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스포츠 예측 거래 확산…폴리마켓·칼시 중심으로 시장 성장
결과 판정 공정성·가격 편향·국내 제도 공백은 해결 과제로 지목

정치, 경제, 스포츠 등 미래 사건의 결과를 거래하는 블록체인 기반 예측시장이 새로운 정보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사건 결과를 누가 어떻게 판정할 것인지, 시장 가격이 실제 확률을 얼마나 정확히 반영하는지, 현행 법 체계 안에서 어떤 지위를 가질 수 있는지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글로벌 블록체인·인공지능(AI)·콘텐츠 분야 벤처캐피털 해시드의 싱크탱크 해시드오픈리서치(HOR)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 ‘블록체인 기반 예측시장의 등장과 당면 과제’를 발간했다고 16일 밝혔다.
예측시장, 베팅 넘어 ‘정보 인프라’로 확장
보고서는 2024년 미국 대선을 계기로 탈중앙화 예측시장이 글로벌 자본시장과 미디어 산업의 주요 의제로 부상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예측시장 플랫폼 폴리마켓(Polymarket)과 칼시(Kalshi)의 합산 월 거래량이 2025년 11월 기준 100억 달러에 이르고, 뉴욕증권거래소(NYSE) 모회사 인터컨티넨탈익스체인지(ICE), 소셜미디어 X 등 전통 금융·미디어 기업과의 결합이 빨라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HOR은 예측시장이 단순한 베팅 플랫폼을 넘어 집단지성을 모으는 차세대 정보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치 선거, 기준금리, 거시경제 지표, 스포츠 경기 결과 등 다양한 미래 사건에 대한 시장 참여자의 전망이 가격에 반영되면서 사회적 의사결정에 활용 가능한 데이터로 기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AI의 예측 능력을 평가하는 수단으로도 활용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간 확률 구간서 가격 편향 확인
다만 보고서는 예측시장 가격이 곧 객관적 진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HOR이 지난 2월 7일까지 종료된 폴리마켓 시장 데이터 4만8664건을 분석한 결과, 종료 7일 전 가격 기준 전체 평균 오차는 4.1%포인트(p)로 나타났다. 반면 결과 예측이 가장 어려운 40~60% 확률 구간에서는 평균 오차가 6.0%p로 확대됐다. 이 구간에서는 실제 가능성을 과대평가하는 경향도 확인됐다.
특히 거래량이 1만 달러 미만인 소규모 시장에서는 이 같은 편향이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HOR은 예측시장이 정보 집계 기능을 갖추고 있더라도 유동성이 부족하거나 불확실성이 큰 사건에서는 가격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결과 판정 공정성도 핵심 리스크
결과 판정 구조도 주요 리스크로 제시됐다. 보고서는 예측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가 ‘누가 결과를 판정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5년 약 2억3700만 달러가 거래된 ‘젤렌스키 정장’ 예측시장에서는 정장의 정의를 둘러싼 논란 끝에 토큰 보유자 투표로 결과가 뒤집히며 판정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HOR은 이 같은 문제가 개별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우마(UMA), 클레로스(Kleros) 등 주요 분쟁 해결 프로토콜이 토큰 보유자 다수결 방식으로 운영되는 가운데, 실제 의결권이 소수 대형 보유자에게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거액이 걸린 시장에서는 매표나 뇌물 공격을 통한 판정 조작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제도화 흐름 속 국내 논의는 초기 단계
규제 측면에서는 글로벌 제도화 움직임과 국내 제도 공백이 대비됐다. 보고서는 최근 미국 연방법원이 선거 관련 예측시장을 도박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칼시의 손을 들어준 점과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예측시장을 합법적 파생상품으로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점을 언급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예측시장의 법적 지위가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형법상 도박죄, 자본시장법상 기초자산 규제, 게임산업진흥법에 따른 접속 차단 등 복수의 규제가 중첩돼 있어 제도권 내 실험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추진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 논의에서도 예측시장은 주요 논의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HOR은 예측시장 가격이 향후 사회적 의사결정의 핵심 지표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국내 규제 당국도 정책적 입장 정립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글로벌 주요국에서도 아직 예측시장의 법적 성격에 대한 명확한 합의는 없지만, 미국의 제도화 흐름과 글로벌 플랫폼 확장이 이어질 경우 규제 프레임워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HOR 관계자는 “예측시장은 단순한 금융 상품이나 도박이 아니라 정보·금융·미디어 산업 전반과 연결되는 새로운 데이터 및 시장 인프라”라며 “앞으로 사회적 의사결정과 정보 집계 과정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예측시장이 진정한 정보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검토와 제도적 실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