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원화거래소는 금융·플랫폼 우군 확보 경쟁
디지털자산기본법 따라 멀티에셋 경쟁 본격화 전망

국내 원화마켓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금융·플랫폼 협업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과의 결합을 추진하고 있고, 코빗은 미래에셋그룹 품에 안길 예정이다. 코인원은 한국투자증권과의 지분 투자 및 전략적 제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며, 고팍스는 글로벌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와 연결돼 있다. 빗썸은 특정 대형 주주와의 결합보다는 은행·카드·증권사 등 금융권 제휴를 넓히는 독자 노선을 택하고 있다.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뿐 아니라 미국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토큰화 실물자산(RWA)까지 거래할 수 있는 ‘멀티에셋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가운데, 국내 거래소들도 향후 제도권 디지털 금융 인프라 경쟁에 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는 토큰화 주식·ETF로 상품군 확장
실제로 해외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와 핀테크 플랫폼이 주식형 자산을 가상자산 거래 환경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크라켄은 ‘xStocks’를 통해 애플, 엔비디아, 아마존, S&P500 ETF 등 미국 주식·ETF를 토큰화한 상품을 제공하고 있으며, 바이비트도 2025년 6월 30일 Backed가 발행한 미국 주식·ETF 토큰화 상품 xStocks를 현물 시장에 출시했다. 로빈후드 역시 같은 날 유럽 이용자를 대상으로 미국 주식·ETF 가격에 연동된 주식 토큰 거래 서비스를 선보였다.
다만 토큰화 주식이 실제 주식과 동일한 권리를 보장하는지는 여전히 쟁점이다. 로빈후드가 오픈AI와 스페이스X 연동 토큰 제공 계획을 공개하자, 오픈AI는 2025년 7월 2일 해당 토큰이 회사 지분이 아니며 승인하거나 관여한 상품도 아니라고 밝혔다. 나스닥은 2026년 3월 9일 발행사와 투자자 권리, 투명성, 거버넌스를 유지하는 방식의 토큰화 주식 인프라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SEC는 같은 달 18일 관련 규칙 변경을 승인했다. 다만 토큰화 주식의 실제 주주권 보장 여부, 발행사 승인, 증권 규제 적용 방식은 여전히 제도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국내 거래소들의 협업도 이 흐름과 맞물린다. 현행 제도상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가 나스닥이나 코스피 주식을 직접 거래시키기는 어렵다. 주식과 ETF, 토큰증권은 자본시장법 규율을 받기 때문이다. 대신 거래소들은 증권사, 은행, 빅테크, 글로벌 거래소와 손잡으며 향후 스테이블코인, 토큰증권, RWA, 수탁, 법인 고객, 글로벌 유동성 사업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업비트는 네이버, 코빗은 미래에셋과 연결
가장 큰 축은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의 결합이다. 양사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 중이며, 일정은 기존 6월 30일에서 9월 30일로 연기됐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의 완전자회사가 된다. 업비트의 가상자산 유동성, 네이버페이의 결제·커머스 접점,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 가능성이 맞물리면 결제·금융·디지털자산을 아우르는 플랫폼 전략으로 확장될 수 있다.
코빗은 미래에셋그룹과 연결됐다. 미래에셋그룹 계열사 미래에셋컨설팅은 올해 2월 코빗 지분 92.06%를 1335억 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고, 취득 목적을 “디지털자산 기반 미래 성장동력 확보”라고 밝혔다. 이는 증권사가 직접 가상자산 거래 인프라를 확보하는 사례로, 향후 토큰증권, RWA, 디지털자산 수탁, 법인 고객 서비스와 연결될 수 있다.
코인원은 한국투자증권과의 협업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코인원 지분 인수와 전략적 제휴 등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양측 모두 확정된 사안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코인원의 실명계좌 제휴 은행인 카카오뱅크의 주요 주주라는 점에서 증권사·인터넷은행·거래소를 잇는 삼각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팍스는 바이낸스와의 관계가 핵심 변수다. 바이낸스는 2023년 고팍스 지분을 인수했지만 금융당국의 임원 변경 신고 수리가 지연되며 국내 사업 확장에 제약을 받아왔다.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고팍스의 임원 변경 신고를 수리하면서 제도적 문턱을 넘었지만, 고파이 미상환 문제와 향후 규제 변화는 여전히 부담 요인이다.
빗썸은 대형 증권사나 빅테크에 편입되는 방식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대신 실명계좌, 카드, 증권, 문화·생활 제휴를 넓히며 독자 생태계를 강화하는 전략이다. 다만 디지털자산 제도가 정비될 경우 빗썸 역시 스테이블코인, 법인 고객, 수탁, 토큰증권 등 신규 사업 영역에서 추가 파트너십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거래소별 목적 달라, 멀티에셋 전환 단정은 어려워
다만 국내 거래소들의 협업을 모두 멀티에셋 플랫폼 전환으로 묶어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거래소 협업을 모두 멀티에셋 플랫폼 전환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업비트와 네이버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코빗과 미래에셋은 토큰증권(STO), 고팍스와 바이낸스는 바이낸스의 한국 시장 진출이라는 각기 다른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중 멀티에셋 플랫폼 전환에 가장 가까운 사례는 코빗과 미래에셋의 결합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해외 거래소의 상품군 확대가 국내 거래소 전략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는 평가다. 이 관계자는 “이전에도 해외 거래소는 레버리지, 스테이킹 등 국내 거래소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용자 이동을 촉진해왔다”며 “최근에는 해외 거래소에서 토큰화 한국 주식까지 거래할 수 있게 되면서 국내 거래소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따라 경쟁 구도 달라질 전망
이 같은 협업 경쟁의 배경에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즉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이 자리한다. 금융위원회 가상자산위원회는 지난해 1월 2단계 입법 과제로 사업자 규제, 거래 규제, 상장·공시 제도, 스테이블코인 규율 방안 등을 논의했다. 당시 위원들은 거래소 중심의 국내 시장을 고려할 때 투명한 상장·공시 제도 마련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고,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의 준비자산 관리 의무와 이용자 상환청구권 보장 등 글로벌 규제 흐름도 점검했다.

다만 구체적인 제도 설계와 입법 일정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TF는 관련 법안을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해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정 지연과 지방선거, 원 구성 협상 등으로 본격 논의가 지방선거 이후나 9월 정기국회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에 반대하고 가상자산 소득세 폐지를 추진하는 등 시장 활성화에 무게를 두고 있어 여야 간 이견도 변수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대주주 적격성, 상장·공시 규제, 법인 고객 허용 여부 등은 거래소의 향후 사업 범위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결국 국내 5대 원화거래소의 협업 경쟁은 단기 점유율 방어를 넘어 다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구조 개편 성격을 띤다. 다만 각 거래소의 전략은 동일한 방향이라기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토큰증권, 글로벌 유동성, 금융권 제휴 등으로 나뉘어 전개되고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의 구체적 설계에 따라 거래소 간 경쟁은 코인 매매 중개를 넘어 결제, 수탁, 스테이블코인, RWA, 법인 서비스 등 디지털 금융 인프라 경쟁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