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리퀴드·폴리마켓·크립토카드로 확산…투자부터 소비까지 온체인 이용 확대
타이거리서치 “수요 감소 아닌 국내 시장의 미충족 수요…제도적 선택지 넓혀야”

웹3 전문 리서치사 타이거리서치가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와 공동으로 한국 디지털자산 투자자의 해외 자금 유출 규모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2021년부터 2026년까지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로 유출된 암호화폐 규모가 약 7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타이거리서치는 국내외 약 500만개의 거래소 연관 주소와 약 12만개의 한국 사용자 추정 지갑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보고서는 대규모 자금 유출을 국내 투자 수요 감소가 아닌 국내 시장에서 충족되지 못한 수요가 해외로 이동한 결과로 해석했다.
2025년 해외 유출 168조원…거래 수수료만 5조원
2025년 한 해에만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로 약 168조원이 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투자자가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며 지불한 거래 수수료도 같은 해 약 5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됐다.

절대적인 자금 유출 규모는 시장 위축과 함께 감소하는 추세지만 국내 3대 거래소 현물 거래대금 대비 순유출 비율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현물 거래가 줄어드는 속도보다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의미다.
DEX·예측시장으로 확산…온체인 거래 수요 확대
해외로 이동한 자금은 중앙화거래소에 머무르지 않고 탈중앙화금융(DeFi)과 예측시장 등 온체인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체이널리시스의 블록체인 분석 솔루션 리액터(Reactor)를 통해 추적한 결과 국내 투자자 추정 지갑에서 하이퍼리퀴드 등 탈중앙화거래소(DEX)로 입금된 금액은 누적 약 2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7월 한 달 동안 이들 투자자의 명목 거래대금은 약 7조4000억원에 달했다.
거래 대상도 암호화폐를 넘어 전통자산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하이퍼리퀴드 등 온체인 플랫폼을 통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원유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무기한선물 상품에도 거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측시장 이용도 증가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폴리마켓을 이용한 국내 투자자 추정 지갑은 약 3700개로, 누적 거래대금은 약 6360억원으로 분석됐다.
스테이블코인, 보유 넘어 결제로…크립토카드 이용 증가
스테이블코인 활용도 단순 보유를 넘어 결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레드닷페이와 이더파이 등 크립토카드 애플리케이션의 국내 누적 다운로드 수는 약 3만8000건으로 집계됐다.
2025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국내 이용자 추정 지갑에서 크립토카드로 입금된 금액은 누적 약 411억원에 달했다.
보고서가 추적한 한 국내 고래 투자자의 경우 국내 거래소에서 개인지갑으로 자금을 이동한 뒤 하이퍼리퀴드와 폴리마켓에서 거래하고, 일부 자금을 크립토카드로 옮겨 실제 결제에 사용하는 흐름도 확인됐다. 투자부터 거래, 소비까지 온체인상에서 이어지는 이용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타이거리서치 “국내 시장 선택지 확대해야”
타이거리서치는 국내 디지털자산 자금의 해외 유출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의 상품과 제도적 선택지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우선 파생상품 등 해외에서 이미 시장이 형성된 분야를 국내에서도 검토할 수 있도록 제도적 여지를 마련해 투자 수요가 해외로 이동하지 않고 국내에 머무를 수 있는 시장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해외 디지털자산을 국내 시장으로 유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도적 마찰을 낮추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봤다.
보고서는 국내 투자자가 해외 거래소에 지불한 것으로 추정되는 연간 약 5조원의 수수료 가운데 10%만 국내 시장에서 발생해도 약 5000억원, 25%가 국내에서 발생할 경우 약 1조2500억원의 매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윤성 타이거리서치 선임연구원은 “지금의 자금 유출은 국내에 수요가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라 아직 국내에서 충족하지 못한 시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국내에서 만들어진 수요가 해외 기업의 매출과 경쟁력으로만 이어지는 구조를 바꿔야 할 때”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