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10월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통합 법안 추진에 본격 나선다.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금융위원회에서 마련한 초안을 바탕으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민주당 의원발의 법안들의 장단점을 고려해 신속하게 단일 법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른바 '디지털 현금'으로 불리는 스테이블코인은 실제 화폐(원화나 달러)와 1:1로 가치가 연동되어 가격이 안정적인 디지털 자산이다. 비트코인처럼 하루에 10~20% 가격이 오르내리는 것과 달리, 1만 원짜리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항상 1만 원의 가치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스테이블(안정적)'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본격 도입될 경우 해외송금 비용을 절약하고 글로벌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는 한편, 한류 확산 등 혜택이 예상된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10월 중으로 금융위원회로부터 원화 스테이블 코인 관련 통합 법안 초안을 건네받을 예정이며, 이를 바탕으로 입법 절차에 나설 계획이다.
정무위 관계자는 "입법 목표는 10월이다. 정부안으로 제출하면 절차가 더 복잡해지기 때문에 금융위가 낼 초안을 바탕으로 의원안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국회에는 민주당에서 발의한 민병덕 의원의 '디지털자산기본법'(자기자본 5억 원), 강준현 의원의 ‘디지털자산혁신법'(10억 원), 안도걸 의원과 김현정 의원 법안(각각 50억 원), 이강일 의원 법안(10억 원) 등 5개 법안이 계류 중이다. 자본금 요건만 5억 원에서 50억 원까지 10배 차이를 보인다.

5개 법안의 차이는 '혁신 우선'이냐 '안정성 우선'이냐의 관점에서 비롯된다. 민병덕 의원안은 자본금 5억 원으로 진입장벽을 낮추고 비은행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에도 문호를 개방했다. 싱가포르나 홍콩처럼 혁신 친화적 접근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전략이다. 반면 안도걸·김현정 의원안은 자본금 50억 원으로 전자화폐 수준의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화폐 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은행 수준의 건전성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강준현·이강일 의원안은 10억 원으로 중간 지점을 택했다.
발행 주체와 규제 방식에서도 차이가 뚜렷하다. 민 의원안과 강 의원안은 기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체계 내에서 스테이블코인을 규율토록 했다. 가상자산의 한 종류로 보고 기존 법률을 개정해 대응하자는 것이다. 안도걸·김현정·이강일 의원안은 별도의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일반 가상자산과 본질적으로 다른 '디지털 화폐'이므로 독립적인 법체계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특히 안도걸 의원안은 예비인가제를 도입해 사업자가 본격 투자 전에 인가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도록 했다.
발행 주체 논란도 여전하다. 민병덕 의원안은 비은행까지 허용하지만 한국은행은 은행 중심 발행을 주장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6월 은행연합회 이사회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위원회 만장일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은행과 은행권은 은행이 51% 이상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갖는 구조를 선호한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IT 플랫폼 기업들은 동등한 지분 분배를 요구하고 있다.
금융위가 낼 정부안 초안과 국회 통합안은 ‘절충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정성을 위해 진입 허들은 일정 정도 갖추고 발행인이 도산하더라도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망은 갖추되, 산업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은행 외 비은행권의 발행도 열어두는 방향이 될 전망이다. 특히 자기 자본금 요건은 10~20억 원 규모로, 이자지급은 조건부로 허용하되 해외스테이블코인은 일정 요건 하에 제한적 허용을 하는 방식이 예상된다. 정무위 민주당 간사인 강준현 의원은 발행 총량 제한이나 자기자본 요건 같은 안전장치를 마련해 국민의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면서도 금융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 의원은 발행 주체와 관련해 "기본적으로 은행과 핀테크 모두에게 길을 열되 똑같이 엄격한 규제와 인가 요건을 적용하는 쪽으로 가야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은행은 신뢰성과 인프라가 강점인 반면 핀테크는 혁신과 속도에서 앞서 있는 만큼 두 영역이 경쟁하면서 견제와 협력해야 안정성과 혁신이 함께 살아날 수 있다”고 밝혔다.
법안 추진 일정은 10월이 목표지만 당정협의 일정과 조직 개편 등 변수가 있는 만큼 기한이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무위 관계자는 "금융위와 당정협의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대한 업계 전문가들 만나서 의견도 수렴해보고 기발의된 법안들 중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법안들도 어느 정도 반영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다른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금융위원장이 임명 되고 (이슈를) 하나씩 챙길 텐데 조직 개편이 되면 금융정책 부분이 기재부 쪽으로 넘어간다"며 "시행 시기 등이 어떻게 될지 모르고 그 과정에서 작업하기가 수월치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