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UAE 사례 제시…“정책 일관성과 명확한 국가 비전이 허브 경쟁력”
“스테이블코인·RWA·STO, 단순 금융상품 아닌 AI 시대 한국 성장 플라이휠”

김에스더 해시드오픈리서치 리서처가 한국이 글로벌 디지털자산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가 전략의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시대에는 자본과 인재, 기업이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만큼, 한국 역시 가치를 지키는 국가를 넘어 글로벌 참여자에게 선택받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리서처는 23일 서울 강남구 해시드 라운지에서 열린 ‘디지털자산과 자본시장의 미래 – 미국과 한국의 선택’ 정책 심포지엄에서 ‘한국은 디지털자산 허브가 될 수 있는가 – 디지털 G2와 오픈 소버린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국가, 가치를 소유하는 존재에서 선택받는 존재로 확장”
김 리서처는 “디지털 시대와 함께 국가의 의미가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며 “디지털 가치는 마찰 없이 움직이고, 자본과 인재, 기업은 더 이상 물리적 영토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는 가치를 소유하는 존재에서 선택받는 존재로 확장되고 있다”며 “한국도 가치를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선택받는 플랫폼으로 포지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지털 기술 발전의 핵심 패턴으로 ‘개방성’을 꼽았다. 가장 뛰어난 기술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그 위에 가치를 쌓을 수 있는 열린 기술이 시장을 가져갔다는 것이다. 김 리서처는 인터넷 암호화 기술, 오픈소스 인공지능(AI) 모델, 이미지 생성 AI 사례를 언급하며 “기술 발전의 해자가 결국 축적과 오픈이라면, 인재와 자본의 가치가 모이는 허브 역시 개방성과 예측 가능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싱가포르·UAE 사례 제시…“예측 가능성이 국가 경쟁력”
김 리서처는 한국이 참고할 수 있는 사례로 싱가포르와 아랍에미리트(UAE)를 제시했다. 싱가포르는 작은 내수 시장과 제한된 영토에도 불구하고 60년간 정책 일관성을 축적하며 자본이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국가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UAE에 대해서는 석유가 풍족하던 시기부터 비석유 경제를 준비하며 무역, 금융, 디지털자산, AI 인프라 허브 전략을 추진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싱가포르는 정책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국가의 상품으로 만들었고, UAE는 풍족함이 끝날 시기를 가장 풍족할 때 준비했다”며 “국가가 어떤 디지털자산 비전을 가지고 어떤 플랫폼을 만들어 갈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리서처는 AI 시대에는 자본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 벤처캐피털(VC)이 단순히 자본을 투입하는 역할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방향을 잡아주는 멘토십, 시장 신뢰를 보증하는 네트워크, 함께 성장하는 커뮤니티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책 방향과 속도, 신뢰와 비전에서 국가 경쟁력을 창출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질문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 AI 에이전트 경제 실험하기 유리한 조건 갖춰”
한국의 강점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김 리서처는 한국이 높은 디지털 리터러시와 제조업, 콘텐츠, 게임 산업 경쟁력을 갖춘 국가라고 평가했다. 특히 AI 에이전트 시대에는 인간뿐 아니라 디지털 주체가 경제활동을 수행하는 환경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며, 한국은 이러한 변화를 실험하고 확산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인터넷 접속률과 디지털 친숙도 측면에서 전 세계적으로 특수한 환경을 갖고 있다”며 “AI 에이전트가 활동하는 경제 환경에 익숙해질 수 있는 국가는 한국만큼 적합한 곳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B2B 거래에서도 거대한 수출국이기 때문에 AI 에이전트가 계산과 정산을 수행하고 인간의 판단에 따라 거래가 집행되는 24시간 자본시장의 뿌리가 내리기 자연스러운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게임은 이미 완성된 디지털 경제 생태계”
게임 산업도 한국의 중요한 기반으로 제시됐다. 김 리서처는 한국이 세계적인 게임 시장이자 e스포츠 문화를 만든 국가라며, 게임을 단순 콘텐츠가 아니라 이미 완성된 디지털 경제 생태계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이 아닌 캐릭터가 경제의 일부로 움직이고, 소유와 거래가 일상인 세계가 바로 게임”이라며 “다가오는 AI 에이전트 경제의 모습은 한국이 지난 20년간 게임을 통해 경험하고 학습한 세계와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김 리서처는 한국이 제조, 콘텐츠, 디지털 소비자 기반을 모두 갖추고 있지만 마지막 한 칸인 디지털자산이 비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디지털자산이 자리 잡을 때 한국이 보유한 제조업, AI, 콘텐츠, 게임, 소비자 산업의 강점이 글로벌 유동성과 연결될 수 있다고 봤다.
“디지털자산은 24시간 글로벌 유동성 인프라”
그는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자산은 AI, 콘텐츠, 컨슈머 영역에서 만들어지는 가치를 국경 없이 24시간 롱테일 시장에 접근 가능하게 만드는 글로벌 유동성 인프라”라며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은 디지털 생태계에 반드시 필요한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 실물연계자산(RWA), 토큰증권(STO)은 하나의 상품이나 금융당국이 다루는 개별 프로덕트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라며 “대한민국의 골든타임을 시작할 수 있는 중요한 플라이휠의 일부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리서처는 한국이 AI 시대를 이끄는 데 필요한 조건을 이미 갖춘 국가라며, 디지털자산 정책을 산업 성장 전략의 일부로 다뤄야 한다고 제언했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필요하지만, 동시에 글로벌 자본과 인재, 기업이 한국을 선택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예측 가능한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