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요건 등 제도 정비" 한뜻
美·유럽·홍콩 등 선제적 규제
스테이블코인 사용, 비자 넘어
차세대 결제 인프라 시간문제
"소비자 보호·혁신규제 균형을

국내외 가상자산 제도 정비 논의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스테이블코인이 차세대 금융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주요국이 이미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를 통해 금융 안정성과 투자자 보호를 강화 중이라고 밝히며, 한국도 발행 요건과 준비자산 규정을 명확히 하는 등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24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이투데이 창간 15주년 테크 퀘스트 및 넥스블록 출범 기념 대토론'에서 '디지털자산시장의 건강한 생태계 구축 방안'이 논의됐다. 이날 발표를 맡은 정유신 서강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건강한 디지털 자산 생태계 구축과 성장을 위해서는 제도 정비와 민간 대응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정부는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발행인 자격, 준비자산 요건, 투자자 보호 장치 등 기본적인 법 제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라며 "동시에 민간은 글로벌 기업과 협력해 새로운 투자 상품을 개발하고, 기관 투자자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등 민간 차원의 혁신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주요국은 이미 규제 변화의 과정에 들어섰다고 짚었다. 미국은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 요건을 마련했고, 유럽연합(EU)은 '가상자산시장규제(MiCA)' 규제를 시행하며 시장 안정과 투자자 보호에 나섰다. 이어 "홍콩, 싱가포르, 일본 등 아시아 금융허브도 각각 라이선스 제도와 차등 규제를 도입하며 경쟁적으로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라며 "글로벌 규제 정합성이 필요할 때"라고 설명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디지털자산 제도도입과 시장 발전 방향'에 대해 발표하며 규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가상자산의 범위를 △가상자산 △스테이블코인 △토큰증권(STO) 등으로 규정하고, 각각에 맞는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제정해 발행인 자격, 발행·유통 공시, 행위 규제 등 최소한의 규율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인프라 혁신의 열쇠로 지목하며 "해외에서는 이미 법정화폐 연동형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해 금융 안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했다"라면서 "국내에서도 발행자격과 준비자산 규정을 명확히 하고, 공시와 감사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법(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이 논의 중이다.
서병윤 DSRV 미래금융연구소장은 '스테이블코인이 바꿔나갈 글로벌 금융의 미래'에 대해 발표하며 스테이블코인이 차세대 금융 인프라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서 연구소장은 "스테이블코인 사용량은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비자(Visa)와 마스터카드(Mastercard) 등 전통 결제 수단을 추월했다"라며 "글로벌 톱티어 카드사가 50년간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전 세계에 구축한 폐쇄형 결제망을 이더리움, 트론 등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인터넷 상에서 개방형 결제망으로 대체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카드 결제는 정산에 2~3일 소요되지만, 스테이블코인 결제는 중개 없이 즉시 정산되며 0.1~1% 수준의 네트워크 수수료만 발생해 긍정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라며 "중·남미는 이미 디지털 달러(USDT·USDC)를 일상에 사용 중이지만 한국에서는 관련 규제가 부재해 음지에서만 거래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세션 발표에 이어 진행된 패널 토론에는 △심원태 금융위원회 사무관 △김경업 주식회사 오픈에셋 대표 △조진석 한국디지털에셋(KODA) 대표이사 △오종욱 웨이브릿지 대표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가 패널로 참석해 의견을 모았다.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현재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이 굉장히 많이 논의되고 있는데, 발행과 유통에 있어 소비자 및 이용자 보호와 함께 혁신에 대한 고려가 균형 있게 이뤄져야 한다"라며 "세계 각국의 실패 사례를 참고해 어떤 식의 제도를 채택해야 가장 발전적이고 효율적이면서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만한 제도 마련이 가능한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심원태 금융위원회 사무관은 "정부 국정 과제 자체가 디지털 자산의 생태계 구축이고, 가상자산 2단계 입법도 포함돼 있다"라며 "스테이블코인은 물론이고,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등 현안으로 떠오른 주제에 대해서도 같이 살펴보면서 건전한 생태계를 마련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국회와 함께 논의해 법안을 발표하겠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