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내 자금 순환 본격화…생태계 선순환 조짐

3분기 국내 비상장 블록체인 기업에 대한 투자가 전 분기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특정 시기에 편중됐던 투자 흐름이 완화되고,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기존 가상자산 사업자도 벤처캐피탈(VC) 투자자로 나서며 벤처 생태계 내 ‘자본 순환’ 구조가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21일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3분기 비상장 블록체인 기업 투자 규모는 전 분기 대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이 전날 발간한 ‘비상장기업 투자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투자를 유치한 비상장 블록체인 기업은 총 5곳으로, 비공개 건을 제외한 투자 규모는 500억 원을 웃돈다.
구체적으로, 블록체인 인프라 전문 기업 DSRV는 7월 16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DSRV는 이달 140억 원을 추가로 확보하며 총 3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블록체인 기반 엔터테인먼트 그룹 모드하우스도 8월 21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완료하는 등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이는 2분기 투자 실적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2분기에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 스포츠 게임 개발 기업 라이언로직과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 온블록 총 두 곳이 투자를 받았고, 규모는 각각 7억 원, 61억 원으로 총 68억 원에 불과했다. 투자 시기 또한 5월에만 집중됐다.
이번 분기에는 투자 대상 기업의 업종이 다양해졌다. 블록체인 인프라, 엔터테인먼트 그룹뿐 아니라 가상자산 지갑 서비스 ‘월렛원’, 디지털 금융 플랫폼 ‘오픈에셋’ 등으로 투자 온기가 확산됐다. 투자 시기도 7월부터 9월까지 고르게 분포하며 시장의 꾸준한 관심을 방증했다.
헥토그룹 지주사인 헥토이노베이션에 인수된 가상자산사업자(VASP) 월렛원의 사례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헥토그룹은 월렛원 인수 이후 자회사 헥토이노베이션의 보안 기술과 헥토파이낸셜의 뱅킹·결제대행(PG) 서비스를 결합해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금융 생태계 확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를 넘어 사업 시너지를 겨냥한 전략적 행보로 평가된다.
또한, 가상자산 업계 내에서도 VC 투자에 나서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투자 법인 두나무앤파트너스는 8월 솔로몬랩스와 유쾌한프로젝트에 잇따라 투자했다. 이는 가상자산 사업자가 자체 서비스 운영에 그치지 않고, 벤처 생태계 전반으로 자본 공급 역할을 확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두나무앤파트너스는 2018년 설립 이후 꾸준히 투자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 금융, 헬스케어 등 융합 산업에 초점을 맞춰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왔으며,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술과의 접점을 모색하는 기업들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이 성숙 단계에 들어서면서, 초기 투자로 성장한 기업들이 이제는 투자자로서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라며 “이는 블록체인 산업이 구조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