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안에 갇힌 지역화폐 넘어 지역 연결 인프라로 확장해야”
전문가들 “공공 지급 투명성·소비자 사용성·금융권 협력 함께 설계해야”
디지털융합산업협회(DCIA)와 블록체인융합기술포럼(BCTF)이 지역화폐와 블록체인 DID, 스테이블코인을 연계한 지역 디지털자산 전략을 논의했다.
디지털융합산업협회와 블록체인융합기술포럼은 10일 서울 서초구 드림플러스 강남에서 ‘지방소멸 막기 위한 블록체인 DID와 지역화폐의 스테이블코인 디지털자산 연대 전략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주관했다.
워크숍은 지역화폐를 블록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 형태로 확장해 지역 내 자금 순환과 골목상권 활성화, 공공 지급 체계의 투명성 제고를 도모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지역화폐가 지자체별로 분산 운영되는 구조를 넘어, 지역 간 연결과 표준화가 가능한 디지털 금융 인프라로 발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지역화폐, 지역 안에 가두지 말고 연결 인프라로”
김기흥 디지털융합산업협회장은 개회사에서 지역화폐가 경기도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확산됐지만, 지자체별 개별 운영으로 표준화와 확장성 측면의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지역화폐를 지역 안에 가두지 않고 지역을 연결하는 인프라로 만들 수 있는지 논의해야 한다”며 “지역화폐와 스테이블코인을 결합해 지역 내 자금 순환과 골목상권 활성화,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디지털 금융 인프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도 지역화폐 스테이블코인 논의를 계기로 협회 내 전문가 그룹과 함께 지역화폐 스테이블코인 표준 모델을 마련하고, 이를 정부 정책 어젠다로 확장해 나가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성기철 금융위원회 국장은 기조 인사말에서 지역화폐와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지역 내 자금과 부가가치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성 국장은 이를 위해 광역지자체가 주도권을 가진 지역 단위 플랫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지역화폐 플랫폼 상당수가 민간 사업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사업자가 이탈할 경우 플랫폼의 지속 가능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역 기반 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 구조에 참여해 지역 금융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도 언급했다. 장기적으로는 스마트컨트랙트를 활용해 지역 예산 집행 전반으로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경제 효과 논의…“운영비 절감과 사용성 확보가 핵심”
이날 발표자들은 지역화폐 스테이블코인의 도입 방안과 기술·경제적 효과를 중심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주요 쟁점은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인프라, 공공 지급 투명성, 비용 절감, 통합 지갑 구조로 모였다.
심범석 토큰스퀘어 CSO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지역화폐 운영비 낮춰야”
심범석 토큰스퀘어 CSO는 지역화폐를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할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와 운영 효율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존 지역화폐 플랫폼이 특정 사업자에 종속돼 높은 운영 비용과 지속가능성 문제를 안고 있다며,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인프라를 활용해 비용을 낮추고 개방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 CSO는 지역화폐가 외국인 관광객도 쉽게 충전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결제 인프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반 이용자가 별도 가상자산이나 네이티브 토큰을 보유하지 않아도 결제할 수 있는 구조, DID와 QR 기반 간편결제, 법·회계·기술 표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화폐 스테이블코인이 기업의 지방 이전과 지역 정착을 유도하는 인센티브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봉규 지크립토 전무 “영지식증명·준비금증명으로 공공 지급 투명성 높여야”
김봉규 지크립토 전무이사는 공공 지급 체계의 부정 사용, 정산 불투명성, 집행 가시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접근을 소개했다. 그는 보조금이나 바우처처럼 특정 용도에 맞춰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래머블 지급 구조와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으면서 중복 사용 여부를 검증할 수 있는 영지식증명(ZK)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전무는 스테이블코인의 신뢰 확보를 위해 발행량에 상응하는 준비금 보유 여부를 실시간으로 검증하는 준비금증명(PoR) 기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 월별 공시 방식은 사후 감사에 가까워 일정 기간 리스크가 남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글로벌 금융권과 주요국 규제가 스테이블코인 중심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인프라에 종속되지 않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심재현 경기대 교수 “스테이블코인, 지급·정산 비용 절감 효과 기대”
심재현 경기대 교수는 지역화폐 스테이블코인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했다. 심 교수는 기존 지역화폐와 스테이블코인을 지급 승인, 결제 처리, 정산 확인, 감사 대응 단계별로 비교하며 스테이블코인 도입 시 시간과 비용 절감, 정보 투명성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기반 지급 체계가 중간 정산 절차를 줄이고 실시간 처리를 가능하게 해 지급 승인 시간과 결제 처리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봤다. 또한 블록체인 기반 거래 기록을 활용하면 정산 확인과 감사 대응 과정에서도 투명성과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이 지급, 소비, 정산 데이터를 결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통해 지역 내 소비 잔존율을 높이고, 소상공인 매출 흐름을 개선하며, 실시간 자료 기반 정책 조정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러한 효과는 향후 실증과 비용편익 분석을 통해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수혁 심버스 대표 “지역별 블록체인과 통합 지갑 함께 검토해야”
최수혁 심버스 대표는 지역화폐 스테이블코인의 기술 인프라 측면에서 지역별 블록체인과 통합 지갑 구조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대표는 지자체별 정책 자율성과 지역 특성을 반영하려면 지역별 인프라가 필요하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여러 지역화폐를 하나의 지갑에서 관리하고 교환할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AI와 양자컴퓨팅 확산에 따라 블록체인 인프라도 양자내성 보안과 신원인증 중심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AI 에이전트가 이용자를 대신해 결제와 거래를 수행하는 환경에서는 지갑 안에 신원인증과 권한 관리 기능이 결합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패널 토론 “법적 성격·금융권 역할·사용성 정리해야”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지역화폐 스테이블코인의 표준화, 법적 성격, 금융권 역할, 이용자 지갑 인프라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이상국 비토즈 대표는 지방소멸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지역 간 “연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발행 단계는 금융권이나 민간이 프라이빗하게 가져갈 수밖에 없더라도, 실제 사용·결제·송금 단계에서는 퍼블릭 네트워크와의 연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철영 페어스퀘어랩 부사장은 토큰형 지역화폐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화폐가 이름과 달리 범용 화폐도 아니고 자유롭게 이전되는 디지털자산도 아니라며, 기존 지역사랑상품권법·전자금융거래법·디지털자산 법제 사이에서 별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부사장은 공급자 관점의 운영 효율성뿐 아니라 이용자가 쉽게 쓰고 즉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소비자 관점 설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북은행 이정욱 대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결제·가맹점 정산 과정을 테스트 환경에서 검토한 경험을 공유했다. 다만 실제 결제 시장에서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고민이 많다며, 특히 고령층 등 지역화폐 주요 이용자가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할 때 사용성 문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변혜인 팀장은 시중은행 입장에서 지역화폐 정책은 지자체의 오너십을 존중하면서도, 은행이 신뢰 기반 인프라 구축과 비즈니스 모델 검토 측면에서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역 간 확장성과 활용성에 대해서도 시중은행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조진석 KODA 대표는 스테이블코인 확산의 핵심은 메인넷보다 “지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이용자들이 거래소 사용에는 익숙하지만 개인지갑 사용률은 낮고, 프라이빗키 관리나 지갑 복구 경험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것보다 이용자가 실제로 받을 수 있고 편하게 쓸 수 있는 지갑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갑 사용자경험이 개선되지 않으면 실제 유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제 수단 넘어 공공 지급·지역 순환 인프라로”
참석자들은 지역화폐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지역 내 자금 순환, 공공 지급 투명성, 소상공인 매출 개선, 정책자금 집행 효율화와 연결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광역지자체가 주도하는 플랫폼 구조, 지방은행 등 금융기관과의 협력, 개인정보 보호와 부정 사용 방지를 위한 기술 표준, 준비금 관리와 회계 기준 정비가 함께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