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가 핀테크와 가상자산을 결합한 이른바 ‘IT·금융 팀코리아’로 글로벌 빅테크로 도약하려는 미래 전략을 가시화하고 있다. 두나무와 합병을 추진하는 데 이어 네이버 계정과 결제시스템을 게임회사 넥슨에 적용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그러나 포털 대신 커머스를 통한 해외 진출 시도는 시간의 한계에 직면하는 모습이다. 앞서 네이버는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이 기업·소비자간거래(B2C) 모델의 포화와 성장 둔화라는 벽에 부딪히면서 개인간거래(C2C)에 승부수를 던졌다.
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2016년부터 프랑스 전 디지털경제부 장관인 플뢰르 펠르랭 대표가 설립한 투자사인 코렐리아캐피탈에 펀드 출연 등을 통한 간접 투자 방식으로 유럽 사업을 전개해왔다. 10여 년 동안 유럽 시장에 투자를 진행하면서 본격적인 파트너십을 가져갈 대상을 지속 물색한 후 낙점한 기업이 스페인 최대 C2C 플랫폼 왈라팝이다. 네이버는 2019년부터 C-펀드를 통해 왈라팝에 투자해 29.5%의 지분을 확보했으며, 올해 8월 5일 왈라팝 지분 70.5%를 추가 인수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10월 1일로 예정됐던 왈라팝의 취득예정일이 내년 1월 31일로 변경됐다. 스페인 경쟁당국(CNMC)의 승인과 스페인 외국인 투자 승인, 본건 거래를 금지하는 정부 기관 명령 등에서 차질을 빚으면서다. 내년 1월 31일로 변경된 날짜 또한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추후 변경될 수 있다.
네이버는 유럽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거점으로 스페인의 왈라팝을 선택했다. 왈라팝에 자사의 검색과 광고, 결제, 인공지능(AI) 등 기술과 사업 노하우를 적용해 유럽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C2C 플랫폼 인수를 통해 스페인뿐만 아니라 유럽 사용자들의 사용성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갈 수 있으며, 데이터 확보를 통해 AI 생태계에서도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었다. 이에 더해 △포시마크(Poshmark, 북미) △크림(KREAM, 한국) △소다(SODA, 일본)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C2C 사업을 유럽까지 확대하며 C2C 영역에서 글로벌 성장세 또한 이어나갈 수 있는 계기로 봤다.
한편 인수 후에도 과제는 남아 있다. 왈라팝이 3년 연속 적자 상태여서 인수 후 안정적으로 흑자 전환에 이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왈라팝의 순손실은 △2022년 812억 원 △2023년 488억 원 △2024년 1621억 원에 달한다. 이에 외부감사인 딜로이트로부터 3년 연속 한정의견을 받기도 했다.
앞서 네이버는 2023년 약 2조3000억 원을 들여 북미 최대 C2C 플랫폼 포스마크를 인수했다.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을 공개한 적은 없다. 2022년 3분기 실적 당시 영업손실 2430만 달러(약 339억 원)에 달했으나 지난해 분기 흑자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나무 인수를 추진해 스테이블코인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려는 네이버의 큰 그림 또한 유럽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출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네이버가 글로벌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네이버페이 앱 내 결제용으로 사용하도록 생태계를 꾸리려면 아직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 유럽 시장의 정착이 중요해서다. C2C 플랫폼에서 축적되는 대규모 사용자 행동, 거래 패턴, 결제 이력 데이터는 스테이블코인 기반의 새로운 결제·핀테크 서비스 확장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