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기업의 해외송금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삼성 연구진을 통해 나왔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될 경우 가상자산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달러화 유출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삼성글로벌리서치 전진 박사는 30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원화스테이블코인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서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송금 비용과 지급 결제 비용들을 많이 절감할 수 있다"며 "스페이스X는 실제로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해 해외 매출을 본사로 송금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박사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스테이블코인은 지급과 결제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을 단축시킬 수 있다"며 "기존 지급 결제는 지급 단계와 결제 단계가 분리돼 있어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는데, 스테이블코인은 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 계열 연구소 전문가가 공개 토론회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실질적 효용성과 경제적 효과를 구체적으로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글로벌리서치는 삼성전자·삼성SDI·삼성SDS 등 삼성 계열사 전반을 위해 미래 기술과 시장 동향을 연구·분석하고 그룹 차원의 전략 방향을 제시하는 핵심 싱크탱크다.
전 박사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2973억 달러(9월 29일 기준) 규모로 성장했으며, 작년 연간 거래량은 15조6000억 달러로 비자(Visa)의 전체 결제 규모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특히 2021년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유동성이 풀리면서 가상자산 시장과 함께 스테이블코인도 급격히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시 외화 유출 차단 효과도 제시됐다. 전 박사는 "현재 거주자가 테더(USDT)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원화와 미 달러화의 환전이 일어나고 미 달러화의 국외 유출이 발생한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국내외 가상자산거래소에 상장될 경우 미 달러화를 대신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테더와 교환돼 국내보유 미 달러화의 유출 경로가 소멸한다"고 분석했다.
기업 활용 측면에서도 다양한 가능성이 제시됐다. 스페이스엑스(SpaceX)는 실제로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해 해외 매출을 본사로 송금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요타는 자동차를 토큰화하고 할부금융, 보험, 유지관리 등 각종 금융 서비스들과 연동시키는 모빌리티 플랫폼을 구상 중이며, 전체 거래가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 위에서 이루어지도록 설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은행 예금을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은행은 신용창출 기능이 있고 예금 토큰을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기회 요인도 충분히 많다"고 평가했다.
다만 잠재적 위험 요인에 대한 경고도 이어졌다. 전 박사는 "화폐의 단일성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법정화폐와 1대1 교환을 의무화해야 하며, 100% 준비금 보유, 정기적 공시와 외부 감사, 자본금 규제 등을 통해 코인런(coin run)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회사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며 적극적인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 의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통화량을 팽창시켜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오히려 예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되면서 금융권의 신용창출 기능이 낮아질 가능성이 더 크다"며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도 충분히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계기로 원화의 국제화를 추진할 수 있는 모멘텀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혁신의 길을 극대화하고 리스크 요인은 선제적으로 방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박사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따른 리스크를 간과해서는 안 되지만, 규제와 제도적 장치로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며 "혁신적인 특화 서비스 개발을 촉진할 수 있도록 유연한 스테이블코인 사업자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테이블코인 관련 논의가 발행에 집중돼 있는데, 혁신은 유통 영역에서 더 활성화될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