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카드 시장 성장세… 기존 카드 레일 결합 흐름 뚜렷
비자도 스테이블코인 카드·온체인 정산 확대 나서

마스터카드, 크립토 결제 생태계 구축 시동
마스터카드가 85개 이상 디지털자산·결제 기업을 묶는 글로벌 협력 프로그램을 출범시키며 크립토의 제도권 결제망 편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디지털자산이 기존 금융 시스템과 분리된 실험 단계를 넘어 송금, 정산, 기업 간 자금이체 같은 실사용 영역으로 확장되는 가운데, 글로벌 카드사들이 온체인 기술을 기존 결제 인프라 안으로 흡수하는 경쟁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마스터카드는 11일 ‘크립토 파트너 프로그램’을 공개하고, 85개 이상 크립토 네이티브 기업과 결제 제공업체, 금융기관을 한데 모아 협력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은 디지털자산이 제공하는 속도와 프로그래머블 기능을 기존 카드 레일과 글로벌 상거래 흐름에 결합하는 방안을 참여사들과 함께 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울러 마스터카드는 기술 실험을 넘어 여러 시장에서 실제 작동할 수 있는 확장 가능하고 컴플라이언스를 갖춘 사용 사례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국경 간 송금, B2B 자금이체, 지급과 정산 등 현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마스터카드의 설명이다. 즉 디지털자산을 별도 생태계에 두는 것이 아니라, 기존 금융 시스템과 연결해 실제 결제와 자금이동에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이미 Engage 플랫폼 내 크립토 카드 프로그램과 Start Path의 블록체인·디지털자산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공식 페이지를 통해 실제 참여사들도 함께 제시됐다. 명단에는 바이낸스, 페이팔, 리플, 서클, 솔라나, 폴리곤, 크립토닷컴, OKX, 바이비트, 앵커리지디지털, 비트고, 파이어블록스, 팍소스, 소파이, 크로스리버, 웹뱅크, 리드뱅크 등 블록체인, 거래소, 커스터디, 스테이블코인, 은행 파트너가 폭넓게 포함됐다. 단순 선언을 넘어 결제, 수탁, 규제 대응, 은행 연결까지 아우르는 밸류체인 단위의 생태계 구상이 보다 구체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커지는 크립토 카드 시장, 다만 해석은 신중해야
이 같은 흐름은 실제 크립토 카드 시장 성장과도 맞물린다. 온체인 결제 분석 플랫폼 Paymentscan에 따르면 크립토 결제카드 시장의 누적 거래액은 약 57억 3800만달러, 누적 거래건수는 1946만 1342건, 총 사용자는 40만 3568명으로 집계됐다. 월간 거래량 그래프도 2025년 들어 가파르게 늘며 일부 구간에서는 4억~5억달러 수준에 근접한 흐름을 보였다. 이는 크립토 결제가 단순한 상징적 서비스가 아니라 일정 수준의 실사용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이 수치는 온체인에서 특정 카드 프로그램으로 귀속 가능한 흐름을 바탕으로 한 집계라는 점에서 해석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Paymentscan은 집계 기준상 일부 사업자에 대해 실제 카드 결제액이 아니라 카드 충전액을 반영할 수 있고, 오프체인 이용분은 제외될 수 있으며, 일부 거래는 실제 소비가 아닌 송금 성격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시장 전체 방향성만 놓고 보면 크립토 카드가 기존 글로벌 카드 네트워크와 결합하며 사용성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비자도 스테이블코인 카드·온체인 정산 확대
실제 주요 크립토 카드 프로그램 상당수는 비자 또는 마스터카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비자도 최근 스테이블코인 연계 카드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자는 이달 3일 브리지와의 협업 확대를 발표하며 스테이블코인 연동 카드 프로그램을 연말까지 100개국 이상으로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카드들은 비자의 1억 7500만개 이상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아울러 비자는 스테이블코인 정산 파일럿을 통해 발급사와 매입사가 비자와의 정산을 온체인에서 수행하는 방안을 시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 핀테크 파트너 은행인 리드뱅크는 브리지와 협력해 비자의 미국 내 USDC 정산 파일럿에 참여하는 초기 은행 파트너 가운데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카드사 경쟁 본격화, 성과는 더 지켜봐야
결국 카드사들의 최근 전략은 크립토를 기존 결제 시스템의 바깥에 두는 것이 아니라 안으로 끌어들이는 데 가깝다. 마스터카드는 85개 이상 참여사를 묶어 협업 표준과 생태계를 먼저 구축하려 하고, 비자는 스테이블코인 연계 카드와 온체인 정산 실험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디지털자산 기반 결제의 확산 경로가 독립적 대안 결제망이 아니라 기존 카드 레일과의 결합 형태로 구체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흐름에 대해 “마스터카드가 85개 이상 기업과 협력 프로그램을 꾸린 점 자체는 고무적이지만, 파트너십을 실제 성과로 연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스테이블코인 결제망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전통 강자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는 있지만, 실질적인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