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U, 고팍스 대주주 변경 수리 …2년8개월 만
국내 거래소는 해외 진출 막혀 ‘역진입 구조’ 고착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잇따라 한국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해외 거래소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를 승인한 데 이어 크립토닷컴도 국내 조직 재정비에 나서면서 외국계 거래소의 ‘역진입’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반면 국내 거래소들은 규제 불확실성과 자금 이동 제약에 가로막혀 해외 진출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거래량 기준 10위권의 가상자산 거래소 크립토닷컴은 26일 한국 트레이딩 리스크(Trading Risk) 매니저 를 채용하고 있다.
해당 매니저는 한국 트레이딩 비즈니스의 리스크 관리 전략 수립과 실행, 금융감독원과 금융 당국에 대한 정기보고 및 감사 대응 업무를 맡는다. 한국 시장에서의 실질적인 거래소 운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요구 사항으로 최소 5년 이상의 리스크 관리 경력과 한국어 원어민 수준의 유창함을 제시해 현지화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채용 공고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를 허용해준 시점과 맞물린다. FIU는 15일 고팍스의 대주주를 바이낸스로 변경하는 신고서를 수리했다. 바이낸스가 국내 진출을 시도한 지 2년 8개월 만이다.
크립토닷컴 역시 유사한 상황에 놓여 있다. 크립토닷컴은 2022년 국내 거래소 오케이비트를 인수한 뒤 브라질 국적의 라파엘 드 마르코 아멜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한국 법인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법인명을 포리스닥스 코리아 리미티드로 변경했다.

이후 지난해 1월에는 대표이사를 라파엘에서 에릭 안지아니로 교체하기 위한 변경신고서를 제출했으나 승인받지 못했다. 당시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지면서 FIU가 외국계 가상자산사업자(VASP)의 국내 경영권 승인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이번 결정은 크립토닷컴에게도 청신호로 해석된다. 현재 크립토닷컴은 변경신고 수리를 기다리며 지난해 9월부터 한국에서 거래소 서비스를 재개한 상태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의 국내 진입은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국내 거래소의 해외 진출은 여전히 가로막혀 있다. 금융당국의 보수적 정책 기조 속에 외국인 고객확인(KYC) 절차가 명확하지 않아 국내 거래소들이 외국인 거래를 허용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또한 해외 법인 설립이나 자금 이동도 사실상 제한돼 해외 진출이 사실상 차단된 상태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거래소들이 한국 시장에 들어오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국내 거래소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지 못한다면 결국 일방적인 개방에 그칠 수밖에 없다"라며 "국내 가상자산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려면 국내 거래소가 외국인 고객을 유치하고 해외 진출을 할 수 있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