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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꿈 ①] 쟁글에서 두나무까지…한화는 왜 6년 전 블록체인에 베팅했나

입력 2026-09-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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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쟁글에 40억…가상자산 ‘정보 인프라’에 첫 베팅
두나무·람다256으로 확장…한화시스템은 블록체인 플랫폼에 2500억 투자 계획
6년 뒤 쟁글 재투자·두나무 지분 확대…초기 투자가 ‘RWA 허브’ 전략으로

▲2018년 한화시스템의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 ‘H-Chain’ 구축부터 2020년 쟁글 투자, 2021년 두나무·람다256 투자, 2026년 디지털자산 전문 증권사 및 실물연계자산(RWA) 허브 전략까지 이어진 한화의 블록체인 사업·투자 흐름.
▲2018년 한화시스템의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 ‘H-Chain’ 구축부터 2020년 쟁글 투자, 2021년 두나무·람다256 투자, 2026년 디지털자산 전문 증권사 및 실물연계자산(RWA) 허브 전략까지 이어진 한화의 블록체인 사업·투자 흐름.

한화가 블록체인에 처음 눈을 돌린 것은 2020년보다 앞선다. 한화시스템은 2018년 자체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 ‘H-Chain’을 구축하고 이더리움기업연합(EEA)에 가입하며 금융 분야에 블록체인을 접목하기 위한 실험에 나섰다.

다만 한화가 외부 블록체인·디지털자산 기업에 본격적으로 자금을 넣기 시작한 것은 2020년부터다. 한화투자증권은 그해 가상자산 데이터 기업 쟁글에 투자했고, 이듬해에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와 블록체인 기술 기업으로 투자 범위를 넓혔다.

당시에는 각각의 투자가 별개의 신사업 투자처럼 보였다. 그러나 2026년 한화투자증권이 ‘디지털자산 전문 증권사 전환’과 ‘글로벌 넘버원 실물연계자산(RWA) 허브’를 공식 비전으로 내걸면서 과거의 투자들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18년 기업용 블록체인 기술 실험에서 출발해 2020년 정보·데이터, 2021년 거래와 블록체인 기술로 영역을 넓힌 한화의 행보가 6년여 만에 데이터와 거래, 인프라를 잇는 디지털금융 밸류체인으로 연결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쟁글에 40억…한화의 첫 블록체인 베팅은 ‘정보 인프라’

한화의 초기 행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은 쟁글이다. 한화투자증권은 2020년 7월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쟁글 운영사 크로스앵글의 시리즈A 투자에 단독으로 참여해 약 40억 원을 투자했다. 당시 쟁글은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공시 정보를 수집·검증하고 가격과 거래량, 온체인 데이터를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였다.

주목할 점은 투자 대상이 특정 가상자산이나 거래소가 아닌 ‘정보 인프라’였다는 점이다. 크로스앵글 역시 당시 투자금을 가상자산 정보·데이터 인프라를 제도권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한화가 가상자산 산업 자체보다 시장이 커질 경우 필수적으로 필요해질 데이터와 정보 체계에 먼저 베팅한 셈이다.

쟁글을 창업한 김준우 대표의 이력도 눈길을 끈다. 김 대표는 삼성증권과 삼성전자를 거쳐 넥슨 지주회사 NXC 투자팀에서 투자·사업개발을 담당했고, NXC의 벤처투자사 NXVP 대표도 맡았다. NXC 재직 당시에는 코빗 인수 등 가상자산 관련 업무에도 참여했다. 이후 가상자산 시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에 주목해 2018년 쟁글을 창업했다.

두나무·람다256으로 확장…거래소 넘어 기술 인프라까지

한화의 블록체인 투자는 이듬해부터 더욱 공격적으로 확대됐다. 2021년 2월 한화투자증권은 퀄컴이 보유하고 있던 두나무 주식 206만9450주를 약 583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취득 후 지분율은 6.2%였다.

한화투자증권은 투자 목적을 ‘핀테크 성장세 대응을 위한 신기술 보유회사 중장기 투자’라고 밝혔다. 회사 측도 당시 디지털 분야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혁신금융 서비스 기술을 보유한 두나무와의 협업 가능성을 투자 배경으로 설명했다.

현재 업비트가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라는 점만 놓고 보면 당시 투자는 거래소 지분 투자로 보이기 쉽다. 하지만 두나무는 업비트뿐 아니라 증권플러스와 블록체인 기술 자회사 등을 보유한 핀테크 기업이었다. 한화 역시 단순한 가상자산 가격 상승보다 금융과 기술의 결합에 무게를 뒀다.

투자 범위는 블록체인 기술 인프라로도 넓어졌다. 한화시스템은 2021년 두나무에서 분사한 블록체인 기술기업 람다256의 시리즈A 투자자로 참여했다. 같은 해 말에는 한화자산운용도 람다256의 후속 투자 참여를 검토하면서 계열사를 달리해 블록체인 기술 기업에 대한 관심을 이어갔다.

그해 3월 한화시스템은 더 큰 청사진도 내놨다. 1조2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향후 3년간 저궤도 위성통신에 5000억 원, 에어모빌리티에 4500억 원,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플랫폼 사업에 25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블록체인이 우주·모빌리티와 함께 한화시스템의 차세대 성장축 가운데 하나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당시 한화시스템 2대 주주였던 에이치솔루션도 유상증자에 약 1573억 원을 투자했다. 에이치솔루션은 당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김동원·김동선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룹 오너 일가가 미래 신사업 투자 재원 조달에 직접 힘을 보탠 구조였다.

쟁글의 데이터, 두나무의 거래·핀테크, 람다256의 블록체인 기술, 한화시스템이 구상한 디지털 플랫폼까지. 2020~2021년 한화가 투자한 대상은 달랐지만 공통분모는 분명했다. 금융과 자산이 디지털화될 때 필요한 기반 기술을 확보한다는 것이었다.

‘정보 플랫폼’에서 ‘기관용 인프라’로…6년 사이 달라진 쟁글

당시는 가상자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였던 만큼 이 같은 투자가 이른바 ‘코인 붐’에 올라탄 행보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이후 테라·루나 사태와 FTX 파산, 장기간의 크립토 겨울이 이어지면서 국내외 대기업 상당수가 웹3 사업을 축소했다.

그러나 한화는 시장에서 완전히 빠져나가지 않았다. 오히려 6년 뒤 쟁글에 다시 자금을 넣었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1월 쟁글에 100억 원을 전략 투자했다. 2020년 첫 투자 이후 6년 만이다. 양사는 이번에는 단순 투자 관계를 넘어 온체인 데이터와 리서치, 글로벌 디지털자산 인프라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 사이 쟁글의 사업 모델도 크게 달라졌다. 김준우 쟁글 대표는 넥스블록에 “2020년에는 공시와 정보 포털, 크립토 투자에 대한 정보와 데이터 측면의 사업 모델이 주가 됐다”며 “현재는 기관들이 활용할 수 있는 미들웨어 인프라를 서비스 관점에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시장의 제도권화를 꼽았다. 2020년 당시에는 규제 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기관들이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실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규제 편입이 진행되면서 금융회사들이 관련 서비스를 준비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쟁글 역시 2024년 전후부터 글로벌 재단·기업과 블록체인 및 데이터 인프라 사업을 확대하며 기관이 활용할 수 있는 미들웨어 제공에 무게를 두고 있다. 6년 전 한화가 투자했던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이 이제는 제도권 금융사의 디지털자산 진입을 지원하는 인프라 기업으로 변한 셈이다.

두나무 지분도 확대…초기 투자가 ‘RWA 허브’ 전략으로

쟁글뿐만이 아니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5월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3.90%를 약 5978억 원에 추가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거래가 완료되면 한화투자증권의 두나무 지분율은 기존 5.94%에서 9.84%로 확대된다.

두나무에 처음 583억 원을 넣었던 2021년과 비교하면 투자 논리도 보다 구체화됐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번 추가 투자 배경을 설명하며 향후 가상자산 거래소가 단순한 거래 중개를 넘어 수탁·정산·기관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복합 금융 인프라 사업자로 발전할 가능성을 강조했다.

회사 역시 개발 중인 디지털자산 플랫폼을 바탕으로 블록체인 인프라와 RWA 거래 서비스까지 연결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2020년 쟁글에 40억 원을 투자하며 시작된 한화의 블록체인 행보는 6년 뒤 ‘글로벌 RWA 허브’라는 보다 구체적인 목표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2026년 경영전략회의에서 ‘디지털자산 전문 증권사로의 전환’을 중장기 목표로 제시했다. 블록체인을 더 이상 미래 기술에 대한 실험이나 스타트업 투자 대상으로만 보지 않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결국 한화의 초기 블록체인 투자를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6년 전에는 흩어져 있던 쟁글·두나무·블록체인 인프라 투자가 이제는 데이터와 거래, 수탁, RWA를 하나로 연결하는 금융 인프라의 일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는 크립토 시장의 호황과 불황을 지나면서 무엇을 남겼고, 그 자산들을 이용해 어떤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만들려는 것일까.

다음 편에서는 가상자산 시장의 급격한 부침 속에서도 한화가 블록체인 사업에서 완전히 물러나지 않은 배경과, 투자 전략이 ‘코인 시장’에서 ‘제도권 디지털금융 인프라’로 어떻게 이동했는지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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