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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승식 타이거리서치 센터장 “2027년은 꿈과 현실 확인하는 시간”

입력 2026-11-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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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국내 토큰화·스테이블코인 360조원 전망…제도 개방·사업 효용이 변수
기관 수요는 수탁·투자에서 확장…스타트업은 지갑·보안 등 틈새 공략
체인 생존 경쟁·자동화 보안 과제 지적…초기 비용 견딜 지속 투자 강조

▲윤승식 타이거리서치 리서치센터장이 넥스블록과의 인터뷰에서 디지털자산 산업 전망과 기관 시장의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손기현 기자)
▲윤승식 타이거리서치 리서치센터장이 넥스블록과의 인터뷰에서 디지털자산 산업 전망과 기관 시장의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손기현 기자)

윤승식 타이거리서치 리서치센터장은 2027년 아시아 디지털자산 산업이 기대와 실제 사업 성과의 차이를 확인하는 시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기관과 기업의 관심이 기술검증(PoC)에서 사업화로 옮겨가는 가운데, 초기 비용과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견디며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지가 이후 성장을 좌우한다는 진단이다.

윤 센터장은 지난달 30일 넥스블록과의 인터뷰에서 내년을 “꿈과 현실이 만나는 시간”으로 표현했다. 자산을 블록체인으로 옮기는 온체인 전환에 가치는 있지만, 제도 마련과 인프라 구축만으로 수익이나 고객이 따라오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PoC에서 사업화로, 360조원 시장의 조건

지난 7월 인터뷰에서 국내 시장이 PoC를 넘어 산업 형성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고 평가했던 그는 최근 금융기관의 질문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윤 센터장은 “금융기관들이나 산업 쪽에서는 PoC를 어떻게 사업으로 연결할까라는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의 기초 개념을 설명하던 세미나에서 이제는 각 기관이 무엇을 어떻게 실행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이 늘었다는 것이다.

투자의 방향에서도 같은 변화를 읽었다. 윤 센터장은 루트데이터(RootData)와 함께 살펴본 3분기 투자 동향을 언급하며, 토큰 중심의 초기 프로젝트에서 인허가·수탁·기관 연계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등 금융기관에 필요한 기능을 갖춘 기업으로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드·시리즈 A 이후 후속 투자와 금융기관의 사업 목적에 맞춘 전략적 투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타이거리서치가 제시한 2030년 국내 토큰화 자산·스테이블코인 시장 360조원 전망 역시 이런 변화가 실제 사업으로 이어진다는 조건을 담고 있다. 타이거리서치는 지난달 17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토큰화 자산 315조원, 스테이블코인 45조원을 합친 잠재 시장 규모를 제시했다. 글로벌 시장 전망에 한국의 경제 규모를 반영한 추정치로, 제도 정비 시점과 허용 범위에 따라 실제 성장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

윤 센터장은 전망의 가장 큰 변수로 제도 개방 속도를 꼽았다. 기관용 사모 머니마켓펀드(MMF) 등 초기 토큰화 상품만으로 큰 판매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만큼, 비용 절감과 업무 효율, 해외 시장과의 연결 가능성을 함께 검증해야 한다고 봤다. 기업이 이런 효용을 확인하고 후속 사업을 요구하면 제도 확대를 앞당기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개인은 토큰화 주식, 기관은 수탁·투자부터

개인투자자에게 먼저 주목받을 토큰화 상품으로는 주식을 꼽았다. 토큰화 여부와 관계없이 금융자산의 본질은 같으며, 일반 투자자가 이미 익숙하게 접한 자산인지가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MMF 역시 스테이블코인 등을 뒷받침하는 준비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대상으로 봤다.

국내 투자자의 선택은 공급되는 상품이 더 다양한 해외 자산으로 향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다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자산에 관심이 집중되는 장세에서는 수요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주식을 토큰화한 상품과 주식 가격에 연동된 무기한선물 등 파생상품도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짚었다.

기관 시장에서는 자산 보관과 투자 수요가 먼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윤 센터장은 국내 법인 시장이 열리는 시점에 대해 “내년 하반기 정도에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후 수탁과 가상자산 투자·중개를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결제와 기업 자금 관리 등으로 활용이 넓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수탁업의 역할도 확장될 것으로 봤다. 토큰을 보관하고 거래를 지원하는 데서 나아가 디파이 전략과 토큰화 금융상품을 다루게 되면, 운용 지시에 따라 자산을 이동하고 관리하는 기능이 필요해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수탁사들이 보관 외의 서비스를 확대하며 신탁 기능으로 나아가려는 흐름을 지난해 말부터 관찰했다고 말했다.

상품 제작·판매·보관 등 금융 기능을 나누는 필요성도 강조했다. 한 주체가 모든 업무를 맡으면 파산 위험과 책임 범위가 불분명해질 수 있는 만큼, 금융상품이 복잡해질수록 역할 분담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시각이다.

국내 은행의 진출 방식에 대해서는 기존 수탁사를 인수하기보다 자체적으로 사업을 구축할 가능성을 더 높게 봤다. 여러 금융기관이 참여한 수탁사의 복잡한 주주구조와 은행이 기존에 쌓은 금융업무 역량 등을 근거로 들었다. 수탁사 지분을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 향후 해당 회사를 반드시 인수하거나 활용할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스타트업은 금융기관이 채우지 못한 기능에 주목

전통 금융기관의 진출은 스타트업의 사업 기회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윤 센터장은 “스타트업들한테 기회는 거의 없어졌다고 생각한다”며 기존 기업을 대체할 수 있었던 초기의 기회가 크게 줄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스타트업의 경로를 기존 기업의 대체, 기존 기업과의 공생, 기존 기업에 대한 기술·서비스 공급으로 나눴다. 블록체인 분야에서는 거래소처럼 자리를 잡은 사례가 있지만 기존 산업을 대체한 기술 스타트업은 많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제는 금융기관이 이미 확보한 기능 사이에서 남아 있는 수요를 찾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JP모건·피델리티·프랭클린템플턴 등은 플랫폼뿐 아니라 고객 접점과 영업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스타트업이 현실적인 기회를 찾으려면 시장의 가치사슬을 그린 뒤 기존 사업자가 확보한 기능과 비어 있는 부분을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갑과 지갑 보안 솔루션, 기존 토큰화 플랫폼의 운영을 돕는 서비스 등이 그 예다.

스타트업의 기회 축소를 가상자산공개(ICO)의 어려움만으로 설명하는 데에도 선을 그었다. ICO는 자금 조달 수단이며 사업 기회 자체와는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거 ICO 시장은 전문 벤처투자자가 감수하던 고위험 초기 투자를 일반 개인이 부담한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독자 체인의 필요성 재점검, 기능과 비용으로 선택

블록체인 인프라에서는 독자 체인을 계속 운영해야 하는지 따져보는 과정이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토큰은 앱에서 쓰는 재화나 여러 기능을 제공하는 수단이 될 수 있으므로, 토큰이 있다고 자체 체인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윤 센터장은 체인 운영에 연간 10억원가량이 들 수 있다고 추산하며 비용 부담을 지적했다. 클라우드와 메신저 시장이 소수 사업자 중심으로 정리된 사례를 들며, 장기적으로는 체인도 10개 내외만 있어도 충분할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현재를 체인 생태계의 선별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다.

체인 선택에서는 국내외 구분이나 레이어 1·2라는 기술적 분류 자체보다 사업 적합성을 강조했다. 이더리움의 규모, 솔라나의 속도·유동성, 캔톤의 기관 활용 환경처럼 체인별 특성을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 개발한 체인은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와 한국어 소통, 도입 지원 등이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레이어 2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독자적인 운영 환경을 구현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는 점도 짚었다. 기반 체인의 보안과 처리 구조를 활용하는 이점이 있는 만큼, 레이어 1인지 2인지보다 실제 기능과 보안, 운영 역량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온체인 금융·AI 결제, 편의성과 보안 함께 검증

온체인 금융의 사업화가 진행될수록 이를 뒷받침할 보안과 신뢰도 중요한 조건이 된다고 봤다. 윤 센터장은 최근 잇따른 해킹을 이런 신뢰를 시험하는 문제로 꼽았다. 자산을 프로그래밍해 다양한 금융상품과 담보로 활용하는 기능이 장점이지만, 신뢰할 만하다고 여겨진 참여자에게도 사고가 발생하면 자동화 자체가 위험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결제에 대해서도 편의성과 위험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 처리가 자동화되고 암호자산 인프라와 연결될수록 이용자가 직접 통제하는 과정에서 멀어지고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지점도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용자는 위험을 간과하거나 잊고 편리함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어 활용은 계속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2027년 시행착오를 견뎌야 다음 성장이 보인다

싱가포르와 홍콩에 대해서도 규제 환경에서는 앞서 있지만 일상적인 활용을 넓히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스테이블코인이 네이버페이처럼 익숙한 결제 수단이 되기까지는 추가적인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행 단계에서는 오히려 잡음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자산을 토큰화하면 해외 기관투자자와 쉽게 연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실제로는 충족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온체인에서도 영업과 고객 확보가 필요하며, 기술 도입 자체가 수요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기업이 효용을 체감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윤 센터장은 “모든 산업은 시작했을 때 비용은 드는데 수익이 안 된다”며 디지털자산 사업에 진입한 기업들이 기대한 가치를 얻지 못하면 빠르게 철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초기 성과를 단기 수익만으로 판단하면 시장이 충분히 형성되기 전에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는 금융기관과 기업의 온체인 사업 투자를 두고 “계속해서 2027년에 투자를 한다면 그다음에는 좋아질 것 같다”며 초기 비용을 감당하면서 인프라 구축과 서비스 개발을 이어갈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업의 효용을 체감하기까지의 과정은 달리기에 비유했다. 뛰기 전에는 5~10㎞도 쉽게 달릴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1㎞를 달리면 힘들고 기대만큼 즐겁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정 구간을 지나야 성취를 느끼는 것처럼 산업도 초기 비용을 감당하는 시간을 거쳐야 효용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7년의 시행착오를 견디며 사업 경험을 쌓아야 2028~2029년 온체인 전환의 실질적인 효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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