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 103·105로 토큰 발행 길 열어…증권성 판단 안전망도 제시
DeFi는 분산성 충족 시 면제…제도권 편입 속 규제 비용도 확대

미국 디지털자산 규제 체계를 정비하는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이 상원 은행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스테이블코인, 토큰 발행, 탈중앙화금융(DeFi) 사업 구조 전반에 변화가 예상된다.
18일 타이거리서치가 발간한 ‘클래리티 법안 통과, 당신이 해야 할 6가지 비즈니스’ 보고서에 따르면, 클래리티 법안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관할 경계를 정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동시에 스테이블코인 보유 이자 지급 제한, 합법적 토큰 발행 경로, DeFi 규제 면제 요건 등을 포함하고 있어 향후 크립토 기업의 사업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 단순 보유 이자 금지…활동 기반 리워드는 허용
보고서는 법안 처리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으로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 문제를 꼽았다. 은행권은 크립토 플랫폼이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게 연 4~5% 수준의 수익을 제공할 경우 은행 예금이 디지털자산 시장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크립토 업계는 이자 지급 전면 금지가 기존 사업 모델을 훼손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타이거리서치에 따르면 상원 은행위원회를 통과한 수정안은 단순 보유에 대한 이자 지급은 금지하되, 결제·거래·스테이킹 등 실제 활동에 연동된 리워드는 허용하는 방향으로 절충됐다. 해당 내용은 Sec. 404에 담겼으며, 거래소 등이 이용자에게 스테이블코인 보유만을 이유로 간접 이자를 지급하는 구조를 제한하는 조항으로 설명된다.

이에 따라 기존의 예치형 수익 모델은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이용자가 결제, 거래, 스테이킹, 거버넌스 참여 등 플랫폼 내 구체적 활동을 할 경우 리워드를 지급하는 모델은 허용될 수 있다. 다만 보고서는 ‘활동’의 범위가 어디까지 인정될지는 향후 재무부와 CFTC의 하위 규정에서 구체화될 것으로 봤다.
Sec. 103·105, 합법 토큰 발행 경로와 증권성 안전망 제시

보고서는 토큰 발행과 관련해 Sec. 103과 Sec. 105를 핵심 조항으로 제시했다. Sec. 103은 일정 한도 내에서 SEC 등록 없이 미국 사용자에게 토큰을 판매할 수 있는 면제 조항으로, Sec. 105는 거버넌스 권한이나 스테이킹 수익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토큰을 증권으로 분류할 수 없도록 하는 안전장치로 설명된다.
Sec. 103의 면제 한도는 연 5000만 달러 또는 유통량의 10% 중 큰 금액이며, 누적 기준으로는 2억 달러 수준이다. 이는 미국 투자자를 상대로 한 토큰 판매에 제한적이나마 합법적 통로를 마련하는 의미가 있다.
보고서는 Sec. 103이 “토큰을 팔 수 있는 길”을 여는 조항이라면, Sec. 105는 해당 토큰이 사후적으로 증권으로 재분류돼 발행 구조가 흔들리는 위험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두 조항이 함께 작동해야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한 토큰 발행 구조가 안정적으로 설계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조항들이 실제 시행될 경우 토큰 발행 시장에는 새로운 인프라 수요가 생길 수 있다. 보고서는 발행자가 투자자 적격성 확인, KYC, 공시 자동화, 토큰 락업 관리, 사후 규제 대응 등을 갖춰야 하는 만큼 토큰 발행 인프라 플랫폼, 법률·자문 서비스, 적격 투자자 매칭 사업 등이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DeFi는 분산성 충족이 관건…크립토 제도권 편입 분기점

DeFi와 관련해서는 Sec. 301이 핵심 조항으로 언급됐다. 타이거리서치는 Sec. 301이 일정 수준의 분산성을 갖춘 DeFi 프로토콜이 미국 규제 적용에서 제외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SEC가 모든 DeFi 프로토콜을 일괄적으로 증권 규제 대상에 포함하기는 어려워질 수 있다.
다만 면제 요건은 단순하지 않다. 보고서에 따르면 특정 개인이나 법인이 어드민 키, 업그레이드 권한, 시큐리티 카운슬 등 핵심 통제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면 충분히 분산된 프로토콜로 보기 어려울 수 있다. 반대로 보안 사고 대응을 위한 제한적 긴급 개입은 단일 통제로 간주되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DeFi 프로젝트의 분산성은 단순한 기술적 특성이나 커뮤니티 가치가 아니라, 미국 시장 진입을 위한 규제 요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프로토콜 설계 단계에서 거버넌스 구조, 업그레이드 권한, 비상 대응 권한을 어떻게 배분하느냐가 사업 지속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활동 기반 리워드 모델 부상…규제 대응 역량이 경쟁력
보고서는 스테이블코인 단순 보유 이자가 제한되면 거래소와 크립토 앱이 이용자 활동을 기반으로 한 리워드 모델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단순히 USDC를 보관하는 고객에게 수익을 주는 방식은 제한되지만, 거래·결제·스테이킹 등 실제 활동을 수행한 고객에게 리워드를 제공하는 방식은 허용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모델은 플랫폼 입장에서 이용자의 자산 이탈을 막는 락인 효과를 만들 수 있다. 기존에는 높은 예치 수익률로 고객을 붙잡았다면, 앞으로는 플랫폼 내 활동 빈도와 규모를 리워드와 연결하는 방식이 중요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통 카드사나 대형 트래픽 플랫폼도 스테이블코인 기반 리워드 구조를 활용해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거나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클래리티 법안이 최종 통과될 경우 미국 디지털자산 시장의 규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SEC와 CFTC의 관할이 명확해지고, 토큰 발행과 DeFi 면제 기준이 제시되면 기관 자금의 시장 진입도 보다 쉬워질 수 있다.
반면 컴플라이언스 비용 상승은 부담 요인이다. 법안 시행 이후에는 공시, 투자자 검증, 내부통제, 거버넌스 분산화 등 규제 대응 역량이 부족한 영세 프로젝트가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 규제 사각지대에서 성장했던 일부 사업 모델도 기존 방식으로는 유지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타이거리서치는 클래리티 법안이 미국 크립토 시장을 회색지대 중심에서 제도권 중심으로 옮기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Sec. 404는 스테이블코인 수익 모델을, Sec. 103·105는 토큰 발행 구조를, Sec. 301은 DeFi 프로토콜 설계 기준을 바꾸는 핵심 조항으로 평가된다.
보고서는 2026년이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결정적 기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안광호 타이거리서치 연구원은 “클래리티 법안 통과 및 시행은 단순 미국 내 이슈로 끝나지 않는다”며 “세계 각국은 자국 자본의 유출을 막고 시장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맞춤형 규제를 발 빠르게 설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 연구원은 “이에 맞는 합법적인 비즈니스 인프라를 선점하는 자만이 다음 세대의 거대한 부를 독식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안이 최종 통과될 경우 크립토 기업의 경쟁력은 기술력이나 유동성 확보를 넘어 규제에 맞춘 사업 구조 설계 능력에서 갈릴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