나금융, KB금융,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주요 금융사들이 각자 발행 기술과 유통망 선점에 나선 가운데, 입법 방향과 한국은행의 CBDC 중심 기조가 시장 판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제시됐다.

빌더 생태계도 예전과 달라졌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국내에 여전히 숨은 빌더들이 적지 않지만, 테라-루나 사태 이후 한국 프로젝트라는 정체성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짚었다. 여기에 웹3 개발 경험을 가진 인력들이 AI 에이전트나 온체인 AI 인프라 등으로 이동하면서 순수 암호화폐 빌더 풀 자체도 얇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대학 학회는 인재 양성과 업계 네트워크의 핵심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서울대 디사이퍼, 카이스트 오라클 등은 단순 스터디를 넘어 리서치 발표와 프로덕트 피칭, 해커톤을 운영하며 학생뿐 아니라 개발자, 기획자, 금융권 종사자까지 함께 참여하는 구조를 갖췄다. 글로벌 체인들이 한국 학회를 적극 지원하는 배경도 이 같은 인재 확보와 빌더 양성 기능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투자자 수보다 시장 구조를 먼저 읽어야 할 때

종합하면 한국 암호화폐 시장은 리테일 피로 누적과 거래 둔화 속에서도 기관 주도의 새 판이 짜이는 중이라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거래소 재편, 빌더 이동, 인재 생태계 재구성까지 여러 축에서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이제는 단순한 투자자 수보다 시장 구조 자체를 먼저 읽어야 할 시점이라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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