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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룰 이후 굳은 시장’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왜 멈췄나

입력 2026-04-0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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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거래소 관리 중심의 1단계 규제 체계 본격화
스테이블코인·토큰화 자산·온체인 서비스는 여전히 뚜렷한 법적 경로 없이 공백 상태
디지털자산기본법 지연이 길어지며 거래소 중심 시장 구조와 신규 사업자 진입 장벽 고착

▲거래소 중심 규제가 먼저 자리 잡고 2단계 법제가 지연되면서, 디지털자산 시장의 핵심 과제가 ‘새로운 사업 경로 개방’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Gemini)
▲거래소 중심 규제가 먼저 자리 잡고 2단계 법제가 지연되면서, 디지털자산 시장의 핵심 과제가 ‘새로운 사업 경로 개방’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Gemini)

2022년 3월 25일 시행된 트래블룰은 국내 디지털자산 규제 체계의 중요한 출발점이었다. 금융위원회는 당시 가상자산사업자 간 100만원 이상 이전 시 송·수신인 정보를 제공·보관하도록 하는 장치라고 설명했고, 이는 특정금융정보법상 자금세탁방지 체계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이후 2024년 7월 19일부터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며 이용자 자산 보호, 불공정거래 규율, 감독·검사·제재 권한까지 포함한 이른바 ‘1단계 규제’가 본격 가동됐다.

거래소 관리에 집중된 1단계 규제…새 사업 진입로는 미개척

문제는 트래블룰 자체보다, 이 같은 1단계 규제가 거래소 관리와 시장 질서 확립에 집중하는 동안 그 밖의 디지털자산 사업에 대한 제도적 진입로가 충분히 열리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설명하면서 이용자 보호, 시장 질서 확립, 가상자산사업자 감독·검사·제재 권한을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반면 스테이블코인 발행·결제, 토큰화 자산 유통, 다양한 온체인 서비스 같은 새로운 사업 영역에 대해선 명확한 법적 경로가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 시장이 거래소와 일부 커스터디 사업자 중심으로 형성된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합법적으로, 그리고 제도권 안에서 가장 뚜렷한 영업 경로를 가진 주체가 이미 신고·감독 체계에 들어와 있는 가상자산사업자들이기 때문이다. 시장이 먼저 다양한 플레이어의 실험을 허용받은 뒤 규제를 입는 구조가 아니라, 규제 가능한 사업자부터 질서 안에 편입시키는 순서로 설계되면서 결과적으로 시장의 무게중심도 거래소 쪽으로 쏠렸다는 것이다. 이 같은 해석은 1단계 규제가 시장 육성보다 보호·질서·감독에 초점을 맞춰 설계됐다는 금융당국 설명과도 맞닿아 있다.

이 과정에서 온체인 기반 서비스와 신규 사업자의 공간은 상대적으로 더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 실물연계자산(RWA), 자동화된 온체인 서비스 등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제시해 왔지만, 이를 합법적으로 시도하고 확장할 수 있는 경로가 명확하지 않으면 시장은 결국 이미 허용된 영역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한국 디지털자산 시장의 핵심 문제는 “무엇을 할 수 있느냐”보다 “그걸 어느 법적 틀 안에서 할 수 있느냐”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2단계 입법 지연에 길어진 공백…기본법 교착이 키운 불확실성

이런 점에서 2단계 입법으로 불려온 디지털자산기본법의 교착 상태는 더 큰 문제로 읽힌다. 업계가 기대해 온 발행, 유통, 상장, 스테이블코인, 사업자 유형 세분화 같은 핵심 쟁점이 장기간 공백 또는 미완 상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2단계 법제가 시장에 새로운 사업 경로를 열어주지 못하면서 거래소 중심 구조 역시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지금의 교착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단순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서라기보다, 제도 설계의 순서 자체가 뒤틀려 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과 맞닿아 있다. 시장을 키우기 위한 큰 그림을 먼저 그리고 그 안에서 위험 통제 체계를 짜는 대신, 관리 가능한 사업자와 행위를 우선 규율하는 틀부터 만들고 나머지 영역은 뒤로 미뤄둔 결과라는 것이다. 이 구조에서는 새로운 산업 영역이 ‘합법’도 ‘불법’도 아닌 회색지대에 머무르기 쉽고, 시장 참여자 역시 불확실성을 감수한 채 사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트래블룰이 문제였다”는 단선적 비판보다, 트래블룰을 포함한 1단계 규제가 시장의 첫 질서를 거래소 중심으로 설계했고 2단계 법제가 늦어지면서 그 구조가 고착됐다는 설명이 더 정확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ML과 이용자 보호는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시장 전체의 제도 설계를 대신할 수는 없었다는 의미다. 규제가 먼저 연 디지털자산 시장의 문이 거래소와 일부 수탁 영역에만 열려 있었다면, 시장이 그 방향으로 형성된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평가다.

거래소 중심 시장 고착…기본법의 과제는 ‘새 경로 개방’

결국 디지털자산기본법이 힘을 얻으려면 논의의 출발점을 다시 잡을 필요가 있다. 이용자 보호와 AML 체계는 유지하되, 그 바깥에 남아 있는 사업 영역을 어떤 기준과 조건 아래 제도권으로 편입시킬지부터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1단계 규제로 거래소 중심 질서를 굳힌 뒤 2단계 법안 논의가 길어질수록, 거래소 중심 시장은 더 공고해지고 신규 사업자와 온체인 서비스의 설 자리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진짜 과제는 새로운 규제를 더하는 데 있기보다, 그동안 비어 있었던 법적 경로를 어떻게 열어줄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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