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YC·화이트리스트 등 내부통제 상품 구조에 내재화
신한투자증권 “STO 1단계 넘어 온체인 상호운용성 확보해야”

신한자산운용이 원화 현금성 자산을 온체인에서 발행·유통하는 ‘K-BUIDL’ 전략을 구체화했다. 머니마켓펀드(MMF)형 원화 자산을 먼저 블록체인에 올린 뒤 이를 담보·결제와 온체인 유동성의 기반 자산으로 단계적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11일 서울 여의도 Two IFC에서 열린 ‘THE FRONTIER: 원화 기반 실물자산 토큰화의 시작과 자본시장의 기회’ 행사에서 신한자산운용과 신한투자증권은 원화 실물자산(RWA) 토큰화 전략을 발표했다. 행사는 딜로이트와 타이거리서치가 주최하고 플룸(Plume)이 후원했다.
김규진 타이거리서치 대표이사는 이날 축사에서 “RWA 시장은 토큰화 국채와 MMF, 유동성까지 대부분 달러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며 “한국 자산이 원화로 온체인에 올라가고 결제되며 그 위에 수익 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영역”이라고 말했다. 그는 RWA가 기존 자산의 이동과 활용 방식을 효율화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발전해 왔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한국은 활발한 개인투자자 기반을 갖고 있고 토큰증권 제도화 논의도 구체화되고 있다”며 원화 기반 RWA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짚었다. 이어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은행,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 간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화 MMF부터 온체인으로…“첫 상품 목적은 규모 아닌 레일”
신한자산운용이 벤치마크로 제시한 것은 블랙록의 토큰화 펀드 BUIDL이다. 미국 국채와 현금성 자산을 기반으로 한 BUIDL이 온체인에서 담보·유동성 자산으로 활용되는 것처럼 원화에도 이를 뒷받침할 기초자산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진혁 신한자산운용 이사는 “BUIDL은 목적지라기보다 온체인 금융이 달리는 도로”라며 “달러에는 현금성 기초자산과 이를 준비자산으로 사용하는 단계, 결제와 수익 시장이 있지만 원화에는 아직 첫 칸이 비어 있다”고 말했다.
신한자산운용은 첫 상품으로 MMF형 원화 현금성 자산을 택했다. 가격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기준가격 산출과 수탁, 회계·감사 체계가 이미 갖춰져 있어 온체인 상품으로 전환하기 용이하다는 설명이다.
이 이사는 “첫 상품의 목적은 규모가 아니라 레일”이라며 “가장 매력적인 자산보다 가장 빨리 승인받고 담보로 채택될 수 있는 자산부터 시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상은 세 단계다. 먼저 원화 현금성 자산을 온체인 토큰과 연동하고, 이후 이를 준비자산으로 활용하는 담보·결제 레이어를 구축한다. 마지막으로 디파이(DeFi) 등 온체인 시장까지 유통 경로를 확대한다. 레일이 검증되면 채권과 주식, 대체투자 상품 등으로 자산군도 넓힐 계획이다.
KYC·화이트리스트 상품에 내재화…역외서 먼저 검증
신한자산운용은 글로벌 유통을 확대하더라도 국내 규제를 우회하지 않고 상품 자체에 통제 장치를 내재화한다는 방침이다.
박상열 신한자산운용 매니저는 “BUIDL이 보여준 것은 토큰 자체보다 구조”라며 “투자자 자격과 유통 제한, 운용 관리 등 금융상품의 통제 장치를 온체인 유통 구조 안에 함께 설계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온체인에서는 화이트리스트에 등록되지 않은 지갑으로 토큰이 이전되지 않도록 스마트컨트랙트 단계에서 제한하고, 오프체인에서는 KYC와 지역 제한 등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박 매니저는 “규제를 완화해 글로벌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국내 규제에 대한 통제를 유지하면서 유통 경로와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기 실증은 역외 구조를 중심으로 추진한다. 해외 기관투자자의 달러 자금을 원화로 환전한 뒤 국채와 통화안정증권 등 단기 원화 자산을 운용하고 이를 온체인 상품과 연결하는 방식이다. 신한자산운용은 플룸 등 글로벌 블록체인 사업자와도 관련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이 이사는 “역외 구조는 국내 시장을 우회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실제 발행과 기준가격 연동, 커스터디가 작동했다는 기록을 만들고 이후 국내 상품화와 제도화의 근거로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 “STO 1단계 넘어 온체인 상호운용성까지 가야”
신한투자증권은 국내 토큰증권(STO) 제도화가 정형 금융자산을 실증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글로벌 시장과 연결되기 위해서는 온체인 상호운용성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봤다.
최인수 신한투자증권 디지털자산부 부서장은 국내 시장이 음원·미술품·부동산 등 비정형 자산 중심의 규제 샌드박스로 발전한 반면 해외에서는 국채와 MMF 등 기관투자자에게 익숙한 금융상품을 중심으로 토큰화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최 부서장은 “궁극적으로 온체인까지 이어지고 상호운용성을 확보하는 3단계까지 가야 증권업과 은행업의 글로벌 확대를 볼 수 있다”며 “1단계만으로는 결제·정산이나 스테이블코인까지 전체 밸류체인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은 토큰화가 국내 금융사의 해외 진출 방식도 바꿀 수 있다고 봤다. 금융감독원의 ‘2025년 국내 증권회사 해외점포 영업실적’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전체 당기순이익 가운데 해외 현지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8.7%로, 국내 비중은 91.3%에 달한다. 최 부서장은 기존처럼 대규모 현지 거점과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더라도 토큰화를 통해 해외 자산과 투자자를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을 새로운 기회로 꼽았다.

다만 글로벌 상품과 경쟁하기 위한 수익성 확보는 과제다. 그는 “BUIDL이나 BENJI, 온도파이낸스 등의 수익 수준을 고려하면 현재 원화 상품도 최소 4%대 수준의 경쟁력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며 “환율까지 감안해 이를 웃도는 상품 구조를 만드는 것이 증권사와 은행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토큰화의 성패는 무엇을 한 번 발행했느냐보다 누가 반복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발행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