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VASP 등록조차 어려워…사업자 진입 장벽 여전
첫 상장 기대주로는 빗썸·DSRV 주목

미국에서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기업들의 기업공개(IPO)가 잇따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써클의 성공적인 상장과 가상자산의 제도화가 맞물려 주요 기업들이 상장 준비에 돌입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관련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사업자 등록조차 어려운 상황으로, 진입 장벽이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2위 USDC 발행사 써클의 시가총액은 342억5600만 달러(49조2195억 원)에 달한다. 주가가 급등하며 한때는 시가총액이 500억 달러를 넘기기도 했다. 올해 6월 상장한 써클은 급성장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IPO 사례로 자리매김하며 다른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기업들의 상장 준비에 불씨를 지핀 것으로 보인다.
팔란티어 창업자 피터 틸이 지원하는 가상자산 거래소 불리시(Bullish)는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 관련 서류를 제출하며 총 2030만 주를 공모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공모 규모는 최대 6억29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내 거래량 기준 2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크라켄(Kraken)은 내년 1분기 상장을 목표로 최근 5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 유치에 나섰다. 상장 후 기업가치는 약 150억 달러로 추정된다.
가상자산 수탁사 비트고(BitGo)는 지난달 21일 SEC에 IPO 신청서를 제출했다. 또 블록체인 기반 대출 기술 기업 피겨 테크놀로지 솔루션스는 이달 5일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IPO 관련 서류(S-1)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의 우호적인 정책 기조와 써클의 흥행에 힘입어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기업들의 IPO 추진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기업들이 상장에 나서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관련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 요건인 가상자산사업자(VASP) 등록 단계부터 막히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1월 전문 가상자산 중개업체 해피블록이 VASP 신고 수리를 받은 이후 현재까지 신규 등록 사례는 없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가상자산사업자 범위에 대한 논의가 새롭게 제기되면서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한층 더 어려워지고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월 대표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은 가상자산 업종을 업권별로 나누고, 진입 요건과 행위 규제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포함한다. 법안이 원안대로 시행되면 등록 요건이 세분되면서 적용받을 규제가 불확실해지고, 초기 진입 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도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1호’ 가상자산 관련 기업 IPO는 현재 등록된 27개 VASP 가운데서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은 지주사업 부문을 담당할 신설법인 '빗썸에이(a)'를 이달 15일 출범할 예정이다. 복합적 사업구조를 개선해 경영 효율성을 높여 IPO에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빗썸은 이르면 내년 1월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으로, 삼성증권이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 DSRV도 상장을 준비 중이다. 지난달 23일 16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한 DSRV는 대신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내년 중 IPO를 추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