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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더가스 "이더리움 블록 공간도 선물거래처럼…기관 금융 위한 실행 인프라 구축"

입력 2026-09-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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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 CONNECT 2026] 1일 서울 강남구 엘리에나 호텔에서 진행

케빈 렙소(Kevin Lepsoe) 이더가스(ETHGas)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12초마다 경쟁하는 거래 구조 개선…블록 공간 사전 예약·거래 시장 구축
기관 거래에 예측 가능한 비용·실행 환경 제공…이더리움 결제 구조 유지
한국 금융기관 초기 활용 분야로 스테이블코인 결제 제시…토큰화 자산으로 확대

▲케빈 렙소 이더가스(ETHGas)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월 미국 뉴욕 자비츠센터에서 열린 ‘ETHConf 2026’에서 ‘Is Ethereum Realtime Ready’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이더가스)
▲케빈 렙소 이더가스(ETHGas)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월 미국 뉴욕 자비츠센터에서 열린 ‘ETHConf 2026’에서 ‘Is Ethereum Realtime Ready’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이더가스)

이더리움의 블록 공간(Blockspace)을 항공기 좌석이나 에너지처럼 미리 예약하고 거래할 수 있다면 어떨까. 거래가 몰릴 때마다 가스비가 급등하고 거래 처리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웠던 기존 구조를 금융시장의 관점에서 재설계하려는 시도가 등장했다.

이더리움 블록 공간 거래 플랫폼 이더가스(ETHGas)가 추진하는 사업이다. 이더가스는 검증자가 미래의 블록 공간을 사전에 판매하고, 이용자가 이를 예약하거나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구축하고 있다. 단순한 거래 수수료 절감을 넘어 금융기관이 퍼블릭 블록체인에서도 예측 가능한 거래 실행 환경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케빈 렙소 이더가스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투데이·넥스블록과의 인터뷰에서 "이더리움은 정교한 금융 생태계를 발전시켰지만 가장 기본적인 자원인 블록 공간은 여전히 약 12초마다 현물시장에서 구매하는 방식으로 거래돼 왔다"며 "이더가스는 이더리움 블록 공간을 위한 금융시장과 실시간 거래 실행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에서 금융공학과 금융상품 구조화 업무를 경험한 렙소 CEO는 전통 금융시장의 선도거래와 파생상품 구조를 블록체인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항공사가 좌석을 미리 판매하고 에너지 생산자가 미래 생산량의 가격 위험을 헤지하듯, 블록체인의 연산 자원 역시 가격과 공급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더가스는 이를 바탕으로 블록 공간 거래시장을 넘어 기관용 실행 인프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금융기관이 기존 이더리움의 결제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규제 준수와 거래 실행에 필요한 통제 기능을 확보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12초마다 좌석 경매하는 항공사와 같아"…블록 공간을 금융상품으로

이더리움은 약 12초마다 새로운 블록을 생성하며 각 블록에는 처리할 수 있는 연산량의 한도가 존재한다. 이용자는 거래를 제출하고 수수료를 지불해 해당 블록에 포함되기를 기다린다. 네트워크 수요에 따라 수수료와 거래 처리 시점이 달라지는 구조다.

이더가스는 검증자가 향후 제공할 블록 공간을 약정하면 이용자가 이를 구매해 특정 시점의 거래 실행을 계획할 수 있도록 한다. 렙소 CEO는 이러한 구조를 항공권 예약에 비유했다.

그는 "항공사가 항공권을 미리 판매하지 않는다고 상상해 보라. 12초마다 비행기를 타려는 사람들이 공항에 나타나 다음 비행기의 좌석을 놓고 입찰하는 셈"이라며 "이는 매우 비효율적인 방식이지만 이더리움의 블록 공간이 역사적으로 배분돼 온 구조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블록 공간을 사전에 거래하면 검증자는 미래의 불확실한 수익 일부를 계약에 기반한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다. 구매자는 거래 실행 시점을 계획하고 수수료를 예산에 반영하거나 가격 변동 위험을 관리할 수 있다.

렙소 CEO는 블록 공간 거래시장과 거래 실행의 예측 가능성 확보, 기관용 실행 인프라를 하나의 사업 구조로 설명했다. 그는 "이 세 가지는 별개의 사업이 아니라 이더리움의 기초 연산 자원에 적절한 시장을 형성하면서 나타나는 결과"라며 "예측 가능한 블록 공간과 실시간 사전확인 기능이 갖춰지면 퍼블릭 이더리움 위에서도 기관급 거래 실행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산은 금융기관이 통제, 이더리움이 최종 결제"…실행 인프라 역할 분리

이더가스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핵심은 이용자의 자산을 직접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가 블록에 포함되는 과정을 조율하는 데 있다. 예를 들어 금융기관이 다른 기관에 100만 달러 상당의 스테이블코인을 전송한다면, 해당 기관은 향후 검증자 슬롯에 연결된 블록 공간 약정을 확보하고 서명된 거래를 제출할 수 있다.

이후 블록 빌더(Builder)가 해당 약정에 따라 블록을 구성하고, 릴레이(Relay)를 통해 검증자에게 전달한다. 검증자는 이를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제안하며 기존 합의 절차에 따라 거래의 정식 포함 여부와 최종 확정이 결정된다.

렙소 CEO는 "금융기관은 자산을 통제하고 이더가스는 거래 실행 권리를 조율하고 시장을 제공한다. 빌더는 블록을 구성하고 검증자는 이를 제안하며 이더리움이 최종 결제를 담당한다"며 "우리는 이더리움을 결제 계층으로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이더가스가 제공하는 사전확인(Preconfirmation)은 거래의 최종 확정과 구분된다. 사전확인은 향후 이더리움 블록에서 거래가 어떻게 처리될지에 대한 약정인 반면, 최종 확정(Finality)은 이더리움 자체의 합의 메커니즘에 따라 결정된다.

렙소 CEO는 "사전확인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약정이고 최종 확정은 이더리움 합의의 속성이다. 둘은 동일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실시간 실행 인프라를 통해 블록 생성이 완료되기 전에도 잠정적인 실행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애플리케이션이 거래 상태를 파악하지 못하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기관이 이 같은 서비스를 활용하는 가장 실질적인 이유로는 거래의 예측 가능성을 꼽았다. 그는 "대규모 포트폴리오를 이동하거나 온체인 펀드의 자산 비중을 조정하고, 청산 또는 토큰화 자산 결제를 수행할 때 12초의 불확실성도 실질적인 경제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가스비와 시장가격이 변하고 거래가 예상한 위치에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거래 실행 약정이 모든 손실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더가스의 공개 문서에 따르면 검증자는 담보 없이도 등록할 수 있으며 슬롯당 약 1ETH의 담보를 권장한다. 담보 규모는 구매자에게 공개되며, 약정 불이행 시 해당 슬롯의 가용 담보를 기준으로 미이행 가스량에 비례해 페널티를 산정하고 피해 구매자에게 배분한다.

렙소 CEO는 "담보는 경제적 보증 수단이지 발생 가능한 모든 후속 손실에 대한 보험은 아니다"라며 "검증자가 1ETH를 담보로 제공했다고 해서 거래 실패로 발생하는 무제한의 경제적 손실까지 보장한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은행을 위한 별도 이더리움 만들지 않아"…퍼블릭 체인 위에 기관용 접근 계층

기관 금융시장에서는 거래 속도와 비용뿐 아니라 규제 준수, 거래 상대방 확인, 감사 가능성 등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더가스는 이러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기관용 블록 공간(Institutional Blockspace)을 구축하고 있다. 블록에 거래가 포함되기 전 제재 대상 여부를 확인하고 거래 순서를 통제하거나 신원과 관할권을 확인할 수 있는 검증자를 선택하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다만 기관 전용 거래 환경이 퍼블릭 블록체인의 개방성과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렙소 CEO는 "이더리움은 이더리움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며 "금융기관에 필요한 것은 퍼블릭 인프라 주변에서 거래 상대방, 규제 준수, 개인정보 보호, 감사 가능성 및 거래 실행에 관한 자체 요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하는 접근 계층"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더가스의 기관 사업 방향을 '하나의 이더리움, 여러 거래 경로(One Ethereum, Multiple Lanes)'라고 설명했다. 전체 네트워크의 규칙을 바꾸는 대신 금융기관이 자신의 규제 요건에 맞는 거래 경로를 선택하도록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규제 준수에 대한 최종 책임 역시 서비스를 이용하는 금융기관에 남는다. 렙소 CEO는 "이더가스가 제재 대상 확인 기능을 제공한다고 해서 은행의 자금세탁방지(AML), 제재 준수 또는 수탁자 책임이 이더가스로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거래 심사 정책은 투명하고 감사 가능한 형태로 운영돼야 하며 잘못된 차단 결정에 대해서는 검토와 시정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목표는 은행을 위한 사설 이더리움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며 "규제받는 금융기관이 자신에게 필요한 통제를 접근 및 실행 계층에 적용하면서 퍼블릭 이더리움에 접근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8억 달러 블록 공간 약정 확보…기관용 인프라 확대 추진

이더가스는 현재 이더리움 메인넷에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후디(Hoodi) 테스트 환경도 제공하고 있다. 렙소 CEO에 따르면 이더가스가 공개적으로 발표한 블록 공간 약정 규모는 8억 달러를 넘어섰다.

또한 지난 4월 이더리움 스테이킹 프로토콜 이더파이(ether.fi)와 3년간의 협력 관계를 발표했다. 해당 계약에 따라 약 30억 달러 상당의 ETH가 이더가스의 고성능 스테이킹 서비스(High Performance Staking Service)에 약정되며 이더파이는 계약 기간 이더가스의 사전확인 플랫폼을 독점적으로 이용한다.

렙소 CEO는 이러한 수치를 실제 거래량이나 고객 결제 규모와 동일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30억 달러의 검증자 약정은 30억 달러의 거래량을 의미하지 않는다. 블록 공간 약정 역시 고객의 결제 규모와 다르다"며 "각각 네트워크의 서로 다른 측면을 측정하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현재 블록 공간 거래시장과 검증자 통합, 메인넷 인프라는 운영 중이지만 일부 고도화된 상품과 기관용 기능은 개발 및 확장 단계에 있다.

향후 6개월 동안은 검증자 유동성 확대와 블록 공간 거래시장 개선, 실시간 실행 기능 확장, 기관 인프라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갑과 애플리케이션, 금융기관이 이더가스 인프라를 보다 쉽게 연동할 수 있도록 통합 과정도 개선한다.

이더리움 자체의 처리 속도와 확장성이 향상되더라도 블록 공간을 금융상품으로 거래하는 시장의 필요성은 유지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이더리움은 앞으로 분명히 더 빠르고 확장 가능한 네트워크가 될 것이며 우리도 이를 원한다"며 "이더가스의 사업 가설은 이더리움이 계속 느린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스테이블코인 결제부터"…토큰화 자산·기관 간 결제로 확대

한국 시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기관 도입의 출발점으로 제시했다. 렙소 CEO는 "한국 금융기관에 기존 결제 구조 전체를 다시 설계하라고 요구하는 것부터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익숙하게 이해하고 있는 거래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결제는 가장 명확한 초기 활용 사례일 것"이라며 "자산 자체가 익숙하고 거래를 측정하기 쉬우며 예측 가능한 블록 포함, 실시간 피드백, 통제된 거래 실행의 이점을 명확하게 입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동일한 인프라를 토큰화 자산 거래와 보다 복잡한 기관 간 결제 구조로 확장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한국 금융시장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렙소 CEO는 국내 금융기관과 거래소, 기술기업이 퍼블릭 블록체인 인프라 활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이제 중요한 질문은 자산이 온체인에 존재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금융기관이 이러한 자산을 대규모로 활용하기 위해 어떤 거래 실행 인프라를 필요로 하는지에 관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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