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입김 반영된 '보수적 안정성' 모델
민주당 "은행 독점 타파" 개방형 안 준비
정부안 지연 시 독자 법안 추진 가능성도

더불어민주당이 금융위원회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정부 입법안을 이달 10일까지 제출해달라고 요청한 가운데, 정부안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위는 한국은행의 입장이 반영된 '은행 주도형 안정성 모델'을 주요 방향 중 하나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안이 늦어지거나 '은행 51% 룰'을 고집할 경우 민주당이 핀테크·빅테크 발행을 허용하는 개방형 독자안을 추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3일 민주당 디지털자산TF가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주최한 '글로벌 금융강국 도약을 위한 디지털자산 정책 대전환' 세미나에서 이정문 TF 위원장은 "12월 10일까지 정부 측 안을 내달라고 했다"며 "그 안에 나올 수도 있고 안 나올 수도 있지만 속도감 있게 진행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정부안이 제출된다면 조속히 심사해서 급변하는 세상에서 지체되지 않도록 입법화를 서두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안을 마련 중인 금융위는 '은행 지분 51% 이상 컨소시엄'을 발행 주체로 하는 방안을 주요 방향 중 하나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이 과반 지분을 갖고 핀테크·기술 기업은 소수 지분으로 참여하는 형태로, 사실상 은행이 통제권을 갖게 된다. 발행 자격도 은행 또는 동등 수준의 건전성을 갖춘 기관으로 한정하고, ICT 기업의 단독 발행은 불허하는 방향이다. 여기에 100% 안전자산 운용 의무화, 액면가(1코인=1원) 교환 의무, 한은의 감시·감독 권한 강화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진 금융위 가상자산과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해 "2017년에 만든 여러 행정지도나 규제 기조가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는 게 많다"며 "법적으로 미완인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을 완성시켜 규제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과, 기존 규제 기조 중 안 맞는 것을 바꿔가는 것을 투트랙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외국인 이용 문제, 실명확인제, 파생상품, 금산분리 기조 재검토 등도 어차피 다 제도적인 것과 엮여 있다"며 "디지털자산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이런 것들이 같이 움직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범정부 컨트롤타워 필요성에 대해서도 김 과장은 "저희도 공감하고 있다"며 "2단계 법을 검토하면서 가상자산위원회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고 인력 구성이나 전문성을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무위 관계자는 "한은과 쟁점 때문에 계속 정체돼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위도 날짜를 확정해 제출하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정부안 내용을 둘러싼 쟁점의 핵심은 한은과 민병덕 의원 간 시각 차이다. 한은은 스테이블코인 7대 리스크(디페깅·코인런·소비자보호 부재·금산분리 훼손·자본유출·통화정책 약화·금융중개 저해)를 제시하며 "은행 중심 점진적 확대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민 의원은 이날 "한은이 말한 위험보다 더 큰 위험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없는 상황 자체"라며 "해법은 금지가 아니라 설계"라고 반박했다. 민 의원은 원화런(KRW Run)·AI 경쟁 패배·통화경쟁 패배·콘텐츠 결제 역외유출·금융허브 전략 흔들림 등 '진짜 7대 리스크'를 제시하며 은행뿐 아니라 핀테크·빅테크에도 발행을 허용하는 개방형 모델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안이 '은행 51% 룰'을 고집하거나 제출이 지연될 경우 민주당이 독자안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강준현 정무위 민주당 간사는 1일 당정협의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12월 10일까지 (정부안을) 달라고 했다 정부안이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일단 갖고 오라고 했다”며 “만약 공유 안해주면 간사 주도로 입법을 하겠다”고 전했다.
민주당 독자안은 각 의원들의 발의안을 종합하면 은행 독점을 배제하고 자본금 50억~100억 원 이상의 핀테크·빅테크 기업에도 발행을 허용하는 방향이 될 전망이다. 다만 이자 지급은 금지해 은행 예금과 차별화하고, 100% 준비금 예치를 의무화하는 등 안정성 장치는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발행사에는 안전자산 운용수익을 허용해 비즈니스 모델을 열어주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현재 논의 중인 '은행 51% 컨소시엄' 모델은 글로벌 기준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폐쇄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지니어스법(GENIUS Act)은 은행과 비은행 모두에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는 개방형 구조를 채택했고, 유럽연합(EU) 미카(MiCA) 규정도 은행·전자화폐기관·신탁회사 등에 균형 있게 발행권을 부여하고 있다.
최종 법안은 '은행 중심 컨소시엄을 기본으로 하되, 자본금과 기술력을 갖춘 빅테크·핀테크 기업에도 예외적으로 발행을 허용'하는 절충형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강 의원이 "대통령실과도 논의 중"이라며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당정대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힌 만큼 실제 논의는 내년 1월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