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규제 체제가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과 함께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를 아우르는 새로운 규제·통화 프레임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민간 혁신과 공공 신뢰가 균형을 이루는 '이원화 구조'를 통해 글로벌 활용성과 금융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재수 전 금융위원회 국장은 9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업비트D컨퍼런스2025(UDC 2025)'에 참석해 "현재 한국의 디지털 자산 규제는 행정명령 및 법적 기반을 갖추고 있지 않은 2017년 보도자료에 기반을 둔 체제"라며 "규제는 가상자산 공개(ICO) 및 외국 기업의 가상자산 관련 활동 금지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적 금지를 포함해 가상자산 업체의 금융기관 접근을 억제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새로운 금융감독 수장의 취임과 가상자산 2단계 법안 논의 등과 맞물려 이러한 규제 체제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업계에 형성돼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종섭 서울대학교 교수는 "규제를 마련하면서 단순히 특정 자산에 대한 법안이 아니라, 전체 가상자산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중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시장의 학습 효과와 혁신 동력에 맡기는 규제 환경을 조성해 다양한 사업자들이 등장하고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종완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과거 금융기관의 가상자산 시장 접근을 제한했던 기조에서 벗어나 새 정부 들어 법인 투자 허용 등 점진적, 단계적인 시장 개방 움직임이 포착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런 변화 속에서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규제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술 중립성 유지(기술 자체보다 파생 리스크 규제) △동일 활동-동일 위험-동일 규제(공정 경쟁 보장) △거시경제 및 금융시장 안정성, 자금세탁 방지 총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관한 제언도 나왔다. 이종섭 교수는 비 기축통화국인 한국의 특성을 고려해 민간 혁신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원화 사용 범위 확장과 중앙은행(CBDC)을 통한 금융 불안정성 대비라는 '최적의 이원화 구조'를 제안했다.
이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발행자의 재무 건전성 및 금융 소비자 보호 테두리 내에서 활용 사례는 시장의 혁신과 노력에 맡겨야 한다"0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거주 소비자나 방한 관광객 등 '아웃바운드 수요'를 찾아야 한다"면서 "이는 K-팝이나 K-유형 자산에 기반을 둔 토큰 증권 등 혁신 금융 상품과 연계될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한국은행 CBDC는 퍼블릭 블록체인과의 상호 운용성을 확보한 프라이빗 체인으로 구축해 국내만 사용하는 '갈라파고스화'를 막고 외부와 소통하는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윤종완 전 수석은 "정부와 민간이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시장 선택을 통해 미래 통화 제도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BDC는 신뢰와 공신력을 가지지만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도 있는 반면, 민간 스테이블코인은 혁신을 이끌 수 있어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