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기업들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을 전략 자산으로 채택하며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트코인에 ‘올인’했던 미국 스트래티지의 성공 사례가 다른 글로벌 기업들의 자산 운용 전략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에는 가상자산을 보유하거나 채굴하는 기업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금융상품까지 등장하며, 전략이 한층 다양해지는 추세다.
6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 아메리칸(NYSE American)에 따르면 4일 기준 비트코인 채굴사 비트마인은 최근 5거래일간 주가가 2933% 급등했다. 지난달 2억5000만 달러(약 3410억 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발표하며 기존의 비트코인 채굴 중심에서 이더리움 트레저리(금고) 전략으로 전면 전환하겠다고 밝히면서다. 같은 날 새롭게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된 펀드스트랫 공동창업자 톰 리는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 산업의 챗GPT”라며 “스테이블코인 결제 대부분이 이더리움 생태계에서 이뤄지고 있어 이더리움의 전망이 매우 밝다”고 강조했다. 특히, 리플이 이달 2일 미국 연방 당국인 통화감독청(OCC)에 은행업 인가 신청서를 제출한 점도 비트마인 주가 급등에 영향을 미쳤다. 이더리움이 자체 발행한 달러스테이블코인(RLUSD)의 입지가 강화되며 운용 플랫폼인 이더리움에 관한 관심이 높아져, 이더리움 생태계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비트마인의 주가 급등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가상자산을 기업의 전략 자산으로 삼는 행보는 미국 스트래티지가 원조로 꼽힌다. 본래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였던 스트래티지는 팬데믹 당시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현금 대신 비트코인을 매집했다. 이후 사명까지 바꾸고,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외부 자금을 조달해 비트코인 보유를 전략의 핵심으로 삼았다. 비트코인 트레저리(비트코인 보유 기업 정보 플랫폼)에 따르면 현재 스트래티지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59만7325개(원화 기준 약 89조 원)로 단일 기업 기준 최대다. 최근 1년간 스트래티지 주가는 210% 넘게 상승했다. 지난해 말에는 나스닥100지수에 편입되기도 했다.
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올인' 전략이 성공을 거두자, 각국 기업들도 유사한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일본의 메타플래닛은 ‘아시아의 스트래티지’를 자처하며 비트코인 매집에 나섰다. 호텔 경영을 주력으로 해오던 메타플래닛은 지난해 4월부터 비트코인 투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6일 기준으로 비트코인 1만3350개(약 2조 원)를 보유하며 전 세계 단일 기업 기준 보유량 5위, 비 미국 기업 중 1위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코스닥 상장사 비트맥스가 비트코인 매집을 주요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비트맥스는 4일 비트코인 49.10개를 추가 매입해 총 보유량을 349.19개(약 520억 원)로 늘렸다고 발표했다. 내달 발행 예정인 500억 원 규모의 CB 발행 자금도 전액 비트코인 매입에 투입할 계획이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트래티지의 사례처럼 비트코인 매입으로 성공한 기업들이 생기면서 같은 전략을 활용하는 해외 기업들이 늘고 있다”라며 “비트코인뿐 아니라 알트코인을 편입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고, 이들에 직접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나 '코인고래(코인 대량 보유 기업 등)'가 발행한 CB에 투자하는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