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가상자산 시장→금융산업 기반 기술로 확장
단순 기술 실증 벗어나 실 고객 거래 기반 서비스 구축으로 이동
에드 펠튼 창업자 “기술 자체 보단 실사업에 적용하는 구조 갖추는 것 중요”

블록체인이 가상자산 시장을 넘어 금융산업의 기반 기술로 영역이 확장하는 추세다. 금융회사의 블록체인 활용 역시 단순한 기술 실증에서 벗어나 실제 고객과 거래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구축으로 옮겨가고 있다.
오프체인랩스 에드 펠튼 공동창업자 겸 수석과학자는 코리아블록체인위크(KBW2026) 사이드 이벤트 ‘이더커넥트’(EthConnect) 참석을 계기로 진행한 넥스블록과의 서면인터뷰에서 “금융산업에서 이 같은 변화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기술 자체보다는 금융회사가 필요로 하는 신뢰성과 규제 환경, 실제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기관 온체인 금융의 확장 가능성과 아비트럼의 역할, 로빈후드 체인 구축 사례, 한국 금융회사와의 협력 가능성 등에 대해 밝혔다.
그는 20여 년간 미국 프리스턴대에서 컴퓨터과학 교수로, 백악관 미국 최고기술책임자(CTO) 부책임자와 개인정보∙시민자유감독위원회(PCLOB) 위원으로 지냈으며, 오프체인랩스 창업 후 블록체인이 실제 금융산업에서 활용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다음은 오프체인랩스 에드 펠튼 공동창업자와의 일문일답.
Q. 오프체인랩스와 현재 맡고 있는 역할을 소개해 달라.
A. 오프체인랩스는 벤처 투자를 받은 프리스턴대 출신 기업으로 8년 넘게 블록체인 연구∙개발에 전념해 왔다. 이더리움 확장 솔루션 ‘아비트럼’(Abitrum)과 이더리움의 주요 합의 클라이언트 ‘프리즘’(Prysm)을 최초로 개발해 블록체인의 확장성∙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며 업계의 혁신을 이끌었다. 본인은 수석과학자로서 연구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아비트럼이 이더리움의 보안성을 그대로 이어받을 수 있도록 암호학적∙프로토콜∙게임이론적 설계를 연구하고, 해당 아키텍처가 기관의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해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를 자문한다.
Q. 아비트럼, 이더리움 간 관계를 설명해 달라.
A. 아비트럼은 금융에 특화된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앱, 토큰화 및 전용 블록체인 환경을 위한 인프라를 제공한다. ‘아비트럼 원’은 아비트럼 플랫폼의 여러 체인 중 하나로 이더리움 레이어1 위에 구축된 레이어2 블록체인이다. 이더리움은 보안성과 탈중앙화 수준이 높지만, 주류 금융 서비스가 요구하는 거래량과 비용을 처리하도록 설계된 것은 아니다. 아비트럼은 거래를 처리한 뒤 이더리움에서 최종 결제한다. 이를 통해 보안성과 탈중앙화를 유지하면서도 훨씬 빠른 속도와 적은 비용으로 확장할 수 있다. 금융에 빗댄다면 이더리움을 중앙예탁결제기관(CSD)이다. 전용 처리 계층의 속도와 비용상 이점을 얻으면서도 기반 결제 계층의 보장은 포기하지 않는 구조다.
Q. 과거 백악관 CTO 부책임자로, 또 PCLOB 위원으로 활동했다. 이때의 경험이 현재 블록체인 접근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A. 백악관 CTO 부책임자로서는 대통령과 고위 참모에게 정부가 기술을 어떻게 활용∙규제해야 하는지 자문했다. 혁신과 개인정보보호, 공공 안전이 교차하는 영역뿐만 아니라 기술이 주는 혜택을 미국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다뤘다. PCLOB에서는 정부의 감시∙대테러 프로그램을 독립적으로 검토하고, 해당 프로그램이 안보와 시민의 자유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 의회와 대중에게 조언했다. 두 역할을 관통하는 핵심은 ‘강력한 기술적 능력에는 독립적인 감독과 명확한 책임이 있다는 것’과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시스템이 기술적으로 뛰어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용자에게 투명성과 신뢰성을, 기술적으로 강제되는 강력한 안전 보장 장치를 제공해야 한다.
Q. 학문적 경력과 정부에서 오랜 기간 경험을 쌓았다. 이후 오픈체인랩스를 공동 창업한 계기는 무엇인가. 또 이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과제는 무엇인가.
A. 블록체인은 서로 신뢰하지 않는 당사자가 중개자 없이 하나의 공동 기록에 합의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흥미가 생겼다. 초기 이더리움의 처리량과 수수료는 대부분 실제 금융 활동에 활용하기에는 비현실적이었다. 가능성이 큰 만큼, 한계도 명확했다. 프린스턴 박사과정 학생 두 명과 함께 아비트럼이 된 학술 연구를 진행했고, 이더리움의 보안 보장을 약화하지 않으면서도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 연구가 충분히 성숙해지면서 시장의 공백도 명확해졌다. 다른 논문을 발표하는 것보다 이를 회사로 만들고 실제 인프라를 출시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판단했다. 오픈체인랩스가 해결하고 있는 문제는 산업의 발전과 함께 변화해 왔다. 초기에는 탈중앙화와 앱 확장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무게중심이 기관 수준의 요구사항으로 이동했다. 규제 준수 도구, 전용∙맞춤형 기업용 체인, 규제 대상 금융회사가 기대하는 수준의 안정성과 지원 등도 중요해졌다. 이 모든 것을 합쳐 ‘프로그래머블 경제(Programmable Economy)를 구동한다’고 표현한다.
Q. 금융회사 인프라 측면에서 아비트럼이 지닌 기술적 차별점은 무엇인가.
A. 핵심 강점은 연구 중심의 엔지니어링이다. 아비트럼 플랫폼뿐 아니라 모든 금융 목적의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지원하는 기업용 제품군을 갖췄다. 기관에 코드를 제공하거나 무언가를 대신 구축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협력하는 접근법을 택했다. 대표적인 예가 로빈후드와의 관계다. 로빈후드의 구체적인 요구사항에 맞춰 ‘로빈후드 체인’을 구축했다. 아비트럼 플랫폼 기반이지만, 로빈후드와 함께 설계했다. 속도와 비용을 제외하면 금융회사에 중요한 차별점은 보안∙맞춤화∙통합이다. 최종 결제가 이더리움 자체에서 증명되기 때문에 기관이 완전히 새로운 합의 메커니즘을 신뢰하도록 요구하지 않는다. 기업은 전용 아비트럼 체인에서 자체적인 접근 권한, 수수료 구조, 거버넌스를 설정할 수 있다. 은행이 자체 코어 원장을 운영하면서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나 국가 결제망에 연결되는 것과 비슷하다.
Q. 로빈후드 체인 구축에서 어떤 역할을 했나. 또 기존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A. 로빈후드 체인은 확장성과 보안 아키텍처를 위한 핵심 기술 스택을 제공한다. 로빈후드 엔지니어링팀이 2700만 명이 넘는 기존 사용자 기반을 위한 토큰화 금융상품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함께 일한다. 이런 프로젝트의 우선순위는 일반적인 크립토 네이티브 프로젝트와 다르다. 첫날부터 실제 개인투자자의 거래량을 처리할 수 있어야 하고, 규제받는 증권사가 부담하는 규제 준수와 수탁 의무에 부합해야 한다. 토큰화 자산이 고립된 네트워크에 갇히지 않도록 이더리움과 더 넓은 아비트럼 생태계에도 연결돼 있어야 한다.
Q. 한국 금융회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한국 금융회사가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기존 금융기업에는 규제당국과의 관계, 실질적인 고객확인(KYC) 및 자금세탁방지(AML) 요건에 적용되는 대규모 고객 기반, 훨씬 높은 수준의 가동시간과 지원 등 여러 요구사항이 있다. 로빈후드 체인은 목적에 맞게 구축된 전용 체인이 이러한 기관의 요구사항을 충족하면서도 더 넓은 퍼블릭 네트워크의 유동성과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Q. 금융회사는 기존 퍼블릭 블록체인 대신 언제 자체 체인을 구축해야 하는가.
A. 시장 진입 속도가 제일 중요하다면 아비트럼 원과 같은 기존 퍼블릭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게 합리적이다. 반면 전용 블록체인은 기관이 자체적인 거버넌스와 접근 권한을 필요로 할 때 적합하다. 예를 들어 승인 후 KYC를 거친 거래 상대방만 참여하도록 제한해야 하는 경우, 거래 순서나 수수료 토큰을 맞춤 설정해야 하는 경우, 다른 앱과 공유하지 않는 처리량을 보장받아야 하는 경우, 규제 준수를 위해 체인 운영을 직접 통제해야 하는 경우 등이다.
Q. 퍼블릭 블록체인의 투명성과 금융회사가 요구하는 개인정보보호를 어떻게 양립시킬 수 있나.
A. 투명성과 개인정보보호를 조화시키는 방법으로 체인이나 앱 수준에서의 접근 권한 설정과 영지식증명(ZKP) 같은 암호학적 기술이 있다. 영지식증명을 사용하면 기반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거래가 특정 규칙을 준수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 하지만 누가 무엇을 볼 권한이 있는지, 감사를 어떻게 진행할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법적 책임자는 누구인지는 정책과 운영상 문제다.
Q. 한국의 은행∙증권사∙자산운용사 등과 어떤 부분에서 협력 기회를 보고 있나.
A. 토큰화 펀드와 채권, 스테이블코인 결제, 담보대출, 금융기관 간 결제 등 모든 활용 사례에서 큰 기회가 있다고 본다. 오프체인랩스는 초기 사업∙기술 평가부터 아키텍처 설계 컨설팅, 개념증명(PoC) 과정의 실무 협업, 실제 서비스 배포와 그 이후까지 지원한다. 금융회사가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내부적인 명확성이다. 협업에 앞서 구체적인 상품과 명확한 고객군, 어떤 규제 체계가 적용되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성공적인 파일럿이 실제 사업으로 성장하려면 명확한 책임자와 PoC 이후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 시연이 끝나면 종료되는 기술 데모에 그쳐서는 안 된다.
Q. 향후 계획을 밝혀달라.
A. 앞으로 6개월간 자체 맞춤형 블록체인을 개발하기 위해 오프체인랩스의 서비스가 필요한 기업∙기관과의 파트너십을 확대하고자 한다. 현재 세계적인 기업과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하기 위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지난 5년간 실험 단계를 넘어가는 방향으로 움직여왔다. 사람들이 어떤 서비스가 블록체인 위에 구축됐는지 알지도, 생각하지도 않게 된다면 진정한 의미에서 실험 단계를 넘어선 것이다. 오늘날 기술이 작동하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최고의 인프라는 보이지 않는다. ‘블록체인으로 구동된다’(Blockchain powered)에서 그저 ‘이런 잘 작동한다’(This works well) 단계로 넘어가는 순간, 우리는 실험 단계를 벗어나 차세대 금융으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