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시드의 싱크탱크 해시드오픈리서치(HOR)가 한국 금융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신기술 도입 자체보다 이를 바라보는 사고방식과 학습 구조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해시드오픈리서치는 15일 ‘대한민국 디지털 G2 비전을 위한 학습 플랫폼: 탈학습과 재학습을 통한 디지털·AI 경제 설계’ 보고서를 통해 한국 금융이 신기술 도입 과정에서 겪는 인식 장벽을 넘어서기 위해 새로운 학습 구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한국 금융권이 디지털 G2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역량으로 ‘탈학습(Unlearning)’과 ‘재학습(Relearning)’을 제시했다. 기존 금융 시스템과 제도적 관성에 기반한 사고 구조를 벗어나 디지털 자산과 실물자산 토큰화(RWA), 스테이블코인 등을 새로운 시각에서 재해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9월 열린 ‘이스트포인트: 서울 2025(EastPoint: Seoul 2025)’에서 이뤄진 논의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HOR은 당시 논의를 통해 한국 금융권이 기술 채택 여부를 따지는 단계를 넘어, 기술을 활용해 미래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로 논의의 축을 옮겨야 한다고 봤다.
보고서는 미국 사례도 함께 짚었다. HOR에 따르면 미국은 탈학습과 재학습 과정을 거치며 디지털 자산을 빠르게 국가 전략으로 편입하고 있다. 해리 정 전 미국 대통령 디지털 자산 자문위원회 부국장은 미국 역시 한때 제도 정비 지연으로 기업 이탈을 겪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세계의 크립토 수도’를 내세우며 디지털 자산을 글로벌 금융 리더십 확보의 핵심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기술 도입 여부를 묻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HOR 관계자는 “미래 금융 경쟁은 기술 경쟁이 아니라 학습 경쟁”이라며 “글로벌 금융기관이 이미 디지털 자산 생태계를 스스로 설계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것인지를 묻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관의 디지털 자산 시장 참여를 위해서는 기술력뿐 아니라 거버넌스 체계가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HOR은 규제의 확실성, 외부 감사 가능성, 책임 있는 실행 구조 등이 기관 신뢰의 핵심 요소라고 분석했다.
이스트포인트 행사에 참석한 비트고(BitGo)와 한국디지털에셋(KODA)은 기관 신뢰가 거버넌스와 감독 시스템, 규제 준수, 운영 관리 역량을 통해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아이겐레이어(EigenLayer)와 칸톤 네트워크(Canton Network)는 블록체인이 기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오류 복구 가능성, 책임 기반 구조, 내재적 프라이버시 프레임워크를 갖춘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김서준 해시드 대표가 제시한 ‘디지털 시민권(Digital Citizenship)’과 ‘보편적 기본소유(Universal Basic Ownership)’ 개념도 조명했다. 인공지능(AI) 시대에는 국가와 개인의 관계, 경제적 분배 모델이 근본적으로 재정의돼야 하며, 디지털 네트워크 기반의 자산 및 소유 구조에 더 많은 참여자가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 질서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HOR은 이스트포인트를 기존 블록체인 행사와 다른 ‘웹3형 학습 플랫폼’으로 평가했다. 정책 입안자와 금융기관, 학계가 민감한 현안을 논의하는 프라이빗 라운드테이블 중심 구조를 통해 단순 정보 전달을 넘어 사고 전환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해시드 관계자는 “참가자 503명, 연사 63명, 비즈니스 미팅 50건 이상이라는 수치는 실질적 논의와 연결이 동시에 이뤄졌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이스트포인트는 정책, 산업, 학계가 함께 디지털 자산 시대의 미래와 방향을 구조적으로 논의한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