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알고리즘이 바꾸는 블록체인 노동시장…누가 일하고, 누가 소득을 가져가는가”

입력 2025-11-17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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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블록체인 결합이 만드는 자율경제 전환… 노동시장·소득 구조까지 흔들기 시작했다

▲AI가 블록체인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챗GPT)
▲AI가 블록체인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챗GPT)

AI와 블록체인이 결합된 자율경제 확산
코드·데이터·리스크 중심으로 재편되는 직무 구조
고숙련·저숙련 간 심화되는 노동시장 양극화

2025년 11월,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가상자산의 결합은 더 이상 ‘미래 시나리오’가 아니다. AI 트레이딩 봇이 24시간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AI 기반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이 거래를 감시하며, AI 에이전트와 스테이블코인이 연결된 ‘자율 경제’ 실험이 현실에서 진행 중이다. 이 변화는 곧 노동시장과 소득 구조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① 4조 달러 크립토, AI와 만나 ‘자율 경제’ 실험 본격화

a16z의 ‘State of Crypto 2025’에 따르면, 2025년 크립토 시가총액은 4조 달러를 돌파했고, 스테이블코인은 지난 1년간 46조 달러 규모의 거래를 처리했다. 조정(것은 봇 활동, 자기거래(self-trading), 혹은 과장된 체인 내부 전송 등 인위적‧중복적 거래 활동을 걸러낸 뒤 실제 의미 있는 거래량만을 산출한 값) 기준으로도 9조 달러로, 페이팔의 5배가 넘는 거래량이다. a16z는 보고서에서 “ChatGPT 출시 이후 AI와 크립토의 결합은 지적 재산권 추적, 에이전트 결제, 데이터 마켓 등에서 새로운 기회를 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개발연구원(KDI) 산하 경제정보센터는 ‘스테이블코인 시대 열릴까’ 보고서에서 “페이팔과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AI 에이전트와 스테이블코인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며, 미국 재무부가 현재 2,300억 달러 규모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자산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경제신문 기고문 ‘자율경제의 공통 언어: AI 시대 스테이블코인’은 “스테이블코인은 AI와 인간이 공존하는 자율경제의 공통 언어이자 다가올 문명 전환의 핵심 인프라”라고 규정한다. 다시 말해, AI가 의사결정을 담당하고 블록체인이 ‘계약·정산’을 책임지는 구조가 새로운 경제 기본 단위가 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② 일자리 지도, “코드·데이터·리스크” 중심으로 재편

핀테크 전문 리포트 역시 AI 기반 핀테크 시장 규모가 2025년 179억 달러에서 2033년 606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수치가 말해주듯, 블록체인·가상자산 영역에서도 수요가 가장 빠르게 느는 직무는 △머신러닝·딥러닝 엔지니어 △온·오프체인 데이터를 다루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AI 트레이딩 알고리즘 개발자 △AI·블록체인 결합 리스크를 관리하는 컴플라이언스·리스크 매니저다. 반면 반복적인 콜센터·백오피스·기초 리서치 업무는 AI 도입과 함께 축소 압력을 받고 있다.

③ “일자리를 없애기보단 바꾸는 중”…그러나 체감은 ‘양극화’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J.P.모건 글로벌 리서치는 2025년 8월 보고서에서 “AI는 일부 산업에서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 생산성을 높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 변화는 블록체인·가상자산 산업 내에서 더 빠르고 직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AI가 시장 감시·리스크 관리·자동매매·고객 응대·데이터 분석 등 다수의 반복 업무를 대체하면서, 거래소·커스터디·온체인 분석 기업을 중심으로 저·중숙련 기반 직무가 빠르게 축소되는 흐름이 포착된다. WEF ‘Future of Jobs 2025’ 분석에서도 블록체인·핀테크 기업 다수가 “AI 자동화가 가능한 영역에서 인력 감축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PwC의 ‘Global AI Jobs Barometer 2025’는 AI 활용도가 높은 산업일수록 평균 38%의 일자리 성장률을 보였다고 밝히며, 블록체인 기업 역시 △AI 트레이딩 알고리즘 개발자 △온·오프체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AI 기반 AML·리스크 엔지니어 △AI 인프라 운영·보안 인력 등 고숙련 역할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장 체감 역시 양면적이다. 호주 금융노동조합(FSU)의 2025년 설문에서는 금융·디지털자산 분야 종사자의 75%가 “업무 일부에 AI가 이미 적용된다”고 답했지만, AI 도입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0% 미만이었다. 아일랜드 FSU 보고서도 “AI가 검증·모니터링·고객 대응 같은 기본 업무를 자동화하면서 직무 재설계가 불가피해지고 있다”며 “적절한 재교육 프로그램이 없다면 노동자 불안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AI는 블록체인·가상자산 산업의 ‘총고용’을 즉각 줄이기보다는 직무 구조·요구 역량·임금 체계를 전반적으로 바꾸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 변화가 고숙련·고임금 기술 직군에는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는 반면, 모니터링·콜센터·기초 분석 등 단순·중간 숙련 기반 일자리에는 구조조정 압력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④ AI 트레이딩·컴플라이언스·로봇 인프라가 바꾸는 ‘일의 내용’

1) 트레이딩·리서치 직군

딥러닝 기반 알고리즘 트레이딩 연구를 종합한 2025년 리뷰 논문은 “딥러닝이 가격 예측·리스크 관리·포트폴리오 최적화에 폭넓게 적용되며, 인간 트레이더의 역할은 전략 설계·감독·리스크 한도 설정 등으로 이동 중”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시장에서는 AI 트레이딩 봇과 플랫폼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앞서 본 것처럼 AI 크립토 봇 시장과 AI 트레이딩 플랫폼 시장은 향후 10년간 각각 연평균 37.2%, 20%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차트를 보고 수동으로 매매하던” 트레이더가 줄어드는 대신, 데이터 엔지니어·알고리즘 디자이너·리스크 전문가가 핵심 역할을 맡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2) 규제·컴플라이언스 직군

암호화폐 AML·컴플라이언스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규제 강화 이후 74%의 거래소가 AML 프로토콜을 개편했으며, 28억 달러 규모의 가상자산이 불법·비준수 활동으로 동결됐다. 크리스털 인텔리전스와 TRM Labs 같은 업체는 AI를 활용해 거래 패턴을 클러스터링하고, 고위험 주소·제재 회피 시도를 탐지하는 ‘RegTech’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그 결과, 전통적으로 서류 검토·거래 모니터링을 담당하던 준법감시 인력은 ‘AI 모델 이해·설정·검증·설명’ 역량을 갖춘 데이터·리스크 인력으로 변신을 요구받고 있다.

3) 로봇·물리 인프라 직군

블록체인과 직접 연결된 영역은 아니지만, 로봇 자동화는 디지털 자산 인프라를 떠받치는 물류·데이터센터·에너지 인프라에서 중요한 변수다. 서비스 로봇 시장과 코봇 시장은 각각2024~2030년 동안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이 예상되며, 군집 로봇 기술은 창고의 피킹·입출고 과정을 ‘로봇-to-인간’ 구조로 바꾸고 있다.

a16z가 주목한 DePIN(탈중앙 물리 인프라 네트워크) 시장은 2028년 3.5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는 세계경제포럼 전망이 제시된다. 이는 향후 블록체인 기반 전력망·통신망·물류망에서 로봇 운영 인력보다 로봇+블록체인 시스템을 설계·감독하는 엔지니어·프로토콜 운영자의 비중이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⑤ 소득 구조 변화: “사람이 아니라 코드가 수익의 주체”

AI·블록체인 결합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소득의 주체’가 사람에서 코드·알고리즘으로 이동한다는 점이다.

a16z 보고서에 따르면 비트코인·이더리움 기반 상장지수상품(ETP)에는 1,750억 달러 이상이 예치돼 있으며, 상장사·ETF·디지털자산 트레저리(DAT)를 합치면 비트코인·이더리움 공급량의 10% 가량이 이들 ‘코드가 규정한 금융 상품’에 묶여 있다. 시장의 가격 변동과 수수료 수익 상당 부분이 인간 펀드매니저가 아니라 알고리즘이 설계한 규칙에 의해 분배되는 구조다.

한국 아웃소싱타임스(노동시장 트렌드를 다루는 산업 전문 뉴스 매체)는 AI·디지털자산 리포트를 인용해 “AI 기반 금융 모델이 투자자의 성향과 목표를 학습해 포트폴리오를 설계·운용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재무 의사결정 영역이 점차 AI 알고리즘으로 이전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는 △AI 트레이딩 알고리즘에 전략·위험 한도만 설정해주는 ‘전략 설계자’ △AI 에이전트가 자동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스테이블코인·RWA(실물자산 토큰화) 프로토콜 설계자 △토큰 이코노미·수수료 구조를 디자인하는 프로토콜 거버넌스 참여자에게 더 많은 몫이 돌아가는 구조를 강화한다. 그만큼 단순 매매·단기 차익에 의존하던 소득 구조는 상대적으로 불안정해진다.

⑥ 향후 6~12개월: 어떤 변화가 더 진행될까

향후 6~12개월 동안 블록체인·가상자산과 AI의 결합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1. AI 트레이딩·리스크 엔진의 ‘기본 탑재’화

AI 트레이딩 플랫폼 시장과 AI in Finance 시장이 각각 연평균 20%, 30% 이상 성장세를 보이는 만큼, 중대형 거래소·브로커·디파이(DeFi) 프로토콜의 상당수가 향후 1년 안에 AI 기반 시세 예측·리스크 엔진을 ‘옵션’이 아닌 ‘기본 기능’으로 탑재할 가능성이 높다.

2. 규제·감독 분야의 AI 의존도 확대와 ‘설명 가능성’ 논쟁

2024년 28억 달러 규모의 자산이 AML 위반으로 동결된 만큼, 규제기관과 거래소는 더 많은 AI 분석툴 도입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동시에 “왜 특정 지갑이 위험한지”를 설명해야 하는 ‘설명 가능한 AI(Explainable AI)’ 요구가 커져, 컴플라이언스·법무·데이터 사이언티스트 간 협업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3. AI 에이전트+스테이블코인 결합 서비스의 파일럿 확대

KDI·한국경제 등에서 지적하듯 스테이블코인이 AI 시대 자율 경제의 결제·정산 인프라로 주목받는 만큼, 향후 1년 동안 국내외 핀테크·거래소들이 AI 에이전트가 자동으로 투자·송금·구독 결제를 수행하는 파일럿 서비스를 늘릴 공산이 크다.

4. 노동시장: 저·중숙련 직무 압력 vs 고숙련 재교육 수요 폭발

Future of Jobs 2025, PwC, J.P.모건·FSU 등 보고서를 종합하면, AI 도입은 향후 수년간 금융·핀테크·블록체인 산업에서 ‘총고용’을 급격히 줄이기보다는 직무 구성과 임금 구조를 크게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단순 모니터링·데이터 정리·기초 리서치에 머무르던 초·중급 인력은 압박을 받을 수 있는 반면, AI·블록체인 융합 기술을 이해하고 모델을 설계·감독·설명할 수 있는 인력에 대한 수요·보상은 커질 가능성이 크다.

5. 정책·규제 프레임의 동시 진화

미국의 GENIUS Act 등 스테이블코인·디지털자산 관련 법제 정비와 함께, AI 알고리즘의 투명성·공정성·책임성을 다루는 규제도 병행 논의되고 있다. 한국 역시 디지털자산기본법·AI 윤리·금융보안 관련 정책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향후 1년 동안 AI·블록체인 산업의 고용·투자 지형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결론: “속도보다 방향”의 문제

결국 관건은 ‘속도’보다 ‘방향’이다.

AI가 블록체인·가상자산 산업의 효율과 성장을 이끄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이득이 특정 기술·자본 집단에만 집중될 것인지, 재교육·안전망·정책 설계를 통해 더 넓은 노동시장·사회 전체로 확산될 것인지는 아직 열려 있다.

향후 6~12개월은 “알고리즘이 만드는 부(富)”가 누구에게, 어떤 규칙으로 분배될지 방향을 잡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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