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 급감한 국내 시장, 해외와 가격격차 확대
하반기 법인 참여 확대 시 왜곡 해소 기대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데도 국내 시장에서는 해외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이른바 ‘역 김치프리미엄’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법인 투자 제한과 같은 구조적 원인을 지목하며, 하반기 제도 변화에 따른 해소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14일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13일 비트코인의 김치프리미엄은 -1.55%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에서 비트코인이 해외 평균 시세보다 1.55% 낮게 거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김치프리미엄은 국내 거래소의 가상자산 가격이 해외 거래소 대비 얼마나 높은지 또는 낮은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기준점은 0%며, 이 수치를 초과하면 국내 가격이 더 높은 '프리미엄' 상태, 미만일 경우 '디스카운트' 또는 '역프리미엄' 상태로 해석된다.
비트코인이 글로벌 시장에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국내 시장만 유독 가라앉은 상황이다. 14일 오후 2시 30분 기준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3.57% 상승한 12만206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12만2000달러를 넘은 건 사상 처음이다. 역프리미엄 현상은 올해 2월 김치프리미엄이 8%를 웃돌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업계는 역프리미엄이 주로 해외 시장에서 가격이 급등할 때 국내 시세가 이를 따라가지 못할 때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2021년 전후의 활황장과 비교할 때, 국내 거래소의 거래량은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한국 시간 기준 이른 새벽에 해외에서 급등하면, 국내에서 이를 즉각 반영하지 못하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가상자산 데이터 제공업체 코인게코에 따르면 7월 업비트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22억9497만 달러(3조1652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1분기 일평균 거래량 41억5745만 달러(5조7339억 원)와 비교해 약 45% 감소한 수준이다. 반면 글로벌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7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155억6086만 달러(21조4677억 원)로, 1분기 225억4913만 달러(31조1087억 원) 대비 31% 줄어드는 데 그쳤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마진거래, 레버리지 거래 등을 지원하는 해외거래소로 국내 거래 수요가 많이 넘어간 것도 역프리미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글로벌 주요 거래소들은 선물과 레버리지 등 다양한 파생상품 거래를 제공하고 있지만, 국내 거래소는 대부분 현물 거래에 국한돼 있어 투자자들의 선택지가 제한적이다. 이로 인해 상승장에서 레버리지나 선물 등 고수익 전략을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다.
다만, 이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일부 대안 서비스를 출시하며 어느 정도 해결될 전망이다. 업비트는 이달 '코인 빌리기' 서비스를 출시해 원화를 담보로 담보금 20~80% 상당의 코인을 빌릴 수 있도록 했다. 빗썸은 '코인대여'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가 보유한 담보 인정 가상자산 또는 원화를 담보로 최대 4배까지 가상자산을 대여해 투자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김 센터장은 "김치프리미엄이나 역프리미엄은 결국 기관과 법인이 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구조적 제약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올 하반기부터 법인의 시장 진입이 확대되면 이러한 왜곡도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하반기부터 금융사를 제외한 상장법인이나 전문투자자 등록 법인 3500여 곳을 대상으로 투자 및 재무 목적의 매매 실명계좌 발급을 시범 허용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